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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웠다, 다시는 이런 곳에 노동자들이 올라오지 않기를”[현장/인터뷰]이창근 쌍용차 해고자, 101일 만에 땅 밟다
김수정 기자 | 승인 2015.03.23 14:37

   
▲ 23일 낮 12시 45분께,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굴뚝에서 101일 동안 농성을 벌였던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손을 흔들며 내려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말 저녁이었던 22일 오후 7시 23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굴뚝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100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던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의 페이스북에 ‘내일 내려간다’는 글이 올라왔다. “굴뚝에 올랐던 마음처럼 최종식 사장님과 중역, 그리고 사무관리직, 현장직 옛 동료만 믿고 내려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12월 13일 함께 굴뚝에 올랐던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은 건강 악화로 지난 11일 먼저 내려온 상태다.

그가 약속한 ‘땅 밟는 시간’은 23일 오전 10시 30분이었다. 10시께부터 수많은 취재진들이 모였다. 1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내려오지 않았다. 100일 동안 머물며 곁에 두었던 짐들이 먼저 줄에 매달려 하나 둘 내려왔다. 낮 12시 10분께, 그는 굴뚝에 마지막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분홍빛으로 쓰인 다섯 글자는 ‘나도 사랑해’였다. 12시 27분부터 약 9분 간, 그는 화상통화로 약식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그의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 전문이다.

   
▲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 (사진=이창근 전 실장 페이스북)
1. 101일 간의 굴뚝농성을 오늘부로 종료하게 됐다. 내려오게 된 계기는?

쌍용자동차 굴뚝농성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노-노-사(쌍용자동차 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회사)가 성실히 교섭하고 있는 중이고, (제가) 여기 계속 있는 것이 여기 3사간 실무든 대표교섭에 상당한 어려움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굴뚝에서 내려가게 되면 (협상에) 좀 더 속도감이 붙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올라와서 계속 쌍용자동차 동료들, 사장, 임직원 이런 분들을 믿는다고 얘기했는데, 굴뚝에 계속 올라 있는 것이, 그 자체가 못 믿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저 스스로 했다. 그래서 내려가는 것이다.

2.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명단에서 스스로 이름을 뺐다.

사장님 이하 중역들 옛 공장 동료들, 이 분들 믿고 내려간다. 저는 이미 쌍용차 복직 명단에서 삭제를 스스로 했습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노-노-사 협상)를 조언할 일 있으면 할 것이고 빠져줄 일 있으면 빠질 것이다. 관련해서는 잘 처리해줄 거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3. 오늘 예정 시각보다 내려오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전화기를 통해 내부를 보여주며) 여기 내부를 공개하겠다. 여기 벽까지가 내부였는데 이걸 깨끗하게 다 치웠다. 마지막까지 굴뚝 청소부의 역할을 다했다. 단 한 개도 남기지 않고 벽에 있었던 것까지 다 치웠다. 다시는 이런 곳에 노동자들이 올라오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고통스럽고 외롭다. (한숨)

4. ‘나도 사랑해’라는 글씨를 남긴 이유는?

여러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기자분들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이 글씨 한 자 남기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썼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굴뚝에서 101일 동안 (고마워서) 운 적도 많았다. 또 하나는 굴뚝에 대한 마음이다. 이 굴뚝이 저한테 야박하게 굴지 않았기 때문에 굴뚝 보고 ‘너무 고맙다’고 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화상전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5. 곧 내려가면 병원으로 가게 되는 것인가?

경찰에 의해서 연행이 되더라도 상관없다. 만약 구속영장이 청구된다 하더라도 단 한 장의 탄원서도 받지 않겠다. 여러분 마음들이 이미 ‘탄원’이기 때문이다. 탄원서를 받지 않을뿐만 아니라 오늘 내려가면서 옛 동료였던 쌍용자동차 지부에서 몸 건강 때문에 앰뷸런스를 태운다고 하면 타겠습니다만, 그 이유 아니라면 앰뷸런스 타지 않을 거고 경찰이 임의동행해서 경찰서에서 조사받기 원하면 협조에 응할 것이다.

다만 제가 101일 동안 있었기 때문에 좀 걸어야 한다. 걸어야지 정신이 다시 좀 돌아올 것 같다. 만약 차를 태운다면 거부할 것이다. 걸어서 평택경찰서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경찰들이 해주신다면 기꺼이 해주신다면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다. 평택 공장 정문에서 평택경찰서까지 걸으면서 회복할 기간들을 주시는 거라고 이해하겠다. 심해 잠수부들이 바로 올라와서 첫 번째로 하는 것은 바로 감압이다. 압력을 줄이는 것이다. 70m 위에 올라있었기 때문에 내려가서 휘청거릴지 제대로 걸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 감압의 기간 (필요성을) 여러분들이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6. 굴뚝에서 내려오면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했는데.

특히 기자분들이 많이 정문으로 향해 주셨으면 좋겠다. 정문에서 이야기드릴 기회를 꼭 기자분들이 만들어주셨으면 한다. 나서주시면 짧게나마 인터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보시는 철조망 앞에서 마치 제가 동물원 속 오랑우탄처럼, 철망 사이에서 여러분들을 마주보고 하는 인터뷰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마음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질문 안 하셔도 정문 앞에서 하시면 된다. 기자분들이 원하면 협조해야 한다. 기자분들이 국민들을 대신해서 취재를 하고, (이 모습을) 알릴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기자회견하는 시간은) 당연히 여러분들에게 제공돼야 한다고 본다. 그 시간을 확보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확보해 주셔야 된다. 정문에서 인터뷰하겠다.

12시 45분께 그는 기자들에게 ‘오늘을 위해서 그동안 숨겨왔던, 제일 깨끗하고 좋은 A급 로프’를 잡고 굴뚝 옆 사다리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왔다. 이따금 멈춰 서서 공장 밖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10분이 지났을까. 12시 55분, 그는 드디어 굴뚝에서 내려와 계단을 밟았다. 하지만 정문 앞에서 취재진들 인터뷰에 응하고, 경찰서까지 걸어가겠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내려온 직후 남문 출입구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 101일 동안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창근 씨가 머물렀던 굴뚝이 뒤로 보이는 가운데,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쓰여져 있는 보라색 자물쇠가 걸려 있다. (사진=미디어스)

   
▲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짐을 내려보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굴뚝에 '나도 사랑해'라는 글씨를 쓰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지난해 12월 13일 쌍용차 본사 굴뚝에 오른 지 101일 만에 내려오는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모습. 분홍 동그라미 안에 있는 사람이 이창근 전 실장이다. (사진=미디어스)

   
▲ 이날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에는 수십여명의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사진=미디어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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