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 꽃보다 더 찬란한 수식어가 어디 있을까. 모란과 장미, 하다못해 과실을 맺기 전의 새하얀 사과 꽃까지. 어느 하나 어여쁘지 않은 꽃이 없지만, 활짝 핀 것과 봉오리 그 어떤 꽃과 비교하여도 모여 만든 꽃다발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이것은 비단 식물에만 통하는 원리가 아니다.

모여 있으니 세상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는 여고생 무리가 혼자 있는 이연희보다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물론 그 원인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찬란한 젊음 덕분이겠지만, 고만고만한 소녀들이 모여 만개해 있는 정경은 함께여서,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이게 바로 꽃다발 효과다.

꽃다발 효과의 메리트는 이른바 상호보완이다. 단 둘만 모여도 비교하여 단점을 뜯는 것이 사람의 심리라지만 꽃다발 효과에 들어선 무리에게 비교와 대조는 오히려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메리트로 작용한다. 가지각색의 꽃이 모여 있는 꽃다발에서 어느 하나가 덜 예쁘고 더 예쁜 것이 없이 너도 예쁘고 나도 예쁜 것처럼, 도리어 부족한 것을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으로 감춰주어 전체를 빛나게 하는 힘이 바로 꽃다발 효과인 것이다.

이 꽃다발 효과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 KBS2의 주말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다. 예능 불모지라 불리는 최근의 지상파 예능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드물게 핫한 인기를 누리며 예능의 트렌드가 됐다. 때문에 원조 육아 관찰기의 ‘아빠! 어디가?’는 목 놓아 울 수도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건 바로 청출어람한 프렌차이즈를 지켜보는 본점 사장의 심정이랄까. 아니 도둑맞은 콘텐츠가 더 잘 팔리는 꼴을 보는 빙수집 주인의 심정과 더 가깝겠다.

시청률과 화제성, 대체할 수 없는 승자의 여유를 누리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이지만 이 프로그램이 동시간대의 육아 예능기 ‘아빠! 어디가?’를 베꼈다는 사실만큼은 제작진이라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아니 최소한 아어가가 없었다면 절대 탄생할 수 없었을 프로라는 것쯤은.

하지만 그럼에도 무작정 A를 B의 이미테이션이라 말할 수 없는 건, 최근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이룩한 노선 변경의 성취가 분명 ‘아빠! 어디가?’와는 다른 그들만의 콘텐츠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승리의 주요인에는 앞서 말했던 ‘꽃다발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요소요소 따져 보면 접점만큼이나 상이한 것 또한 많았던 두 프로그램이다. 6세~12세 전후의 ‘부모 자식 간의 대화가 가능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휴일 아빠와 여행을 떠나는 주말 캠핑의 주제를 담은 ‘아빠! 어디가?’와 달리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선택한 시간은 아빠의 주말이 아닌 평일이었고 그 장소 또한 집 밖이 아닌 우리 집 거실이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언뜻 사소하게 느껴지는 이 소소한 디테일들이 모여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의 고유 영역을 만들었다. 특히 출연자의 연령대를 대폭 하향한 제작진의 선택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신의 한 수였다. 잇따른 하차와 뉴 페이스 송일국네 삼둥이의 등장에 대폭 하향된 전체 연령대는 본격 육아 프로그램의 노선으로 선회하며 이 프로그램의 황금기를 이룩했다.

어린이와 아빠의 여행에서 아기 돌보기로 테마를 확장한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로 인해 취한 이득은 무려 몇 가지나 된다. 카메라를 의식하기는커녕 굳이 피하려 하지도 않고 마치 렌즈에 코를 박는 강아지 마냥 계산 없이 촬영을 받아들이는 아기들. 때문에 이 방송이 아이의 정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사라져 관찰하는 재미가 더 커졌다.

대상자가 ‘아기’이기 때문에 평가하는 스트레스가 사라졌다는 것 또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즐기는 이유다. 이 프로그램의 아이들은 ‘아빠! 어디가?’처럼 인성이나 예의범절을 극찬받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당하지 않는다.

물론 옹알이 수준의 쌍둥이 둘을 놓고 누가 더 낫네 낮네 할 만큼 이 프로그램의 아이들 또한 인성 평가의 잔혹한 오지랖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지만, 그건 최소한 공론화시킬 만큼 수위를 넘은 수준은 아니다. 한 살, 두 살이 아닌 개월 수로 셈하는 아기들을 놓고 인성이 됐네, 아니네를 공론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빠 어디가의 민국이 눈물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그 네티즌의 인성이 난도질당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산타처럼 이벤트로나 담합할 뿐 또 다른 출연자와 마주칠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 또한 평가가 만드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유다. 남의 자식을 비교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시청자들은 대신 형제와의 대비, 대조가 이루어내는 즐거움을 터득했다. 양배추 인형 같았던 특별 게스트 슈의 쌍둥이 자매와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이, 서준이 형제에 이어 하나를 더한 뉴페이스 송일국네 삼둥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다시없을 황금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하드캐리한 사랑이, 후의 임펙트와 맞먹는 사랑스러움이다.

대한, 민국, 만세. 송일국네 세쌍둥이는 꽃다발 효과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케이스다. 오밀조밀한 세쌍둥이가 한데 모여 있는 사랑스러움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일단 세쌍둥이라는 존재 자체가 인간극장이 아니고서야 관찰하기 어려운데 연예인의 자식인 데다 심지어 하는 짓이 각별하게 귀엽기까지 하다. 송일국네 삼둥이는 꽃다발 효과가 전하는 최적의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뜻밖에, 육아 프로그램에서 번듯하게 잘생긴 선남선녀는 인기가 없다. 아기 모델이 아니고서야 살아 움직이는 관찰 예능에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보다 친근하고 인간적인 살 떨리는 사랑스러움이다.

난공불락 ‘아빠! 어디가?’를 무너뜨린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꽃다발 효과. 그럼에도 슈돌의 모태이자 관찰 예능의 효시이며 트렌드를 도입시킨 ‘아빠! 어디가?’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다른 하드캐리의 등장으로 무대 광풍을 부를 것이냐 아니면 역으로 이미테이션을 베끼는 원조가 될 것인지.

드라마와 예능 연예계 핫이슈 모든 문화에 대한 어설픈 리뷰 http://doctorcal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