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만세’ 삼둥이 아빠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송일국 씨는 최근 세금으로 매니저 월급을 지급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논란은 아내 정승연 인천지법 판사가 임윤선 변호사에게 보낸 페이스북 내용이 공개되면서 더 큰 파문을 불렀다. 정 판사의 글에 등장한 ‘따위’라는 표현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따위’는 “대상을 낮잡아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네이버 사전, 유의어 나부랭이)이다.

그 표현에 가장 상처를 입은 이들이 바로 국회 인턴들이었다. 국회 인턴들은 정승연 판사가 한 “한가한 인턴”, “인턴에 불과”라는 대목에 큰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거의 모든 국회 의원실에 인턴들이 존재한다. 송일국 씨 문제는 당사자와 정 판사가 사과하며 일단락됐으나,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인턴들은 묻고 싶다. "누구한테 사과를 한 거죠?"

▲ 논란이 됐던 정승연 판사의 페북

시급 2160원의 노동, 열정페이

국회에는 약 600여 명의 인턴들이 존재한다. 국회의원 한명 당 2명의 인턴들을 채용할 수 있다. 물론, 법적 규정은 아니다. 그러나 법에도 규정이 없는 인턴 자리에는 대부분 4년제 대졸·석사 등 고학력자들이 몰려든다.

국회 인턴들은 서류상 1년에 11개월을 일을 하고 다시 재계약하는 형태로 노동을 한다. 주목할 대목은 ‘11개월’이다. 퇴직금 제도에 기인한 '편법'이다. 문서상 1년을 일한 것으로 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한다. 당연히 인턴들이 11개월만 일하진 않는다. 대부분의 인턴들이 의원실로부터 보조를 받아 1년 12개월 전부 일을 한다. 그런 인턴들이 받는 돈은 월 120만원 수준이다. 물론, 4대보험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진짜 손에 쥐는 돈은 월 11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시간외 수당은 딱 월 16시간만 인정된다. 그 외의 노동은 모두 ‘열정페이’다.

노동강도는 어떨까. 각 의원실마다 인턴들의 역할에 편차는 있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국회 일정으로 야근은 밥 먹듯이 한다. 국회가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9월 정기국회 시즌에는 한 달 전부터 의원실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인턴들도 예외는 없다. 피감기구에 질의서를 보내고 정리하고 질의안을 만들고,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똑같이 소화해야한다. 한 의원실에서 인턴들의 국감기간의 시급을 평균으로 계산해보니, 2160원이 나왔을 정도였다고 한다.

정기국회 시즌만 그런건 물론 아니다. 임시국회가 수시로 열리고 그것과 별개로 각 담당 상임위에 맞는 법안 작업 혹은 보조를 하는 것 또한 인턴들의 일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 인턴들의 이름을 수록되지 않는다. 국회에 존재하고 있으나, 이름 없이 존재하는 이들이 바로 인턴들이다.

일이 끝이 그것 만은 아니다. 담당 국회의원이 일반 상임위가 아닌 예결산위원회 등 특별위원회 등을 맡게 되면 인턴의 업무강도는 2배가 된다. 당으로부터 정부부처 장관 등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으로 차출되면, 후보자의 병력, 재산, 도덕성 검증자료를 찾고 만드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국회 인턴들에게 희소식이 들렸‘었’다

이런 국회 인턴들에게 2014년 하반기 반짝 희소식이 들렸었다. 국회 인턴의 처우를 개선해 현 월급 120만원을 15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논의(46억 4200만원 증액)됐고, 국회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예산안이 상임위에서 통과된 만큼 인턴들의 기대감은 컸다. 통상적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예산의 경우, 삭감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증액안은 국회 예결산위원회에서 결국 무산됐다.

인턴들의 상실감 또한 컸다. 한 의원실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A씨는 “상임위에서 통과됐으니까,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 믿었다”며 “그런데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기묘하다. 국회 인턴들의 기본급을 인상해야한다는 논의와 그 근거들은 기록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반면, 왜 삭감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래는 국회운영위원회 예결산심사소위원회(11월 21일)에서 국회 인턴 기본급 인상을 논의한 회의록의 일부이다.

