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사용용도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필요한 용도가 있지 않았겠느냐”, “몰래카메라를 ‘몰래’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국회는 16일 청와대 문건 유출과 비선 인사개입 의혹, 4대강사업·자원외교 ·방산비리 관련 의혹 등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가졌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청와대 문건 유출과 비선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 질의하면서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지난해 5월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한 사실을 폭로하고, 정윤회 씨로 인해 비롯된 청와대 내 권력암투와 관련돼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문 도중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구매한 '시계캠코더녹음기' 목록을 보여주며 '몰카' 구입이유를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민희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취득원장>에 따르면,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는 지난 5월 시계 캠코더 녹음기 JW700(8GB, 남성용)과 JW3500(8GB, 여성용)을 각각 구입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이른바 ‘시계형 몰래카메라’이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해당 사진을 꺼내며 “시계인데 그냥 시계는 아니다. 몰래 카메라가 된다”며 “청와대 제2부속실에 왜 이런 게 필요하냐”고 따졌다.

최민희 의원은 “설마 몰래카메라를 대통령을 대상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 도대체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몰래카메라까지 부속실이 가지고 다니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처음에는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보관 관리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최민희 의원이 “거짓말 하지 말라.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는 이미 15개의 레코더가 있다”며 “그리고 12월 8일이 되어서야 취득원장이 정정(제2부속실에서 연설기록비서관실로)됐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청와대가)내부 필요로 하는 장비까지 다 알 수는 없다”며 “필요한 용도가 있지 않겠는가. 비서관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으면 그때그때 녹음했다 쓴다거나”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몰래카메라이지 않느냐’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 국무총리는 “몰래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비선실세 논란 지적에 정홍원 국무총리 “정윤회, 특별한 사람 아니야”

이날 최민희 의원은 청와대 내부 문건과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최 의원은 “대통령 주변에서 진실게임이 진행중”이라며 “한 쪽은 ‘오래 전에 내 곁을 떠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한 쪽은 ‘대선 이후 감사전화를 받았다’라고 한다. 누가 거짓말 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최 의원은 또한 “문체부 전 유진룡 장관은 ‘나쁜사람’이라고 경질을 지시했다고 한다. 무엇이 진실인가?”라고 덧붙였다.

▲ 정홍원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정치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며 “감사전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부 전화한 것을 가지고 업무상 연락이나 국정 관련 연락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 전체 맥락을 보고 판단해야한다”고 답했다. 또, 유진룡 전 장관에 대해서는 “정확한 워딩은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오래 전 적소하라고 했고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서 대통령 말씀이 있었다. 그것에 따른 장관인사이고 그것이 전체 줄거리”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유진룡 장관을 독대한 것은 사실이냐’는 물음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확인 못했지만 (전체)취지를 봐선 그런 것 같다”고 수긍했다. ‘정윤회 씨가 박진만 씨를 미행했냐’는 물음에는 “수사 중”이라고만 답했다.

최민희 의원은 “‘피보다 진한 물’이라는데 도대체 정윤회의 정체는 뭔가”라면서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감사전화를 받고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번호를 알고 통화할 수 있고 검찰에 출두할 때 황제경호를 받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황제경호는 확인된 사안이 아니라 답변하기 어렵다”며 “선정적 보도에 대해 진실이라고 단정해서 질문하지 말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편, 최민희 의원은 모두 발언을 통해 “4·16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맹세했다. 그런데 물거품이 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동생은 정체불명의 정윤회 씨와 싸운다. 그리고 장관과 비서관, 행정관까지 언론에 대고 서로 할퀴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떳떳하다고 했으니 비선실세 특검으로 가자. 그리고 제2부속실은 당장 폐쇄하고 김기춘 비서실장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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