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발표한 KBS가 카메라 테스트를 받는 아나운서 지원자의 의상을 흰 티(상의)와 청바지(하의)로 제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케이블 채널 올리브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아나운서 편'에 CJ 미디어 공채 아나운서 지원자들이 흰색 반팔 면티에 청바지를 입고 노메이크업 상태로 카메라 테스트를 받은 적은 있으나, 공중파 방송 아나운서 지원자들에게 의상을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 2009 KBS 신입사원 공채 공식 홈페이지.

KBS는 신입사원 공채 공지에서 "카메라 테스트 기준 복장은 흰색 계열 면티(상의)와 청바지(하의)이며, 기준 복장 이외의 경우에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KBS 인사운영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상당히 많은 지원자들의 카메라 테스트가 한 날에 이뤄지기 때문에 지원자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짧다"면서 "그 짧은 시간 때문에 지원자들이 많은 비용을 쓰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의상으로 인한 후광 효과로 지원자들의 실력이 가려지는 것을 막고자 했다"며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도입 시기를 놓고 검토하다가 지금 경제도 어렵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이라 판단해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KBS의 이같은 의상 규정이 알려진 직후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
(http://cafe.daum.net/forjournalists)에는 "좋은 취지인 것 같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예비 언론인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예비 언론인 '아나드림'은 "저는 개인적으로 찬성이다. 옷은 보지 않겠다는 거니 더 공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roha'도 "저도 찬성이다. 물론 관리를 더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취지는 참 좋은거 같다"고 말했다.

▲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http://cafe.daum.net/forjournalists)에 올라온 KBS의 아나운서 지원자 의상 규정에 대한 예비 언론인들의 반응.

KBS의 아나운서 공채 전형절차는 카메라테스트, 작문, 시사교양약술, 실무능력평가, 집중면접 등 모두 5단계로 진행된다.

아나운서 지원자들의 경우, 방송사 카메라 테스트를 받을 때 전문 헤어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메이크업을 받는다. 또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의상을 구입하기도 하며, 일부는 아나운서 의상 맞춤 가게에서 따로 의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돈이 없으면 아나운서 준비도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나운서 준비 과정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해마다 방송사 아나운서에 지원하는 지원자 수는 수백명에서 1천여명에 이를 정도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나운서와 '외모'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 미스코리아 출신과 연예인 출신이 잇달아 방송사 공채 아나운서로 선발되면서, 아나운서의 기준이 '미모'가 최우선 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따라 다닌다. 이런 가운데 KBS의 흰 티, 청바지 의상 규정은 앞으로 방송사 아나운서 채용 절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예비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석한 MBC 김주하 기자는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한 경험을 살려 아나운서의 외모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나운서를 뽑을 때 물론 외모도 많이 본다. 그런데 예쁜 얼굴을 뽑는 것이 아니라 '신뢰감을 주는 얼굴'을 뽑는다. 뉴스는 시청자들에게 무엇보다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상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시각 자체가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여성 아나운서는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이들이 갈수록 연예인화되고 있는 경향은 아나운서를 외모로만 바라보게 하는 시각을 강화시킨다. 미인대회에서 수영복 심사를 폐지한다고 해서 여성을 타자화하는 시선 자체가 변하지는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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