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돌’ 삼둥이 분량 편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인기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분량 차별이 결국 기사화됐다. 거의 독점 수준이었던 송일국네 삼둥이 출연 분량은 이미 몇 주 전부터 팬들 사이의 시시비비였다. 언젠가는 터지리라 생각했던 이 문제가 드디어 공론화된 셈이다. 최근 방송분에서 송일국 부자의 출연 분량은 30분을 넘겨, 이는 다른 가족의 두 배 이상이다.

물론 공론화된 이 논란은 그리 재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삼둥이 부자의 인기 덕분에. 여론의 키는 쪽수 싸움이다. 나머지 가족의 팬이 볼멘소리로 투덜거려도 삼둥이 팬의 철벽 방어를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기존 가족의 평균 출연 분량이 십여 분 내외. 삼둥이 가족이 그 두 배 이상의 영역을 갖는다. 충분히 논의해볼 만한 문제임에도 여론은 제작진을 편드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욱이 잔인한 것은 ‘인기순으로 출연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실드의 논지다.

물론 방송사도 사업체다. ‘인기순으로 분량에 편차를 두는 것이 뭐가 나쁘냐.’는 말은 곧 성과 위주로 기회를 할당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냐는 말과도 같다. 방송사에게 능력과 성과란 결국 인기와 비례하니까. 확실히 ‘슈퍼맨이 돌아왔다’뿐 아니라 기존의 그 어떤 예능이라도,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출연자의 분량이 절대 우위였다. MC는 물론 패널에 심지어 게스트까지. 그날 빵빵 터뜨린 사람 위주로 분량이 결정되지 않던가. 인기와 분량이 비례하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도리어 합리적인 배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사업’일 경우의 논지였다. 이 프로그램의 대상자는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며 그것도 심지어 방송이 무언지도 모르고 옹알이 하는 미취학 아동들이다. 아기들이 유리 장식장에 진열된 인형도 아니고 귀여움에 따라, 혹은 인기에 따라 분량 차별과 편애를 받는다는 사실이 서글프기 짝이 없다.

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탁월한 섭외 능력과, 비록 그 시작은 베끼기였어도 나름 콘텐츠를 확장시켜나가며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견고히 하는 청출어람한 발전 가능성만큼은 인정하고 싶다. 하지만 그에 반해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연출 능력만큼은 ‘아빠! 어디가?’의 부진이 이해되지 않을 만큼 아쉽기 짝이 없는데, 이 투박하고 배려 따윈 없는 편집 신공에서 유일한 은혜를 하사 받은 것이 바로 송일국과 삼둥이 가족이었다.

하드캐리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사랑이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하던 무렵에도 수차례 자막 논란을 일으키며 다이아에 먹칠을 하던 편집이 어쩐 일인지 송일국네 가족에게만큼은 너그러웠다. 특히 그 수혜는 삼둥이의 아버지 송일국에게로 쏟아졌는데 찬양을 넘어 아부로 보일 정도의 과장된 포장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송일국네의 성공은 동자승 같은 삼둥이의 깜찍함도 있겠지만 ‘송도의 성자’라는 극찬을 승인하게 했던 제작진의 포장 신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필자는 한 가지 주장하고 싶다. 소위 인기 없다고 놀림 받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이만큼의 공을 들여 보려 노력했었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헝거게임이라도 되나? 인기를 얻었으니 분량을 주겠다, 더 포장해주겠다는 법칙은 지나치게 가혹한 논리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는 가족에게 연출의 공을 들이고 새로운 콘텐츠를 모색해 결과적으로 균등한 사랑을 받도록 하는 것이 아기를 출연시킨 제작진의 의무다.

방송이 무언지도 모르고 어른들의 계산에 암묵적인 협의로 만들어진 아기 출연 방송을 성인의 기준에 따라 철저한 성과 위주로 평가할 순 없다. ‘인기가 많은 아기가 더 많이 출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곧 아이의 귀여움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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