'관제방송' 논란을 빚고 있는 대통령 KBS 라디오 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가 오늘로 2회차 방송됐다. 이번에도 KBS 라디오 PD들의 라디오 연설 반대 피켓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KBS 홍보팀의 '시위 통제 발언'·'취재 통제 조치'가 뒤따르고, 반론 보장 차원에서 논의되던 야당의 라디오 연설에 한나라당도 포함 시키기로 해 라디오 연설 내용 자체보다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블로그 '푸른팔작지붕아래' 캡처
오늘 라디오 방송의 주요 내용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 확대하겠다"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저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내수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야 대기업도 잘 될 수가 있습니다"라며 "정부는 신용보증한도를 크게 늘리고, 수출 중소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중소기업 지원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방송 말미에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 스왑계약으로 외화유동성 위기는 없어졌다고 강조하며,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갖고 이 어려움을 극복해 냅시다!"며 경제위기 극복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대통령 라디오방송도 연설문 전문과 오디오파일이 '다음' 블로그뉴스에 발행돼 네티즌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낮 3시경 현재 1만1천여명의 조회와 33명의 추천으로 노출 시간과 위치에 비해 반응에선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라디오 연설 반대를 주장하는 KBS라디오 PD들의 시위를 다룬 '미디어토시'의 KBS PD "허수아비가 된 것 같다"라는 제목의 포스트는 이보다 늦게 노출됐지만 같은 시각 8만3천여명의 조회와 1242명의 추천이 붙어 '본말'이 전도된 관심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발행됐지만 반응은 미비한 수준이다.

댓글을 통해 "중소기업 활성화에 중요하게 해당되는 홈쇼핑 관리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IT업체들도 중소기업입니다.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 등 일면 기대감를 나타내고 있는 의견이 소수라면 "종부세 감세정책 등 하고 괴리되지 않나", "정책은 다 대기업 위주로 해놓구선 말로만?" 등 불신이 다수의 의견이다. 대통령은 과연 라디오 연설에서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KBS 노골적 "취재통제", 홍보팀이 취재기자 가로 막아
대통령 라디오 방송 연설을 시행에 반대하는 라디오 PD들의 피켓시위를 취재하려던 기자들이 KBS 홍보팀과 안전관리팀에 의해 사진촬영 금지 등 취재통제를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PD저널>에 따르면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이 피켓을 든 PD들을 촬영하려고 하자 접근을 막았으며,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서기철 KBS 라디오제작편성팀장은 "통제에 따라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라디오 PD들의 항의성 면담 자리에서 김동주 KBS 홍보팀장은 "PD들이 시위하는 것을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선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며 시위자체에 대한 '통제'의 계획이 있음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30여명의 라디오 PD들은 "KBS라디오는 청와대의 입인가","되살아난 관제망령, 무너지는 KBS", "양심뒀다 뭐에쓰나 집에가서 끓여먹나"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야당의 발언 기회 요구에, KBS '여당에도 기회 주겠다'로 화답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편성한 것과 관련해 지난 2일 KBS는 "3일부터 KBS 제1라디오를 통해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을 격주 월요일 오전에 방송한 뒤 국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 대표들에게 대통령 연설 다음날인 화요일 오전 같은 시간에 연설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이 3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여당인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똑같이 반론기회를 주기로 해 뒤늦게 논란이 됐다. KBS의 관계자는 “미국도 대통령 연설 뒤에 공화당에게도 연설 기회를 준다”며 “대통령이 국가지도자로서 얘기하는 것과 정당대표가 얘기하는 것은 다르다”고 밝힌 것으로 한겨레는 보도했다.

이에 민주당은 "미국에서도 반론권은 야당의 것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해놓고 여당 대표는 대통령과 의견이 다를 경우에 한해 고려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KBS의 궁색한 변명을 꼬집었다. 대통령과 여당의 생각이 같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예상대로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두 번째 라디오 방송을 두고 "어려운 계층의 걱정을 덜어주는 따뜻한 연설"이라는 대변인 성명을 내놓았다.

두 번째 대통령 라디오 방송은 첫 방송 못지 않은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KBS를 장악해 친정권 여론을 만들어가려 한다는 각계각층의 '방송장악음모' 문제제기가 '여당에게도 반론권 부여','라디오 PD 시위 취재통재' 등으로 점점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다음은 KBS 라디오 PD들이 3일 발표한 성명서다.

[KBS 라디오 PD 성명서] "백척간두의 벼랑에 서서"

관제사장과 그를 보위하는 무소신 보신주의 간부들의 전횡 속에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 KBS의 위상이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다수 구성원들의 의사에 반한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의 일방적 편성강행, 일선제작자들은 철저하게 배제된 채 착착 진행되는 그들만의 밀실개편,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함량미달의 졸속적인 조직개편... 진행 중인 모든 것은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한사코 거꾸로 가는 KBS와 KBS 라디오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이는 한때는 자랑스러웠던 우리의 일터 KBS 라디오를 지키기 위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최소한의 몸짓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우리의 요구>
1. 모두가 반대했던 대통령 연설방송이 오늘 또다시 KBS 전파를 탔다. 애초부터 청와대가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던 바로 그 날짜, 그 형식 그대로 변한 것은 없다. 공영방송 KBS 라디오의 위상은 다시 한 번 땅에 떨어졌다. 일방적 연설방송 격주 편성을 즉각 취소하고 약속한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그리고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든 편성책임자는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라.

2. 우리는 경제적 위기라는 탈을 쓰고 정치적 표적사살을 위해 프로그램과 MC, 제작진을 날려버리는 것 이외에는 어떤 이유도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 개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털끝만큼의 논리적 근거나 정당성도 없는 이 광기어린 굿판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는 안중에도 없고, 일선 제작 당사자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는 난장판 개편을 즉각 중단하고 진정으로 KBS의 미래를 준비하는 개편안을 처음부터 새로 그려라. 만약 시간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개편을 연기하라.

3. 우리는 돌아가신 고 정종현 라디오 본부장에 대한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임 라디오 본부장은 그에 합당한 자격을 갖춘 이가 임명되어야 한다. 라디오 PD들의 신망을 받고 의사소통에 충실한 자라야 하며 무소신 보신주의 인사, 비리 연루자, 특정 정치세력에 줄선 자는 결코 우리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없다.

2008. 11. 3
라디오 PD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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