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KBO리그를 앞두고 무려 5개 구단의 감독이 교체되었다. 공교롭게도 4강 진출에 실패한 구단들(SK, 두산, 롯데, KIA, 한화)이 감독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새 감독들은 현장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온 복귀파(김성근, 김용희, 김기태)와 새롭게 프로야구 1군 무대 지휘봉을 잡게 된 새내기(김태형, 이종운) 등의 두 유형으로 나뉜다.

현업에 복귀한 감독들 중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인물은 단연 김성근 감독이다. 3시즌 연속 최하위에 허덕이고 있는 한화 이글스 사령탑에 오른 김성근 감독이 1989년의 태평양, 1996년의 쌍방울 시절과 같은 ‘하위권의 반란’을 또 다시 연출할 수 있을지에 많은 야구팬들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한화 이글스는 스토브리그, 전지훈련 기간 가장 많은 기사거리를 쏟아냈다. 지난 시즌 최하위팀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관심이 각별하다. 김성근 감독의 존재감을 방증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김성근 감독 못지않게 2015시즌 성적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이는 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이다. 2000시즌 이후 무려 15년 만에 1군 무대 감독직에 복귀하게 되었다. 이는 역대 KBO리그 사상 최장기간의 공백 이후 복귀한 사례이다. 과연 15년의 공백기를 무난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2000년대 각 구단 감독들 중 5년 이상의 공백기 이후에 복귀한 감독들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0년대 들어, 5년 이상의 공백기 이후에 1군 무대 감독으로 복귀한 감독들은 김용희 감독 포함 총 8명이다. 이 중 2006년 서정환(당시 KIA), 2007년 김성근(SK), 2014년 양상문(LG)감독 등이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 ⓒ연합뉴스
하지만 KIA 서정환 감독의 경우 2007시즌 성적부진으로 인해 시즌 종료 후 물러나게 된다. 실질적으로 장기간의 공백 끝에 복귀해서 지속가능한 성공을 이어온 감독은 2000년대 후반 와이번스 왕조시대를 이끈 김성근 감독이 유일하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팀을 맡아 기적 같은 행보를 펼친 양상문 감독의 경우 본격적인 첫 풀타임 시즌인 2015시즌이 진정한 시험대이자 향후 감독행보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5년 이상의 공백은 쉽지 않은 장벽이다. 야구 환경의 차이, 선수들의 가치관의 변화 등 짧은 시간에 헤아려야 할 변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시절 쌓아왔던 업적마저도 폄하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굵직한 족적을 남겼던 백인천, 김응용 감독은 오랜 공백기 끝에 복귀한 이후의 성적이 기대치를 한창 밑돌아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감독이 맡은 팀들(롯데, 한화)의 전력이 부실한 상황이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김용희 감독은 과연 어떤 길을 밟게 될 것인가. 일단 팀 전력만 놓고 보면 김응용 감독이 이끌었던 한화나, 백인천 감독이 맡았던 롯데 등에 비하면 훨씬 견고하고 안정적이다. 또한 최정, 김강민, 조동화 등 대어급 FA 선수들을 붙잡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에이스 김광현도 해외 진출을 미루고 잔류하기로 결정하면서 SK 와이번스의 2015 시즌은 우승까지도 기대해 볼만한 상황이다.

또한, 2007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경험을 보유한 선수들이 여전히 주전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렇다면 김용희 감독의 SK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까?

1994년~1998년의 롯데, 2000년의 삼성 감독으로 재임하는 동안 김용희 감독이 정규시즌에서 5할 승률을 넘겼던 적은 1995년(68승 53패 5무)와 2000년(69승 59패 5무)이 유이하다. 그 중에서 김용희 감독의 BEST 시즌을 꼽는다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서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1995년을 들 수 있다.

▲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최정 ⓒ연합뉴스
1995시즌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가장 돋보였던 팀 컬러는 ‘기동력’이었다. 당시 자이언츠가 기록했던 팀 도루는 220개였는데, 지금도 이 기록은 깨어지지 않고 있으며 당시 126게임만 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의 가치는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당시 자이언츠는 도루왕을 차지한 전준호(69개)를 비롯해 김응국(31개), 공필성(22개), 김종헌(21개), 이종운(15개), 김종훈(13개) 등 기동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였다. 심지어는 4번 타자 마해영도 두 자릿수 도루(16개)를 기록할 만큼 자이언츠 야구는 상대 배터리들에게 숨 쉴 틈을 내주지 않았다.

