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을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촉구하며 시청 농성에 돌입한 지 나흘째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농성장이 있는 1층 로비를 피해 지하로 출근하는 등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인권헌장 제정을 담당했던 서울시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묵묵부답이다. '시민참여행정'과 '소통'을 강조했던 박원순 시장의 행보에 '이상신호'가 들어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시장은 ‘새마을지도자대회’ 등의 업무는 소화하고 있다.

인권시민사회단체는 9일 오후2시 기자회견을 열어 <성소수자 인권 지지와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를 요구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의 골자는 변함 없었다. ‘성소수들과의 면담’과 ‘인권헌장 선포’였다. 하지만 연대 단체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요구안에 이름을 올린 단체들은 무려 154개에 달했다. 예정대로라면 인권헌장은 10일(내일) 오후 선포됐어야 하나,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범시민단체 차원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것이다.

▲ 12월 9일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한 지 4일째, 154개 인권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박 시장의 면담과 인권헌장 선언을 촉구했다ⓒ미디어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의 민주적 토론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인권헌장을 사실상 용도폐기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한다”며 박원순 시장의 현재 행보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을 부정하면서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혐오와 차별을 승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권헌장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포함해 그 어떠한 차별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서울시민의 성숙한 민원의식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이러한 인권헌장이 서울시가 예정했던 서울인권선언기념일에 선포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인권헌장공청회에서 벌어진 보수기독세력의 폭력사태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동성애 혐오세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동성애 혐오발언에 대해 그대로 둔다면 모방자를 양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이를 방치한 것도 모자라, 그들을 찾아가 직접 사과까지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당선 이후 단 한 번도 성소수자 단체의 면담 요구에 응한 바 없다”면서 “보수 기독교 단체를 만나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의견을 나눌 시간이 있다면, 성소수자를 만나지 못할 이유는 뭔가”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 기자회견이 끝나고 박원순 시장을 만나러 시청 3층으로 올라갔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박워순 시장은 ‘국민소통공감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중이었다. 청원경찰들은 곧장 이들은 막아섰고, 보수 기독세력의 방해 수위는 더 높아졌다. 서울시의 이 같은 행태에 <마포 민중의 집> 정경섭 공동대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 앞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당한 것과 겹쳐보인다”고 개탄할 정도였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행사를 마치고 1층 로비를 피해 다른 행사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8일 밤 인권단체들이 농성 중인 로비 주변 전기를 끊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신문고> 이계덕 기자에게는 “농성단 편인 것 같아 방문증을 내 줄 수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아래는 이날 인권시민단체들이 박원순 시장의 성소수자들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 시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이동한 모습들이다.

▲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행사장 가는 길은 가로막혔다ⓒ미디어스
▲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사진은 행사장 가는 길이 가로막히자 그 자리에 누운 모습ⓒ미디어스
▲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미디어스
▲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서자, 보수기독 세력들의 방해가 이어졌다ⓒ미디어스
▲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사진은 행사장 가는 길이 가로막히자 그 자리에 누운 모습ⓒ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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