국회운영위 구기성 수석전문위원 : 국회의원실 내 인턴 처우 수준이 열악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건이다. 기본급을 지금 120만원에서 30만원 인상하고, 시간외수당을 별정직 보좌직원과 동일하게 32시간으로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이다. 여기서 산출할 때 10개월을 적용했는데 실제는 지금 11개월이 지급되고 있다. 실제 근무는 12개월을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인턴 보수 1개월을 추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국회사무처 지성배 사무차장 : 현재 120만 원을 128만 원과 150만 원으로 증액하는 의견이 있지만, 다른 인턴하고 관계도 감안해야 될 것으로 보이고, 기본적인 취지는 의원실 인턴의 보수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저희들의 생각은 한 130만 원 정도로 올리고 시간외근무수당을 16시간에서 두 배로 32시간으로 해달라는 의견이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 : 인턴 급여가 기본급이 2008년도에 인상된 이후로는 기본급 인상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왕 인턴들의 처우 개선을 하려면 기본급 인상도 조금 더 배려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소위원장 : 인턴들의 업무는 전문적이면서도 강도가 세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 : 저희 방의 경우, 인턴에 주는 이 비용 가지고 안 되고, 기본적인 생활이 필요하다고 해서 정치자금으로 추가 지급을 더 하고 있다. 그러니 정치자금이 부족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소위원장 : 그런 방이 많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 : 차장님께서 ‘인턴을 11개월에서 1개월 늘려서 12개월로 하면 상시근무 형태와 비슷해서 인턴의 의미가 없다’ 이렇게 말했는데, 그 사고를 바꿔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소위원장 : 의원님들의 의견을 종합하겠다. 대학을 졸업하면 보통 28세, 30세 전후가 되는데 그들이 기본적인 사회 활동의 초근목피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국회 인턴으로서는 업무 강도가 상당히 세다. 따라서, 의견을 종합해 30만원 인상안을 가결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시간외수당을 지금 16시간에서 32시간으로 확대한다. …(중략)…12개월은 왜 못 하느냐하면, 정규직이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안 된다. 그래서 11개월로 한 것이다.


국회 인턴 기본급을 인상해야 한다는 데에 여야 의원들이 입장을 같이 했다. 이견 없이 30만원 인상안이 통과됐다. 당일 회의록을 보면 오히려 국회사무처에서 국회 인턴들의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예결위 과정에서 인턴들의 기본급이 삭감됐다. 예결위에서 국회의원들이 제 일처럼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의원실의 보좌관 B씨는 “국회의원들 또한 ‘세비 늘어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인턴들의 부족한 급여는 의정활동비 등을 통해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세비를 인상한다고 하면 ‘국회의원들 또 특권 늘린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 총대를 메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번 기본급 인상 무산에서 봤듯이,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 인턴이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분명한 ‘을’은 맞는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 적극적으로 내야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B씨는 “국회 내 ‘인턴노조’ 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국회의사당 모습ⓒ미디어스

국회 인턴 노조, 가능할까?

국회에서 ‘인턴노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몇몇 의원실 인턴들을 중심으로 자그마한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던 중 송일국 사태가 벌어졌고, 인턴들은 <정승연 판사의 사과는 누구를 향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까지 작성했었다. 해당 성명은 내부 격론 끝에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못했지만, 다시 한 번 인턴들이 모여야 한다는 당위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국회 인턴 A씨는 “현재 ‘같이 해보자’라는 공감대 속에서 네트워크는 구축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인턴들이 정직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우가 불합리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인턴들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지만 다른 당 소속 인턴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마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만 하더라도 현재 전당대회와 대법관 및 국무총리 청문 준비 등 일상 업무로 인해 모이는 것조차 힘들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국회 인턴 처우와 관련해 “생활물가는 많이 오르는데, 인턴 월급은 9년째 제자리”라면서 “120만원의 기본급에 야근수당이 붙지만, 4대보험을 제외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110만 원 정도로 보시면 된다. 이 돈으로는 자기개발은커녕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는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인턴들의 처우와 관련해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 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회 모순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A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턴으로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사명감”이라고 답했다. 국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법안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됐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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