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와 면담을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시와 청원경찰은 도를 넘는 대응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농성단은 6일 오전 11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에 △성소수자들과의 면담,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동성애 혐오자들의 행패와 난동·폭력 수수방관에 대한 사과, △동성애 혐오자들의 행패와 난동·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 △서울시민인권헌장 조속한 선포를 촉구하며 서울시청 농성에 들어갔다.

▲ 6일 오전 11시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와 면담,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촉구하면서 서울시청 농성에 돌입했다ⓒ미디어스

농성장에서는 지금…채증, 컵라면·도시락 반입, 출입통제로 논란 중

그러나 인권단체들의 청사 농성 첫날, 반인권적 행태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인권변호사 출신 박원순 시장의 인권단체들의 농성 맞이는 냉혹했다. 먼저 ‘채증’ 논란이 시작됐다.

▲ 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들이 6일 오전11시 서울시청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경찰이 농성장을 채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미디어스
오후 5시 30분 경, 인권단체활동가들과 경찰 간 ‘채증’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이 채증 카메라를 가지고 농성단을 찍고 있었고 인권단체활동가들은 “불법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채증은 잘못됐다. 당장 끄라”라고 맞섰다. 발단은 150일 넘게 광화문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서울운동본부 희망연대노조 씨앤앰 지부가 지지의 뜻으로 가져온 ‘컵라면’ 때문이었다. 경찰 책임자는 채증의 이유로 “라면은 안 된다. 당장 빼라”고 말했다. 라면 반입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컵라면을 반출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인권단체활동가들은 “적법한 절차라면 관등성명을 대라”고 요청했지만 채증을 하던 경찰은 그대로 내뺐다.

▲ 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들이 6일 오전11시 서울시청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경찰이 도시락 반입을 막으면서 논란이 일었다ⓒ미디어스
잠잠했던 농성장에 사건은 다시 벌어졌다. 5시 50분경, 농성장에 앉아있던 십여 명의 사람들이 정문을 향해 뛰어나갔다. 이번에는 농성장에 들여오던 ‘도시락’이 문제였다. 경찰은 “반입은 안 된다”고 막아섰고 인권단체활동가들은 “라면도 안 된다더니, 밥은 왜 안 되느냐”라며 다소 격한 몸싸움이 이어졌다.

▲ 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들이 6일 오전11시 서울시청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경찰이 오후 6시 10분경 시청 출입문을 통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미디어스

6시 10분 경, 또 사건이 벌어졌다. 청원경찰이 서울시청 정문을 통제하며 다시 충돌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서울시 총무과에서 정문을 통제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며 “확인해보라”고 이야기했지만 논란은 5분 넘게 이어졌다. 명숙 활동가는 “청원 경찰 입장에서는 시간이 됐으니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그들이 가진 임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서울시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의 소통 창구로 주목을 받았던 ‘시민게시판’이 먹통이 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농성에 들어간 성소수자차별반대 인권활동가들은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과 인권헌장 제정을 촉구하는 집단 문자를 발송했으나 반영이 안됐다. 농성단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민원을 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원순 시장과 함께한 시간 후회스럽다”

농성장에서는 정치인들을 비롯한 인권단체, 자유발언들이 이어졌다. 이들은 무엇보다 박 시장이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임원 간담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기독신문>에 따르면, 당일 박 서울시장은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 “사회갈등이 커지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기도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듯이 인권헌장도 합의가 중요하다”라고 발언했다.

▲ 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들이 6일 오전11시 서울시청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정의당 류은숙 여성위원회 위원장이 "박원순 시장 발언은 인권을 후퇴시키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미디어스

박원순 시장의 발언에 대해, 정의당 류은숙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나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며 ‘인권헌장에 합의가 필요하다’는 발언은 “(인권은) 모든 사람들의 합의가 가능하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확인된다”며 “여성의 인권은 수많은 여성들이 단두대에 올라가고 달리는 말에 뛰어들고 그런 노력으로 쟁취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그 같은 발언은 인권을 후퇴시키는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류은숙 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정을 운영하면서 과거에 없었던 ‘진정한 소통’과 ‘민주주의’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수긍한 뒤, “이제 진짜 답을 할 때가 됐다. 이번 인권헌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즐거운교육상상 안영신 집행위원장은 먼저 “박원순 시장이 정말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까?”라고 물은 뒤, “사실이라면 그동안 함께했던 시간들이 후회스럽고 분노스럽다”고 일갈했다. 안영신 집행위원장은 “잘 아시겠지만 국제적으로 ‘차별은 범죄’라는 인식이 높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차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절망한다. 특히, 믿었던 박원순 시장이 그 편(동성애 혐오자들)에 서 있다는 것도 불만”이라고 개탄했다. 이어,안 집행위원장은 “일각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들이 ‘진보분열 세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박원순 시장을 보위하기 위해 그런 식의 행태를 보인다면 당신들 스스로 자기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권, 박원순 시장님 책보고 공부했는데…”

▲ 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들이 6일 오전11시 서울시청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인권연구소 창 류은숙 상임활동가는 "인권을 박원순 시장의 책을 통해 공부했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미디어스
인권연구소 창 류은숙 상임활동가는 “인권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읽었던 교제가 박원순 시장이 쓴 <국가보안법연구>였다”며 “그 책을 가지고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공부했다”고 밝혔다.

“종교의 자유 기반이 ‘타인에 대한 관용’이라는 것을 박원순 시장의 책을 보고 공부했다. 오랜 기간 인권 관련 책이 안 나오던 시절 박원순 시장 등이 세계인권대회를 다녀와 인권은 불가분이며 ‘보편적 인권이란 문화적 특수성으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쓴 견문록을 보고 국제인권을 배웠다. 박원순 시장이 쓴 석사논문도 공부했다. 촌천살인을 뱉어내실 때, 인권은 보편적 개념으로 진보와 보수를 가르지 않고 누구나 품을 수 있는 개념이라고 쓰지 않았느냐. 그거 우리 단체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님! 자신이 살아온 가치를 스스로 묻어버리고 싶으신 건가요?”

류은숙 상임활동가는 “박원순 소장의 ‘존엄성’을 위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씀 드린다”며 “우리는 박원순 시장과 정치적 책임을 같이 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박원순 시장 또한 정치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라고 종용했다.

▲ 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들이 6일 오전11시 서울시청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노동당 나경채 전 구의원은 "지금도 박원순이 차별에 맞서고 있는 성소수자 편, 인권의 편에 서 있는지 묻는 게 먼저"라고 일갈했다ⓒ미디어스
노동당 나경채 전 구의원(관악)은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면 ‘당신은 박원순 시장 편인가’라는 질문이 돌아온다”며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박원순 후보시절 인권선언을 제정하겠다고 하면서 우리 편에서 이야기했듯 지금도 박원순이 차별에 맞서고 있는 성소수자 편, 인권의 편에 서 있는지 묻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한편, 진보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오후1시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소수자 차별반대 인권단체들의 서울시청 점검을 지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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