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진행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이어 폐지의 쓴맛을 보고 있는 강호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강호동은 이 자리에서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의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이어 “지금까지 방송활동을 하면서 능력에 비해 사랑받을 때도 있었고, 분에 넘치는 과대평가를 받은 적도 많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도 외면받기도 했다”고 그간의 심정과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이야기가 등장한 배경은 강호동이 맡았던 프로그램이 연이어 폐지됐기 때문. <맨발의 친구들>, <달빛프린스>, <별바라기>에 이어 <투명인간>까지 많은 프로그램을 지휘한 장본인이기에 이 말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었다.

▲ 방송인 강호동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간담회 전 여러 매체들은 강호동의 위기론을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데이터에 기반을 둔 분석은 어쩔 수 없이 강호동의 위기론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덮어줄 수 없는 결과가 있기에 위기론을 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그 가운데 일부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들은 어떤 MC가 와도 살릴 수 없다며 방어해주기도 했다. 또 케이블에 진출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기대일 뿐, 프로그램을 이끄는 이가 똑같은 스타일을 고집한다면 여느 프로그램과도 같은 폐지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간담회 중 안정환은 “운동과 방송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공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강호동이 잘 나가서 시기하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추켜세웠지만, 이는 철저히 잘못된 말이다. 언론 매체가 강호동의 위기론을 지적한 것은 데이터를 가지고 말한 것이다. 이를 시기 때문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형돈은 “양상국 혹은 정형돈 위기론이라는 기사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면서 “위기론만으로 메인타이틀을 차지하는 방송인, 그게 호동이 형의 힘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 했지만, 그의 진행 스타일이 시대에 맞지 않고, 실력도 과한 평가를 받던 시대를 지나 결과로 드러난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다.

그런데 정형돈이 한 말을 두고 그 말이 정답이라며, 위기론을 말한 이들을 호사가로 만든 이가 있다. 하지만 위기론이 그저 무의미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이 주장은 같은 언론인마저도 평가절하시키고 말았다. 사실을 말한 것인데 ‘호사가’의 그저 ‘무의미한 말장난’이란 폄하는 기자의 기본 자질마저도 의심케 했다.

그는 ‘강호동은 지금도 프라임 시간대 간판 MC를 하고 있으며, 조금 떨어져 내려온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위기론이라 선을 긋기에는 호들갑스러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했지만, 그저 프라임 시간대 간판 MC를 하고 있다고 무조건 실력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정확해 보이진 않는다.

▲ KBS '우리동네 예체능'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출연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히려 강호동은 자신의 현재 위치와 상황을 조금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능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을 때도 있었다. 과대평가를 받을 때도 있었다’라고 한 말은 겸손하려 한 말보다는 정확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네가 최고야’라고 한들, 최고가 아닌 사람이 당장 최고의 실력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적어도 그 실체가 드러난 이상, 그런 사실 아닌 말로 현혹해 그 사람을 계속 거품 위에 서게 해서는 안 된다.

좋아하고 발전을 바란다면 변화를 유도해야 하지, 매번 썩은 물 위에서 물장구를 치게 해서는 안 된다. 바른 비평을 하는 언론인을 무의미한 말장난이나 하는 호사가로 치부하는 이들이 있기에 강호동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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