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비전을 선입견으로 단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만큼은 그녀를 향한 선입견이 도리어 대중의 체면을 지켜준 셈이었다. 세계 미녀 2위 클래스의 클라라가 늙수그레한 소속사 회장님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호소할 때 일부의 대중은 망설였다. 그녀의 주장이 사실일까? 라는 의문이 도사렸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클라라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로 해야 옳겠다. 이미 몇 번의 거짓말 파문과 대중을 쥐락펴락했던 언론플레이 기질에 클라라를 바라보는 대중은 제페토 할아버지가 되어있었으니까.

15일, 한 여배우로부터의 SOS가 전달됐다. 본인의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는 그녀는 “회장의 언행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매니저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고 대중의 주목을 끌었다. 이미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는 그녀에게 더 이상 소속사를 향한 미련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우리는 이 사회가 여성에게 얼마나 냉소적인가를 알고 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술 권하는 사회를 넘어 여자 권하는 시대란 것을. 이 작은 나라에서 도사리는 성범죄가 전 세계 국가에서 최상위권일 정도이며 심지어 성희롱이라는 개념조차 명확히 잡혀있지 않다. 그로 인한 폐해는 신흥귀족이라 불리는 연예인 또한 마찬가지여서 클라라의 호소문은 생소한 것이 아니라 연예계의 더러운 관례나 클리셰와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대중이 판단을 유보했던 것은 그녀의 주장을 맹렬하게 거짓이라 반박하는 소속사와 유일한 증거를 ‘연예인의 이미지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못한 클라라 때문이었다. 그 찰나의 머뭇거림이 대중에겐 망설임을 줬다. 클라라의 소속사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는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응하지 않고 반복되는 클라라의 ‘계약위반행위’에 내용증명을 발송하자 전속계약을 해지해달라고 요구해왔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성적 수치심’을 거론하며 협박을 하고 소송까지 제기했다며 기 막혀했다.

<만약 클라라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게 상식인데 무고죄 등이 문제될 수 있으니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면서 제시한 내용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명예를 중요시하는 소속사 회장의 가치관을 알고 이를 악용한 협박이었다.>

형사고소가 아닌 민사고소. 게다가 증거를 공개할 수도 없다는 클라라 측의 행동은 무모의 극치에 위험천만이었다. 물증이나 논리 하나 없이 그저 추측만으로 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소문내 매장시킬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회장님과 나눈 문자메시지, 그 카드만 공개하면 게임 끝인데 고지를 눈앞에 두고 오히려 몸을 사리는 피해자 클라라와 가해자로 몰렸음에도 도리어 머뭇거림 없이 당당한 소속사의 극과 극 반응은 클라라의 거짓말 전력을 보태 찰나의 망설일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한 연예전문 온라인신문에서 공개한 ‘회장님과의 문자메시지’는 증거의 힘을 증명했다.

온라인 전문매체 디스패치가 공개한 ‘클라라 성적 수치심의 전말’ 그리고 SNS 문자 메시지의 기록은 달리 생각하면 클라라가 주장했던 것들이 담겨있긴 했다. 저녁 술자리를 제안하고 ‘너와의 만남은 다른 연예인과 달리 신선하고 설렌다’는 선을 넘은 이야기를 한 것, 그리고 사무적인 관계를 넘어 이성적 매력을 어필하려 했던 사실 또한 기록되어 있었다. 한 가지 다른 것은 성적 수치심을 느껴야 할 대상이 바뀌어 주장됐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성희롱을 당한 것은 클라라가 아니라 오히려 회장 쪽이라고 조소했다.

문제의 매니저 해고 사태가 생기기 전 두 사람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다. ‘회장님 굿모닝^^ 내일 8시 반 이후 가능 할 거 같습니다.’ ‘내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하지요. 내일 뵈요.’ (만남 후) ‘회장님~ 어제 기분 좋아 보여서 행복했어요^^ 땡큐♪’ 이모티콘까지 붙여가며 곰살 맞게 아침을 챙기는 클라라와 회장의 점잖고 부드러운 응대.

클라라는 '바쁘시겠지만 자주 뵈면 좋을 것 같다, 회장님과 대화를 나누면 복잡한 생각들이 많이 정리가 된다'고 감격했다. 너무 멋진 분이시며 같이 있으면 즐겁다는 찬사까지. 심지어는 감사합니다. 예뻐해주셔서.라는 여지까지 남겼다. 이 문자 메시지만 놓고 본다면 추파를 던지고 있는 쪽은 도리어 클라라 같았다. 그녀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이유로 도사리는 의심을 접어두어야 했을 만큼.

