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민감하다. 속도에 민감한 이동통신 이용자들을 상대하는 사업자라면 특히 더 그렇다. SK텔레콤이 지난해 말 ‘3밴드 LTE-A’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한다고 밝히고 이를 판매하자, 경쟁사들은 ‘SK텔레콤이 고객체험 목적 단말기를 상용화했다고 허위광고 한다’며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29일 “서로 다른 3개 대역의 주파수를 연결대역처럼 묶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 CA) 기술을 적용, 기존 LTE보다 4배 빠른 초고속 이동통신 서비스 ‘3 band LTE-A’를 29일부터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고 밝히고, 이날 바로 ‘개통’했다. SK텔레콤은 이 서비스가 기존 LTE보다 4배, 3G보다는 약 21배 빠른 최대 300Mbps 속도를 자랑한다며 ‘유료 이용을 원하는 소비자 평가단’을 구성, 한정 출시한 ‘갤럭시 노트4 S-LTE’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11일 재차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SA)가 지난 7일(영국 현지기준) 발간한 ‘LTE로의 진화 리포트(Evolution to LTE Report)’에서 “SK텔레콤이 2014년 2분기 2.1GHz 대역에서 LTE망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며, 2014년 12월29일 세계 최초로 3band LTE-A를 상용화했다’고 명시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방송광고를 통해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점을 홍보하기도 했다.

▲ SK텔레콤의 3 band LTE-A 관련 홍보 콘텐츠. (이미지=SK텔레콤에서 갈무리)

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는 ‘상용화’가 아니라며 SK텔레콤이 허위 광고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KT는 지난달 28일 △SK텔레콤이 고객 체험단에 제공한다고 밝힌 3밴드 LTE-A 단말기는 제조사의 최종 품질 검수를 통과하지 않은 시료(테스트) 단말기로 고객에게 완벽한 품질을 보장할 수 없고 △이번 3밴드 LTE-A 시료 단말은 전체 수량이 100대에 불과해 상용화 규모에 미치지 못하고 △분당 서현역 등 한정된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돼 통신 커버리지로는 상용 서비스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도 11일 입장자료를 내고 “통상적으로 이동통신 업계는 △제조사 및 이통사의 단말 테스트 완료 △공식 출고가 책정 △일반 매장에서 구매 가능 등의 요소로 ‘서비스 상용화’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실제 고객 판매용이 아닌 체험용 테스트 단말기로 최초 상용화를 주장하고 있는 SK텔레콤의 논리대로 라면 LG유플러스는 이미 ‘14년 6월 3band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KT는 SK텔레콤이 ‘세계 최초 상용화’ 마케팅으로 ‘3 band LTE-A’ 시장을 선점할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12일 KT 언론홍보팀 이선영 과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사업부에 확인해 본 결과, 지난 9일 삼성전자가 권오현 부회장 명의로 KT에 ‘KT와 SK텔레콤에 고객 체험 목적으로 단말을 제공했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 이진성 매니저는 통화에서 “삼성전자까지 ‘체험용 단말’이라고 밝혔는데 SK텔레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빠르면 오늘(12일) 중 가처분 신청을 넣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 주장대로라면 SK텔레콤은 삼성전자가 ‘고객체험’ 목적으로 제공한, 출고가도 확정되지 않은 스마트폰을 고객에게 내다판 셈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S-LTE는 체험용이 아니라 품질 검수가 완료된 시판용 단말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판매를 했고 유료로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가 있는데도 상용화가 아니라는 경쟁사 주장은 일리가 없다는 게 SK텔레콤 주장이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경쟁사의 대응이 ‘발목잡기’라는 주장이다. PR실 문진호 매니저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T에서는 ‘체험용 단말’이라는 이야기만 하고, SK텔레콤이 이 서비스를 고객에게 ‘유료로 판매’했다는 사실은 생략했다”고 말했다. 그는 “KT는 ‘세계 최초’라는 광고를 우리와 함께 방송협회 심의에 신청했는데, 우리는 붙고 KT는 떨어졌다”며 “그러나 발목을 잡으려고 생떼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12월 말부터 (SK텔레콤과 KT) 양쪽에서 같은 내용으로 광고 심의를 신청했고, 우리는 양쪽에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SK텔레콤은 GSA보고서와 단말기 공급을 확인해주는 삼성전자의 자료를 제출했지만 KT는 자신이 삼성전자에 보낸 ‘SK텔레콤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이 맞느냐’는 취지의 공문만을 제출했다”며 “이 결과, 8일 심의위에서는 SK텔레콤 광고만 심의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그는 “협회에서는 법적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사업자들이 심의위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내린 결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 삼성이 KT와 SK텔레콤에 제공한 갤럭시노트4 S-LTE 단말기 내부모습. (사진=KT)

한편 이동통신사들이 ‘첫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두고 다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이통3사 사이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12일 아시아경제는 방송협회 방송광고심의회의 심의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지난해 SK텔레콤과 KT가 기가와이파이 기술개발을 놓고 서로 최초라고 주장했고 지난 2012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VoLTE(Voice over LTE)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통사의 ‘과장광고’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12일자 19면 <이통사들 ‘4배 빠른’ 진흙탕 싸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14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자료를 보면 이통3사가 ‘2배 빠른 LTE’라고 광고하는 ‘광대역 LTE’의 경우 실제 속도는 평균 77.8Mbps로 광고속도(150Mbps)의 절반에 그쳤다”며 “‘3배 빠른 LTE’라고 광고하는 ‘광대역 LTE-A’의 경우도 실제 속도는 114.4Mbps로 225Mbps인 광고 속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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