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의 잇따른 지각이 네티즌의 도마에 올랐다. 제 시간에 맞춰 스튜디오에 도착하지 못한 전현무 때문에 방송 초반은 그와의 전화 연결로 대체됐다. 그는 거듭 사과했지만 청취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게 바로 생방송의 묘미라며 장난치다간 한 대 맞을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이걸로 세 번째 지각, 운동 선수였다면 벌써 그라운드 밖으로 퇴장 당했을 사고인 것이다.

청취자가 뿔이 난 것은 비단 지각 사실만이 아니었다. 전현무의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장난기 어린 태도와 변명으로 일관하며 내 사정을 봐달라고 하소연하는 프로답지 못한 사과가 더 문제였다.

"전날 촬영이 이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늦게 일어나 세 번째 지각을 하게 됐다. 죄송하다" "작가가 6시10분에 전화해줬지만, 살짝 다시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40분이 넘었더라. 핑계가 될 수 없겠지만 죄송하다. 혼자 살아서 깨워줄 사람이 없다“

인생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라지만, 전현무의 변명을 듣는 즉시 “회사원이라면 저 변명이 통했을까?”라는 뾰족한 생각이 치미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장그래가 연속 세 번째 지각을 했다고 치자. 심지어 그가 맡은 업무는 다른 나사로 대체할 수 없는 그 자신이 주역인 임무였다면. 바이어는 뾰족해져서 돌아가 버리고 회사의 전체 이미지가 실추된 판에 “혼자 살아서 깨워줄 사람이 없다.”라는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그 어느 누가 어여쁘게 봐줄 수 있겠는가.

<전현무, 실검 1위 등극... "누가 보면 지각한 줄 알겠어요, 지각 안 했어요"> 하지만 전현무는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별반 죄책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25일, 전현무는 화보 촬영으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지각’을 입에 담으며 애교 섞인 장난을 쳤다.

지각 사태를 반성하며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무릎 꿇고 있는 사과 인증 사진에서조차 장난을 쳤던 그다. 변명과 장난으로 일관된, 그의 부적절한 사과 태도가 지각보다 더 야속하다. ‘혼자 살아서 깨워줄 사람이 없다’는 전현무의 변명 또한 그의 고정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의식한 장난 같아 청취자는 더 야속할 수밖에 없었다.

전날 촬영 스케줄이 쌓여서 늦게 잠이 드는 바람에 깨워주는 소리에도 일어나지 못했다는 전현무의 말이 거짓은 아니리라. 그는 올 한해만 해도 혀를 내두를 만큼 아찔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2014년도의 그의 필모그래피가 세 페이지를 넘길 정도다.

바쁜 연예인에게 라디오는 오래된 연인과도 같다. 고정된 수입과 흔들림 없는 일자리. 내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마치 보험을 든 것처럼 든든하지만 매일 태엽을 감아주어야 하는 시계처럼 신경 쓰이게 하는 존재다. 라디오는 생물과도 같아서 타협의 여지가 없다. 스케줄의 조정이라는 것이 애초에 불가피한 것이다. 밤낮 바뀌기는 예사에 불규칙한 생활 패턴을 가진 연예인에게 아침 라디오란 극한 체험이나 마찬가지다.

▲ 방송인 전현무 <<연합뉴스DB>>
하루에 일확천금이 예삿일인 연예계에서 월급 체제의 수익이란 노력대비 효율이 낮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라디오가 그의 인생에 최고의 필모그래피라 극찬을 받았던 박명수, 유희열이 시간에 쫓긴다며 눈물 바람의 이별을 하고나서는 오히려 TV 출연의 스케줄은 더 늘렸던 사례를 생각해보면 갑처럼 구는 전현무의 태도를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라디오는 그 타협할 수 없는 성가심이 존재 이유다. 결코 타협하지 말아야 할 최후의 아날로그이기도 하고. 전현무에게는 무수히 많은 스케줄 가운데서 대체 가능한 하나일 뿐이겠지만 청취자는 오직 전현무와 교감하기 위해서 자신의 일곱시를 바친다. 잔뜩 뿔이 난 청취자 가운데 잦은 지각으로 디제이가 교체되기라도 할까 발을 동동거리는 골수 마니아의 염려가 안타깝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을이라는 연애의 법칙은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만고의 진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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