▲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회장 이모씨와 클라라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 News1
회장님! 우리 회장님!을 외치는 클라라에게 그는 ‘나도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 번 만나며 대화 하니까 좋네요. 스케줄 조정해서 가끔 봬요. 와인도 하고.’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예의를 갖췄다. 이것이 클라라가 주장하는 ‘성적 수치심’으로 환산되니 60세가 넘은 어른이 어린 여배우에게 저녁 술자리를 제안한 추파로 변질한 것이다. 회장의 문자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클라라의 회답은 ‘역시 좋은 와인을 좋은 분과 마시니 더 좋네요^^’였다.

하물며 줄곧 대화를 리드하고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한 것 또한 클라라 쪽이었다. 클라라는 수다쟁이였고 회장은 한참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선을 넘지 않은 다정함으로 덕담했다. 나는 문자를 지켜보는 내내 사감으로 이끌려 하는 클라라와 ‘복지가 우수한 회사’ 이상을 넘으려 하지 않는 회장의 능수능란함에 감탄했다. 86년생의 화려한 미인. 달콤하게 우호적이며 수시로 여성미와 이성임을 어필하는 클라라에게 그는 단호히 경계를 풀지 않았으니까.

‘회장의 잦은 문자 메시지에 관계가 틀어졌다’는 클라라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직원에게 추파를 던지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클라라의 주장 또한 그녀의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태도로 인해 호소력을 잃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를 온전히 사실로 받아들였을 때,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것은 오히려 클라라였다.

“오늘은 촬영이 7시 넘어서 끝날 듯해요. 언제 뵐 수 있을까요?”
“와인 마시고 대화하는 건 언제든지 좋지만 계약을 마무리 하려면 둘이서 볼 건 아니잖아? 그러면 시간과 장소가 분명해야지. 더 이상 시간을 지연 시키지 않았으면 해.”

계약 불이행 건으로 회의를 요청 받던 도중 아무렇지 않게 “회장님 굿모닝~”이라고 밝게 인사한 클라라가 어물거리며 약속을 잡으려 하자, 정색한 회장은 와인 마시는 사적인 대화야 언제든 좋지만 계약을 마무리하는 사무적인 자리에서 단 둘만 만날 수 없다고 응수한다. 그리고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요구하는 그의 모습에서 일말의 선을 넘은 추태 따위 찾아볼 수 없었다.

클라라는 줄곧 약속을 어겼고 몇 번의 계약을 불이행했다. 그때마다 감정적으로 울먹이며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몸매를 드러내는 사진을 보내 여성미를 어필했다. 이 온라인 매체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 일체의 거짓이나 조작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공과 사를 구분 못한 것은 클라라이고 회장과 직원의 관계에 지속적으로 남녀의 여지를 던진 것 또한 클라라라는 얘기가 된다. 60세의 회장에게 비키니 화보와 수위가 높은 언더웨어 사진을 보내고 ‘어때요?’라고 물었던 클라라가 이제는 성희롱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회장 이모씨와 클라라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 News1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이번 사건이 더욱 불편한 것은 클라라 자신이 또 하나의 불편한 선입견이 되어 여성의 지위를 스스로 깎아버렸다는 것이다.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의 입장을 악이용한 클라라로 인해 가뜩이나 협소한 보호망이 더 헐거워졌다.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불이익을 받아 입을 다무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연예계 또한 침묵하는 성범죄가 빈번할 것이다.

뭐든지 가해자 입장에서 사고하길 좋아하는 대한민국은 성범죄 피해자인 여성에게 ‘네가 먼저 꼬리친 것 아니냐.’라고 의심하기가 부지기수다. 클라라는 여기다 숟가락 하나를 얹었다. 차후에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대중에게 SOS를 외치는 여자 연예인이 나타난다면, 클라라의 사례를 들어 그녀를 꽃뱀 취급하는 누군가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어디 그뿐인가. 클라라의 문자 메시지는 대부분의 일하는 여성을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고, 공과 사를 구분 못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수틀리면 눈물 작전을 써 동정심을 유발하는 직장의 암적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클라라는 일하는 여성을 향한 부정적인 선입견의 사례가 되어버린 셈이다.

클라라측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며 내용 또한 전체가 아닌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편집된 일부라고 주장했다. 클라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악의적인 편집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속옷 화보, 비키니 사진을 보낸 것은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이며 이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고 명예훼손이라 주장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기 전 증거를 묻는 대중에게 클라라측은 연예인 이미지가 실추될 우려가 있다며 꺼려했다. 적어도 그것만큼은 클라라와 대중 모두가 인지하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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