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이 서류전형 단계에서 특목고 출신들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평가했다는 ‘비리 또는 편법’ 의혹이 커가고 있다.

파장의 중심은 인터넷이었다. 고려대 입시상담 게시판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항의 게시글이 빗발쳤고, ‘다음’ 아고라에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부당함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등 인터넷을 통해 사건이 확산됐다. 반면, 고교등급제 부활 등 3불제 폐지를 줄곧 주장해온 ‘조중동’은 관련 보도를 한 꼭지도 내보내지 않아 ‘축소·은폐’로 논조의 일관성을 지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고려대는 논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채,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비교과 평가 부분에서 실질반영률을 적용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만 말할 뿐, 실질반영률의 정확한 기준에 대해서는 “알려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 등이 몇해 전까지 비교과 부분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해온 데다, 내신 등급간 점수차는 거의 없게 하면서 비교과 부분의 등급간 점수차는 크게 벌리는 방법으로 특정 고교 출신들을 특별대우해온 전례에 비춰볼 때, 고려대가 이번 입시 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부활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교등급제는 오랫동안 고려대를 비롯해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들이 공공연히 시행해오다 몇해 전 여론의 역풍을 맞고부터 자제해왔다. 왜 이들 대학 가운데 하필 고려대가 한동안 금기시해왔던 고교등급제 의혹을 살 만한 전형 결과를 내놓고, 결과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게시판에는 민감한 대학입시 문제 때문인지 여느 글들과 비교해 진지하면서도 긴 의견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선발이 엄정하고 분명하게 이뤄졌다면… 저는 그 좌절해 있는 아이들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발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 기준으로 진행되었다면… 도대체 그 아이들에게 떨어진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고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 (현직 교사라고 밝힌, 닉네임 : GTS)

“중2 딸내미를 둔 엄마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절대 특목고를 갈 생각이 없다던 딸내미가, 혹시나 특목고를 가지 않아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하는 눈치를 보이더군요. 성적은 1.5%안에 꼬박꼬박 듭니다. 이과계통으로 대학을 가고 싶어해서 특목고는 생각하지 않고 일반고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었는데… 자식 키우는 부모로써 답답하기만 합니다…” - (닉네임 : sackdongh )

“같은 대학 내에서 같은 학과 지원한 경우입니다. 같은 대학에서 같은 학과(화생공) 지원했는데 그 중 내신이 제일 좋은 보정점수 1.4등급은 떨어지고 나머지 내신 2.3* 등급 붙고 그리고 심지어 내신3.**등급까지 붙었다는데 이해가 됩니까? 잘못과 오류를 인정 절대 못할 것입니다. 진실을 숨긴 고대의 자존심이 진정한 자존심입니까? 붙은 애들까지도 떳떳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무슨 아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양심에게 묻고 싶습니다” - (닉네임 :학부모 )

“저는 일반고를 다니는 2학년 학생입니다…이미 특목고, 특히 외고라는것이 대학입시의 지름길 정도로 여겨지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외고를 가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게 기분나쁘지 않으신가요? 이번 사태에 마음이 상하신 건 알겠지만 여러분들 또한 ‘외국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그 본래 목적에 안맞는 공부를 하고 계시는 분들 아닌가요? 결국 일부 학생들을 빼고는 다들 자신의 전공과 전혀 무관한 과에 들어가실 분들 아닙니까?” - (닉네임 : 안티맨유 )

한편 <세계일보>는 “27일 열리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이사회에서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논란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학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진상조사에 들어 갈 수도 있다”며 내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사태의 파문이 간단히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이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