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를 분석한 결과 2015년에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24일자 조간들은 이에 대해 보도하면서 여성인력 활용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24일자 사설

<한겨레>는 이날 사설을 통해 ‘여초시대’의 원인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의 한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저조한 이유는 법과 제도, 사회문화, 고용관행 등이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라며 보육·양육 서비스와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지원 등 관련 법률과 제도의 지원대상을 넓히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24일자 사설

<중앙일보> 역시 이날 사설을 통해 취업 후 결혼·출산 등으로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이 406만여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탄력근로시간제, 재택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보장하는 국가, 사회, 기업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일보>는 남성이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낡은 인식과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24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비슷한 관점의 인식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여성인력이 차별 없이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고 일·가정 양립제도가 갖춰져 취업 여성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낳을 수 있어야 출산율이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위의 신문들과 유사한 문제인식이다. <동아일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동아일보>는 정부가 작년까지 8년간 100조 원의 예산을 저출산대책에 썼는데도 출산율이 떨어졌다며 “효과없이 세금만 쏟아 붓는 저출산 대책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의 이와 같은 주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무상보육 재원 논란에 대한 ‘일침’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신문들은 <동아일보>와는 달리 출산율 저하와 관련해서 무상급식, 무상보육 정책 등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정반대의 인식을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는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말 그대로 ‘백년대계’가 필요한데 정부의 대응은 주먹구구식이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정치권에서 무상보육과 학교급식 재원 문제를 둘러싸고 ‘폭탄 돌리기’식 논쟁을 하고 있는 상황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철학의 빈곤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최근의 복지정책 논쟁에서 드러났듯이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이 뒷받침해야 하는 만큼 증세 문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경향신문 24일자 3면

<경향신문> 역시 <한국일보>와 유사한 관점의 기사를 배치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3면에 <소비·생산 줄어 경제성장률 ‘뚝’…비상등 켜진 나라살림>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증세와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노령층 인구의 확대로 복지지출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세액공제를 늘리고 법인세 증세를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도 “저출산 현상을 극복한 선진국들도 한결같이 출산과 육아 비용을 국가가 전폭 지원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의 어린이집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논란만 보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의 고령사회 대처가 안이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의 관점은 앞의 다른 신문에 비하면 좀 더 근본적인 지적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여초시대’의 핵심은 저출산에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인구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면 이를 통한 생산력으로 노인층을 사실상 부양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날 가망이 없다면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때문에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 한국일보 24일자 사설

일부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두 가지 점을 노리고 있다. 노령층을 부양할 경제활동인구를 당장 늘려야 한다는 것과 여성들의 출산 의지를 북돋아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직장에서 출산과 육아 문제로 여성 노동자들이 사실상의 해고 등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이 문제가 아예 채용 과정과 임금 등 노동조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경력단절 없이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지만 저출산 문제를 어느 정도나 해결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위의 언론들이 제기하고 있는 일·가정 양립제도의 경우 현실적으로 저질 일자리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며 그나마에 대해서도 기업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응할지 미지수다. 더군다나 여성들의 출산 기피 현상의 원인은 경력 단절 문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출산과 보육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적으로 떠맡기고 싶어하는 이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쉽게 지려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노동유연화’라는 미명으로 불안정노동이 확산되고, 기업이 거둔 이익이 임금인상 등을 통한 노동자들의 가처분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있는 사회안전망도 축소해야 한다고 하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이나 <한국일보>가 주장하고 있는 증세론은 이런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증세를 통해 복지재원을 확보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자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자 지면 보도에서는 그러한 맥락이 충분히 강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저출산 문제는 결국 사회 전반의 문제가 압축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며 사회 전반이 바뀌지 않으면 결코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는 것을 언론이 좀 더 공세적으로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해 내놓는 다양한 정책들이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 자체를 비판해야 한다. 그런 모든 ‘미봉책’들이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든 원인이라는 것을 누군가는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