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TV에 대한 법적근거가 국회에서 제정될 예정이다.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은 <아리랑국제방송원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아리랑TV에 대한 법적근거가 미비했다는 논란이 있어왔다. 아리랑TV의 경우, 매 정권 때마다 끊임없이 낙하산 사장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추가된 법안이 필요하단 주장도 많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설훈, 이하 교문위)는 지난 3일 전체회의를 열어 <아리랑방송원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이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통과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등은 이 법이 적절치 않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아리랑TV은 <방송법>에 근거하지 않는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아리랑국제방송원법안>은 “아리랑국제방송원을 설립해 국제방송을 통해 국제 문화·미디어 교류를 활성화해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위상과 이미지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아리랑TV는 위상, 역할과는 달리 근거법이 미비했다. 아리랑TV는 <방송법>이 아닌 <민법> 제32조(비영리법인의 설립과 허가) “학술·종교·자선·기예·사교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와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20조(국제교류 및 해외시장 진출 지원) “정부는 문화상품의 수출경쟁력을 촉진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외국과의 공동제작, 방송·인터넷 등을 통한 해외마케팅·홍보활동, 외국인의 투자 유치, 국제영상제·견본시장 참여 및 국내 유치, 수출 관련 협력체계의 구축 등의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를 근거로 했다.

해당 법에 아리랑TV에 대한 명확한 명시가 없어, 그만큼 아리랑TV의 제도적·정책적 기반이 취약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아리랑TV는 방송 사업자로서 정확한 위상을 갖게 된다. 그동안 아리랑TV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논의는, 2001년부터 <국제방송교류재단법>과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국제방송공사법> 등의 형태로 추진돼왔다. 그렇지만 국회의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되거나 관련부처 등간의 의견 차이로 무산돼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KBS 등의 이견이 컸던 게 사실이다.

아리랑TV, 모든 것은 문체부장관에 귀속된다

교문위에서 <아리랑국제방송원법안>이 처리된 것에 대한 부처 간 이견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방통위는 교문위 측에 해당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법 자체가 아리랑TV의 방송사업자의 위상을 갖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재원 또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해 지원되고 있지만, 모든 권한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귀속돼 있기 때문이다.

<아리랑국제방송원법안> 제7조(임원)는 “아리랑국제방송원장은 문체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원장을 제외한 임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문체부장관이 임명한다”, “감사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사람을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제13조(재원 등)는 아리랑TV의 재원과 관련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 또는 보조금,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24조에 따른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부터의 출연금 또는 보조금,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외의 자의 출연금 또는 기부금, △차입금 및 그 밖의 수입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리랑TV 운영 예산 가운데 60%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해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해당 기금을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에서는 지원의 책임은 갖고 권한은 없어지는 법안 내용에 불만일 수밖에 없다. 또, 방송사업자라고 규정되는 만큼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로서도 방송사업자에 대한 역할이 없다는 점도 불만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한 고위관계자는 “교문위에 반대의견을 냈었는데,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며 “아리랑TV에 대한 근거법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기관 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리랑TV의 재원 60%는 방송통신기금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만의 규제를 받는 것은 수정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KBS 또한 국제방송으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율도 필요하다. 국회 법사위에도 기관명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기금, 공적 돈 들어가는데 공공성/공정정 담보는 없다…“보완필요”

국회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문제는 아리랑TV가 늘 ‘낙하산’ 사장으로 인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리랑TV와 관련한 낙하산 사장 논란은 독임제 부처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신임 사장이 된 방석호 KBS 전 이사 또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독임제 기관인 문체부의 직접 관할에 있기 때문에 낙하산 사장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통위에서는 방통기금 일부를 쓰고 있는데 ‘보고’ 등 이런 것들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법사위에 부대의견으로 방통위 의견을 전달하도록 했다”며 “법과 시행령 등에서 낙하산 사장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가 합의제 위원회라는 점에서 견제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국회 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도 적극적인 반대 입장이다. 최 의원실 한 관계자는 “원래는 2월 임시국회에서 법사위·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법사위에 올라간 이후, ‘반대’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리랑TV는 문체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정성근 전 사장과 현 방석호 사장까지 낙하산 논란이 컸다”며 “모법에서 그런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법안에는 아리랑TV의 절대다수는 방통기금에서 지출되는데 방통위가 관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리랑TV는 방송사로서 사실상의 보도기능도 가지고 있고 편성에서만 보더라도 종합편성과 다른 없다”며 “<방송법>에 규정하고 있는 편성위원회 등 방송에 대한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들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아리랑TV의 역할은 공익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던 측면이 크다”며 “그러다보니 낙하산으로 인해 정체성이 자꾸 흔들려왔다”고 지적했다. 추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정체성 정립을 분명히 한다면 문체부와 방통위의 규제 부분 역시 교통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또한 명확해질 것”이라며 “그렇지만 국회에서 방송으로서 공적책무를 강화하는 부분에서 논의구조가 생략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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