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속담에 ‘네가 뽑은 장미가 어디서 자랐는지 봐라’라는 말이 있어.” 한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조선 선비 복장을 하고 소위 ‘헤픈 여자’를 타박하던 터키 유생 에네스 카야의 캐릭터는 그가 한국에서 고수하려 했던 이미지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십인십색 외국인으로 구성된 ‘비정상회담’ 멤버들의 가공할 만한 인기로 무수하게 쏟아졌던 CF 중 하나인 이 광고에서, 에네스 카야는 오늘 밤을 같이 보내자고 조르는 여자 친구에게 젓가락 집어던지고 일장 연설하는 고지식한 터키 유생을 연기했다.

‘꽉 막힌 오빠’로 분한 그의 캐릭터는 생뚱맞게 만들어진 광고용 캐릭터가 아니라 한국 생활을 영위하던 에네스 카야가 주장해서 만든 인간성의 본질이었다. 그의 고정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수차례 고지식한 선비 역을 성실히 수행했고, 게스트로 출연한 국내 토크쇼에서 ‘남녀 관계를 가벼이 말하는 ‘썸’이라는 단어를 용납할 수 없노라’고 흥분했다.

이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한국 여자’가 오늘 밤을 같이 보내자고 조르기 전에 더할 나위 없이 냉랭한 얼굴로 연인과 밥을 먹는 에네스 카야의 연기에서 그의 대외용 이미지가 얼마나 견고했는가를 인식할 수 있다. 오늘 밤을 함께하자고 조르는 헤픈 ‘한국 여자’와 “네가 뽑은 장미가 어디서 자랐는지 봐라.”라는 터키 속담을 꺼내 여자의 가정교육, 나아가서는 한국 여자 전체를 싸잡아 깎아내리며 터키 혹은 터키 여자를 좀 본받으라고 힐난했던 것이 에네스 카야의 인기 요인이었다.

그래서 더 헛웃음이 나온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며, 나라 단위로 한국 여자를 훈계했던 ‘견고한 터키 유생 에네스 카야’의 불륜 스캔들이라니.

지금도 명예 살인이 빈번한 이슬람권 지역의 터키 여성을 기가 세고 자기주장이 확실하다고 큰소리치곤 의존적이며 감정 표현이 미숙한 한국 여자들은 좀 반성해야 한다고 훈계를 늘어놓던 그가. 인스턴트 연애 같은 ‘썸’이라는 표현에 반대한다고 반박한다던 그가. 외국인 여행자가 터키 여자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일축했던 그가. 총각 행세를 하며 한국인 처녀를 사겨왔던 파렴치한 유부남이라니. 이보다 더 웃긴 코미디가 있을까.

최근 수어 명의 네티즌이 주장한 ‘에네스 카야의 이중생활’이 화제가 됐다. 연애 관계에 있어 보수적이고, 아내와 아들이 그의 모든 것이라고 주장했던 애처가 에네스 카야의 실상이 젊은 한국 여성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해 미혼인 척 연기하는 불륜남이라는 사실이었다.

피해자는 다수였고, ‘한국인인 게 창피하다’고 백배 사죄하며 에네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철부지 팬들의 철벽 수비에 대항하는 증거들이 속속들이 터져 나왔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 ‘자기야’에서 유부남인 사실을 밝힌 적이 있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피해자가 공개한 카카오톡의 대화는 ‘그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에네스 카야의 연기력이 얼마나 출중했는가를 증명하고 있었다. ‘오빠 유부남이야?’라고 묻는 여자에게 ‘그런 말 나올 줄 알았어. 그래서 나랑 이제 안 만날 거야?’라고 도리어 큰 소리쳤던 에네스. 어떻게 그리 속을 수 있었느냐는 의문에 그의 언변이 워낙 대단해서 깜빡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노라고 피해자는 항변했다.

엄연히 유부남인 그가 총각으로 포장하기 위한 수법은 다양했다. 누군가에겐 방송인 에네스 카야임을 숨기고 가명을 사용했으며,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아예 결혼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 자기야를 보고 따져 묻는 여성에게 에네스는 파혼한 전력이 있을 뿐 결혼 사실은 애초에 없노라고, 방송의 재미를 위해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거짓말을 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사건이 심화되고 피해자의 갖은 증언이 튀어나오자 현재 에네스 카야는 어떠한 해명도 없이 잠적중이다. 비정상회담을 비롯하여 그가 출연중인 모든 국내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홀연히 터키로 향했다. 무수한 제작비와 시간을 투자한 해외 로케 ‘로케이션 in 아메리카’의 방송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빗자루질도 제대로 하지 않고 떠나버린 때문에 애꿎은 국내 광고주와 제작진만 파문의 여파를 고스란히 뒤집어쓴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물론 그가 현재 사실을 온전히 인정한 것은 아니다. 모 아이돌 사건을 돌이켜 생각해볼 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의심만큼 위험한 것이 없음 또한 잘 안다. 그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기 전, 그리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이 사건은 ‘루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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