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보도 담당 사장이자 메인뉴스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앵커가 올해의 <송건호 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30년 이상 한길을 걸어온 업적과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하기에 적합하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고 밝혔다.

▲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 (사진=JTBC)

<송건호 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을 제13회 <송건호 언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9일 저녁 밝혔다.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주최하는 <송건호 언론상>은 신문, 방송, 통신 등 각 분야에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사회에 대한 공헌을 했거나 언론민주화에 기여하여 故 청암 송건호 선생의 언론정신을 이어받았다고 판단되는 개인 또는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심사위원회는 손석희 사장에 대해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대학교수를 거쳐 현재 JTBC 보도 담당 사장으로 재직하며 <JTBC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언론인”이라며 “JTBC 뉴스를 진행하며 사실∙공정∙균형∙품위라는 목표 아래 심층취재 보도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시청률과 신뢰도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회는 “권위주의 정부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21세기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언론인이 자연적 의미에서 저널리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위환경을 끊임없이 감시하며, 언론 산업의 수준을 높이고, 나아가 저널리즘의 품격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지구촌 미디어 환경의 세기적 전환기에 한평생 언론인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던 송건호 선생의 자세를 수상자(손석희 사장)에게서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회는 “방송인으로 30년 이상 한길을 걸어온 수상자의 업적과 사회적 영향력을 포함하여 그동안의 활동을 두고 여러 각도에서 신중하게 토론을 벌인 후, <송건호 언론상>을 받기에 적합하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됐다”며 “수상자가 믿는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을 의지대로 지키며 실천해 나가는 길에 이 상이 격려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손석희 사장은 수상소감에서 “방송생활 30년을 넘기면서 상을 받아본 바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이름을 기리는 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매우 부담스럽다. 받는 순간부터 그 분의 삶을 생각해야 하고, 저의 삶을 생각해야 하며, 심지어는 저의 삶의 그 이후까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돌이켜보면 제가 송건호 선생과 연결된 지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74년에서 75년에 걸친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때, 저도 비록 어린 학생이었지만 시민 성원 광고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 때의 두근거렸던 느낌을 기억한다”며 “이 상이 ‘족쇄’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마다 40년 전 시민 성원광고를 낼 때의 그 두근거림을 다시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손석희 사장 수상소감 전문.

<송건호 언론상>의 후보로 올라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수상자로 결정되기 하루 전에야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도 내게 그런 상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고 바로 잊어버렸습니다. 제가 상에 초연해서가 아니라 이 상은 분명히 저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제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방송생활 30년을 넘기면서 상을 받아본 바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이름을 기리는 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받는 순간부터 그 분의 삶을 생각해야 하고, 저의 삶을 생각해야 하며, 심지어는 저의 삶의 그 이후까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가지도 못할 주제에 수상이라니…

죄송합니다. 쓰다 보니 수상소감이 아니라 수상회피의 소감처럼 쓰게 됐습니다. 사실은 지난 1년 넘는 시간 동안 상은커녕 징계 대상으로만 수없이 올라가던 형편이었는데 다른 상도 아닌 <송건호 언론상>을 주신다 하니 저의 감상이 좀 격해졌나 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송건호 선생과 연결된 지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74년에서 75년에 걸친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때, 저도 비록 어린 학생이었지만 시민 성원 광고에 참여하기도 했으니까요. 지금도 그 때의 두근거렸던 느낌을 기억합니다. 당시 모든 이들의 뇌리에 박혔던 이름이 바로 언론인 송건호였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언론은 변했기도 하고, 변하지 않았기도 하고, 발전했기도 하고, 제자리걸음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제 생각은 대략 이렇습니다.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시민사회의 대변자여야 한다는 것. 그 점에 있어서 때로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 사실 이건 뭐 너무 뻔한 얘기여서 재미없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2014년만 보더라도 한국사회는 아시는 것처럼 축적된 사회적 갈등구조가 거의 전 방위적으로 불거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세월호 참사 이후 그 수습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적 갈등은 그 자체가 더 비극적인 참사였습니다. 가장 인도주의적인 사안에서조차 양극으로 갈라지고 정치권과 언론은 그것을 이용하고 심지어는 조장한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했습니다. 결국 극단주의가 시장에서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매우 원초적인 게임의 법칙이 지배한 사회가 우리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송건호 선생 시절로부터 물려받은 용기, 즉 정치권력으로부터 저널리즘을 지켜야 하는 용기뿐만 아니라, 왜곡된 시장논리로부터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을 지키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한 처지가 됐다는 것이지요. 저나 JTBC 기자들에게 그런 용기가 얼마큼이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과연 시장논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희로서는 용기가 필요할 때는 용기를 부리고 싶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왜곡된 시장논리, 즉 극단을 도구로 한 이익의 추구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함께 해준 JTBC의 선배와 후배기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널리즘은 어느 시대, 어느 정부 하에서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덕목이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언론은 친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시장은 또한 늘 우리를 유혹하니까요. 그래서 앞선 어느 수상자가 소감에서 밝힌 것처럼, 이 상이 ‘족쇄’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 마다 40년 전 시민 성원광고를 낼 때의 그 두근거림을 다시 기억하겠습니다.

상을 주신 청암언론문화재단과 송건호 선생의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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