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제51회 대종상영화제의 주인공은 <명량>이었다. 지난여름 1700만 관객을 달성한 <명량>에서 충무공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은 지난 13일 열린 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에 이어 대종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춘사영화상과 더불어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대종상 영화제가 한국 영화 최다관객을 수립하였고 애국심 코드를 내세운 <명량>을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래도 대종상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서 그런지, 전년도에 비해 비교적 공정하게 상을 나누어 주려는 시도가 역력했다.

1996년 34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영화가 개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애니깽>에게 최우수작품상은 물론 감독상까지 안겨준 옛날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2012년 4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작품상, 감독상은 물론 15관왕을 안겨준 2년 전에 비하면 올해 대종상은 비교적 균형 잡힌 편이었다.

작품상으로 <명량>을 선택했다면, 감독상은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수상하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개봉 당시 상업 오락영화로서 꽤 준수한 평을 받았으나 <끝까지 간다>보다 흥행적인 면에서 잘 된 영화도 많았고, <명량> 김한민 감독뿐만 아니라 <소원> 이준익, <제보자> 임순례, <타짜-신의 손> 강형철 감독 등 쟁쟁한 감독들이 후보에 올라와, 김성훈 감독의 감독상 수상이 다소 의외로 다가왔다.

아쉽게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명량>에게 내주어야했지만, 올해 <명량>과 더불어 천만관객을 기록한 <변호인> 또한 신인감독상(양우석), 시나리오상(양우석, 윤현호), 여우조연상(김영애), 하나금융 스타상(임시완) 등 4관왕을 수상한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가장 많은 관객을 기록한 한 영화에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 올해 화제가 되었던 다양한 영화에 골고루 상을 안겨준 것. 전년도들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여준 대종상의 큰 변화였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수상 내역 어느 곳에서도 저예산, 독립영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종상 영화제 시작부터 대중성이 강한 영화를 우선시했다고 하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로서 이제는 주류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래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한공주>의 천우희, 신인감독상 후보 <한공주> 이수진, <도희야> 정주희, 신인남우상 후보 <족구왕> 안재홍에 적잖은 기대를 걸었다. 특히 <한공주>는 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를 비롯 해외 유수 국제영화제에서 9관왕을 차지하였고, <도희야>는 제67회 칸국제영화제식 ‘주목할 만한 시선’에 선정된 작품성이 있는 우수한 독립영화로 영화계 안팎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대종상은 신인 감독상에 첫 영화 도전에 천만관객을 동원한 양우석 감독을 선택하였고, 여우주연상에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으로 남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여름 블록버스터 홍수 속에서도 유일한 여배우 원톱으로 자존심을 지킨 손예진이, 신인남우상에는 <해무>의 박유천이 선정되었다.

첫 영화 연출임에도, 다소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는 주제를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로 만들어낸 양우석 감독의 디렉팅이 훌륭했음에는 이견이 없다. 손예진 또한 여자의 몸으로 쉽지 않았을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등 여우주연상을 탈 만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해무>를 통하여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 박유천의 수상도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허나 각 부문에서 상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상을 받았다는 종합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종상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기계적인 균형을 중시한 나머지 정작 영화제라는 본질적인 의도가 흐릿해져버렸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몇몇 배우와 영화종사자들이 상을 주고받는 차원을 넘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 관계자들과 영화팬들의 눈에 비친 올해의 대종상은 다수의 작은 영화들이 배제되고 또 다시 몇몇 영화들만 수상의 영광을 안는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그래도 예년에 비해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 만큼, 내년 대종상은 올해보다 더 풍성하고 보다 많은 영화인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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