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중소방송을 지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디어렙법> 제도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광고 결합판매’ 방식을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연구용역이 정부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참고자료일 뿐이다”고 말하고 있지만 논란이 뜨겁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2014년 지역·중소방송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아직 최종 결과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지만, 복수의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결합판매의 인센티브·일몰제 전환, △EBS 결합판매 지원 대상 제외, △OBS 지원 규모 유지, △코바코-미디어크리에이트 지정매체 유지, △개인 후원·지원금 통한 재원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행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미디어렙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아직 방통위에 제출되지는 않았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장면(사진=연합뉴스)
결합판매, 인센티브로 전황하고 일몰제로 바꾼다?

방통위의 발주로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진행한 ‘지역·중소방송사 경쟁력 제고를 이한 방송광고 지원 방안’ 보고서에는 ‘결합판매’의 일몰제 전환 등 현행 <미디어렙법> 취지에 위배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현행 <미디어렙법> 제20조(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는 “지상파방송광고를 대행하는 광고판매대행자는 네트워크 지역지상파방송사업자 및 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를 다른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와 결합하여 판매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방통위가 발주한 해당 보고서에는 지역·중소방송사들의 자발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이유로 결합판매를 단기적으로는 일괄방식에서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중장기적으로 일몰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몰제란,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실상 결합판매를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미디어렙법>이 규정하고 있는 ‘결합판매’는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컸던 조항이다. MBC본사와 SBS 등 중앙방송사·광고주협회 등은 이른바 지역·중소방송사들의 끼어팔기라며 “반시장경제주의적 조항”이라고 반발했었다. (▷관련기사 : MBC 미디어렙 자사 이기주의 보도는 오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여론 다양성과 지역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법에 명시했다. 특히, 헌법재판소 역시 “중소 방송국에 일정량의 방송광고를 제공하는 경우에만 민영 광고판매 대행사업자의 설립을 허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등 미디어렙의 공공성 구현의 한 방안으로 이를 인정한 바 있기도 하다. 결합판매를 일몰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이런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내용이다.

또한 <미디어렙법> 제20조에서는 지역·중소방송사 ‘결합판매’ 비율 “직전 회계연도 5년간의 지상파방송광고 매출액 중 네트워크 지역지상파방송사업자 및 중소지상파방송사업자에게 결합판매된 평균 비율 이상”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지역·중소방송사의 경우 일정한 비율의 결합판매가 이뤄져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해당 보고서는 이 또한 “일괄방식에서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을 주문했다.

EBS 지원대상에서 제외…OBS, 결합판매 비율·매체 지정 ‘유지’(?)

방통위 발주 보고서가 EBS를 결합판매 지원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하는 것 또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EBS는 코바코를 통해 결합판매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EBS와 관련해 “광고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수신료를 배분받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야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광고 취약매체와는 다르게 봐야 할 뿐 아니라, 이렇게 바뀔 경우 코바코의 영업부담도 경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EBS의 2013년 광고매출 약 400억 원 중 결합판매 광고비는 194억으로 48.5%를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결합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EBS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보고서에는 OBS의 결합판매 비율과 코바코-미디어크리에이트의 지원 대상 매체 지정 역시 그대로 유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OBS는 신생매체의 가중치를 적용한 기준 17.3%로 결합판매 비율이 고정돼 있다. OBS노사는 그동안의 광고매출 상승분을 고려하면 고정된 17.3%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OBS의 결합판매 비율은 유지하는 방향이 적절하다”면서 ‘별도의 지원정책을 통한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보고서는 별도의 지원정책으로 ‘개인·기업의 후원·지원금’, ‘광고총량제 확대·중간광고 허용’, ‘방송발전기금 징수율 인하’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코바코-미디어크리에이트의 지원 대상 매체 지정에 있어서도 조정이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코바코의 경우, 공-민영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해서 현재 결합판매 지원 매체를 조정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OBS 역시 잠재적 경쟁매체인 SBS 미디어렙을 통한 결합판매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현 지정 체제 유지”라고 못을 박았다.

방통위, “참고자료일 뿐”, “가이드라인 없었다” 일축

방통위는 ‘지역·중소방송사 경쟁력 제고를 이한 방송광고 지원 방안’ 보고서가 결합판매 일몰제 등을 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에 대해 “참고자료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방송계 안팎에서는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 아니냐"며 방통위의 가이드라인 없이는 이 같은 보고서가 나올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반상권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장은 해당 보고서에 대해 “정부는 정책에 참고하기 위해 연구과제로 용역을 준다”며 “현재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일 뿐이고 아직 최종 완성 보고서가 제출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내용에 대해서도 “연구자의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반상권 과장은 “해당 보고서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그것이 곧 정부정책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는 입장이다.

‘결합판매 등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연구자에게 전문가 의견수렴을 많이 하고 특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설문조사 등이 반영되는 중장기 방안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을 뿐”이라며 “누구(어느 매체를)를 빼고 넣고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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