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티볼리 공약, 연예인 영향력 사용의 좋은 예

언제부턴가 이효리는 조금 특별한 위치에 선 연예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비단 그녀가 채식주의를 선언하거나 동물보호에 앞장서서가 아니다. 또, 화려한 대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제주도에 내려가 농사를 짓거나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소셜테이너’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기 때문만도 아니다.

물론, 지난 몇 년 간의 이효리는 분명 우리가 예전에 알던 그 이효리와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녀는 더 이상 핑클 속 ‘요정’이 아니며, ‘텐미닛’을 부르며 전국을 ‘효리앓이’에 빠지게 만들었던 섹시스타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콩밭에 앉아 낫질을 하는 모습과 유기견을 어루만지는 모습 등은 요정보다 더 순수해보이고 그 어떤 섹시스타보다 더 매력 있게 다가온다.

일각에서는 “언제적 이효리냐”며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행동 하나, 그리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언론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분명 아직까지 그녀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한 듯 보인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영향력이라는 걸 ‘좋은 일’에 사용하기 위해 아주 조금씩 우직하게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 이효리 트위터 캡처
최근 화제가 된 그녀의 티볼리 공약도 결국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라는 걸 보다 더 좋은 곳에 쓰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효리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쌍용에서 내년에 출시되는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됐던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정말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효리는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 덧붙이며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녀의 글을 본 한 트위터 사용자가 “소녀시대랑 걸스데이도 동참하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이효리는 “효과는 그게 더 좋겠다”라고 화답하는가 하면, “티볼리 광고 출연은 어떤가?”라는 글에는 “써주기만 한다면 무료라도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좌측)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우측) 사무국장이 13일 오전 4시께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평택공장 내 도장공장건물 옆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그녀의 ‘티볼리 공약’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효리가 참 속이 깊네”라며 칭찬했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정책기획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밥을 먹고 하늘을 보고 SNS을 봤다. 눈을 의심했다. 이효리 씨였다”는 글로 이효리의 티볼리 공약이 큰 힘이 됐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고공 농성 중인 두 분에게 혼자다 아니다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는 이효리의 마음이 전해진 것이다.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이창근 실장은 지난 12월 13일부터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사무국장과 함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9년 자행된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가 아직까지 실마리를 찾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회사와의 교섭 등을 요구하며 굴뚝 위로 올라 선 것이다.

물론 쌍용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티볼리의 판매 실적이 좋다고 한들, 해고 노동자가 회사로 복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그리고 여전히 고공농성 등을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이효리의 한마디는 큰 힘이 됐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사회면 구석에서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근황과 힘겨운 투쟁이 이효리 덕분에 포털 메인에 올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 가수 이효리 ⓒ연합뉴스
이효리 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이렇게 자신의 영향력을 ‘멋있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쉽게 돌을 던지기 어려울 거 같다. 오히려 인기를 등에 업고 각종 CF와 행사현장을 누비며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일부 연예인에 비해 이효리가 훨씬 ‘연예인’스럽다. 속이 깊은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감동이 따로 없다.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 출연한 이효리는 “보석이나 명품도 많은데, 왜 하필 동물보호에 앞장서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보석이나 명품은 해 볼만큼 해봤고…. 그냥 제 이름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돈 버는 일이 아닌 좋은 일에 써보고 싶었어요.”라고.

이번 티볼리 공약 역시 그녀가 말한 ‘좋은 일’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까지 그녀가 지금의 인기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있는 한 줌의 영향력이라도 ‘좋은 일’에 쓰고자 노력하는 이효리의 결심과 행동을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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