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휘를 ‘트랜스포머형 싱어송라이터’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뮤직서울에 소속된 아티스트이면서, 최연소 편곡가 혹은 최연소 작곡가 등 ‘최연소’란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이다. 2014 MAMA에서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를 편곡했고, 올 상반기 음원 차트를 올킬한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의 타이틀곡 ‘나의 옛날이야기’를 편곡한 김제휘는 한 달 뒤면 이십 대의 반열에 들어서는 떠오르는 편곡가다.

알고 보면 김제휘는 아이유의 열렬한 팬, 그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비화도 있다. 편곡가는 가수가 녹음을 할 때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수의 노래를 디렉팅해야 한다. 때문에 아이유가 녹음할 때 칼 같이 짚어주어야 했지만 김제휘는 모든 게 좋다고 했다는, 아이유에 대한 팬심으로 다소 편파적인 디렉팅을 하기도 했단다. 약 한 달 후면 약관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연소 작곡가 김제휘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 작곡가 김제휘 ⓒ박정환
- 음악적인 재능이 있다고 스스로 느낀 때는 언제부터인가.

“음악적인 재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거나, 특출 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대신 어릴 적부터 어떤 것에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몰두하는 성격이다. 가령, 만화에 빠졌다고 치자. 다른 친구들 같으면 만화를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저는 만화를 직접 그리고 싶은, 창작에 대한 열망이 강한 편이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피아노 학원을 억지로 보냈다. 제가 왼손잡이다. 양손을 모두 써야 두뇌가 발달한다고 해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다녔지만 피아노를 배우다 보니 점점 재미가 붙었다. 나중에는 혼자서 남아 연습할 정도로 피아노에 흥미가 생겼다. 그러다 ‘음악을 직접 만들면 재미있겠구나’ 싶어 음악을 많이 듣고, 음악을 만들려는 시도도 많이 해보았다.”

- 편곡할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저의 음악적인 컬러도 중요하지만 작곡하신 분의 음악적인 특색을 중요시한다.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작곡하신 분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그분의 의견을 많이 담고자 노력한다.”

-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의 타이틀곡 ‘나의 옛날이야기’의 편곡을 맡았다.

“원곡이 워낙 명곡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흘러가는 듯한 느낌의 노래다. 편곡할 때 원곡 그대로 가야 하나, 아니면 바꿔서 기승전결로 가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원곡의 감성을 해치지 않고자 노력했다. 원곡의 감성을 가지고 가되, 아이유 누나가 노래를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편곡했다.”

- 최연소 편곡가, 최연소 작곡가 등 ‘최연소’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최연소라는 수식어는 기분 좋은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다. 지금은 나이가 어리다는 게 장점이지만, 이십대가 되면 다른 작곡가와 똑같은 눈높이에서 비교당할 수 있기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심적 부담감이 살짝 있기는 하다.”

▲ 작곡가 김제휘 ⓒ뮤직서울
- 윤현상의 미니앨범 <피아노포르테>의 타이틀곡 ‘언제쯤이면’도 편곡을 맡았다.

“아이유 누나의 곡은 편곡을 마친 상태에서 녹음할 때 아이유 누나를 만났다. 하지만 현상이 형 곡은 처음부터 현상이 형 녹음실에서 형과 함께 먹고 자면서 작업을 함께했다. 같이 작업을 하면서 제 음악적인 색깔과 현상이 형이 바라는 음악적인 색깔이 하모니를 이룰 수 있었다.”

- 2014 MAMA에서 나온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 편곡은 어땠나.

“‘날아라 병아리’ 원곡은 순수한 노래다. 어릴 적 만난 병아리가 죽는 내용을 담은 노래다. 노래 가운데 ‘나 또한 영원하지 않다’라는 가사가 있다. 가사가 가볍지 않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신해철 선배님의 노래라 부담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편곡을 담당한 이유는 ‘일이 들어오면 모두 소화하자’는 평소 추구하던 마인드 때문이다. 제의가 들어오는 작업을 십대 때 모두 소화해 놓는다면 이십 대 이후 저 자신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큰 일이라도 감당하고자 애쓰는 스타일이다. ‘날아라 병아리’는 편곡할 때 추모와 애도의 정서를 많이 담고자 노력했다.”

- 내년에 솔로 앨범을 내놓을 예정이다.

“자작곡을 계속 만드는 중이다. 제가 만드는 음악은 재즈 팝, 발라드, 포크, 모던 록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담고 있다. 제가 만드는 곡을 취합해서 완성도 높은 곡을 골라 앨범을 내놓을 예정이다. 발매되는 계절이나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선곡할 예정이다.

여태 듣지 못한 실험적인 음악도 있을 것이다. 실험적이라고 해서 저만 만족하는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장담한다. ‘새로운 곡인데 괜찮네?’ 하는 반응이 많았다. 다음 소절을 궁금하게 만들어줄 자작곡이 많다. 첫 앨범은 에너지가 넘치는 앨범을 내놓고 싶은 바람이 있다.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것처럼, 듣는 이가 기분이 좋아지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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