또한 마해영과 임수혁이 중심 타선에서 각각 홈런 18개, 16개를 기록하면서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뜨려주는 해결 능력을 보유한 덕분에 팀 전체득점 2위(590점)에 올라설 수 있었다.

2015시즌 김용희 감독이 와이번스에서 추구하는 야구의 성패도 정확히 20년 전의 자이언츠 야구의 아이덴티티를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기동력 강화를 위해 김용희 감독은 20년 전 자신과 함께 기동력 야구를 추구했던 조 알바레스 코치를 불러왔다. 그리고 와이번스 내에 조동화, 김강민, 이명기, 박계현, 김성현 등 기동력 야구를 구현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은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기동력 강화와 더불어 와이번스 공격진에 주어진 숙제는 출루율 향상이다. 지난 시즌 와이번스의 볼넷 %는 8.8%로 8위에 머물렀다. 삼진 대비 볼넷 비율도 0.48로 역시 8위에 머물렀는데, 왕조 시절 상대 배터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동력과 출루율, 이 두 마리 토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끌어내는가에 2015시즌 와이번스 공격력의 성패가 달려있다.

투수진에서는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 많은 편이다. 고효준, 정우람, 박희수 등 군에서 제대했거나 부상에서 회복한 자원들이 합류할 예정이다. 박희수의 경우 시즌 중 합류가 예상되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올 경우 2011시즌 강력한 문단속 능력을 보여준 정우람-박희수 콤비 가동이 4년 만에 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선발진은 에이스 김광현이 팀에 잔류가 결정된 것이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문제는 선발진의 두 자리를 메워줄 외국인 선발투수인데 지난 시즌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밴와트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나머지 한 자리는 메이저리그 경력에 기대지 않고 지난 해 트리플A에서 9승 4패 평균자책점 3.18의 호성적을 기록한 메릴 켈리로 메웠다.

김광현과 더불어 토종 원투펀치로 활약한 윤희상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어 1~4선발은 안정적인 운영이 예상된다. 다만 매 시즌 새로운 자원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5선발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가에 따라 전반적인 투수진 운영의 틀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중에 빈번하게 선발과 구원을 넘나들게 운영하면 선수 본인에게나 팀 전체에게나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가운데)이 1일 오전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 구시가와 구장에서 오키나와 캠프 훈련을 마친 뒤 투수 김광현(왼쪽), 외국인 선수 브라운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와이번스 프런트는 최정(86억원), 김강민(56억원), 조동화(22억원) 등 왕조시절의 주역들과 FA계약에 성공했는데, 이전 김성근, 이만수 감독 시절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와이번스 특유의 가을 DNA를 고스란히 간직한 자원들의 유출을 방지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대기록을 경험한 선수들이 대부분 주축으로 남아있는 만큼, 와이번스의 잠재력은 상당하다. 다만 계약기간이 2년에 불과한 김용희 감독의 리더십이 어느 정도 팀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지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와이번스에는 김경기 수석코치, 박경완 육성총괄 등 차세대 감독 후보군들이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2년의 계약기간은 차세대 후보군들이 올라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가 팀내에 스며들면 와이번스는 가지고 있는 전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와해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2000년 시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맡았을 당시, 구단이 2000시즌을 앞두고 영입에 실패했던 김응용 감독(당시 해태)을 후임으로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시즌 내내 돌면서 김용희 감독은 자신의 야구를 제대로 펼쳐볼 시간과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

15년 전의 달갑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2년의 시간만큼은 구단에서는 김용희 감독에게 확실한 신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15년 전, 40대의 차세대 지도자 집단에 속해 있던 김용희 감독은 이제 현역 감독들 중 김성근 감독에 이어 최고령 감독의 지위에 서 있다. 감독생활을 시작한 이래 한결같이 추구했던 메이저리그식 시스템 야구를 와이번스에 연착륙시킬지의 여부도 2015시즌 관심거리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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