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 김정현 PD, <광고천재 이태백> 박기호 PD, <드림하이> 이응복 PD, <정도전> 이재훈 PD, <제빵왕 김탁구> 이정섭 PD, <마왕> 김지우 작가, <굿닥터> 박재범 작가, <비밀> 유보라 작가, <직장의 신> 윤난중 작가, <학교2013> 이현주 작가… 수많은 PD와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KBS <드라마스페셜>이 또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 또 다시 폐지 논란이 불거진 KBS 드라마스페셜

내년 1월 1일 대개편을 앞두고 있는 KBS는 현재 일요일 자정시간대(0시 10분)에 방송되는 <드라마스페셜>의 시간대 변경을 추진 중이다. 과거 <사랑과 전쟁>이 방송됐던 금요일 밤 11시대로 옮기지만, 주 1회였던 방송 회수가 격주로 축소되거나 예능 등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들과 함께 편성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PD들의 반발이 높다.

KBS PD협회(협회장 안주식)는 21일 성명을 내어 <드라마스페셜>의 ‘실질적 폐지’를 우려했다. PD협회는 “단막극 중흥을 위해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좋은 시간대를 준다는 명목으로 편성을 변경하는데, 그 이면에 이미 좋은 시간대에 편성할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드라마국 외에도 개별 제작부서와 협의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단막극을 특정 시간대의 1/N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면 분명 잘못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PD협회는 “단막극을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의 안정적인 유지는 독립적인 예산과 편성시간에서 나온다. 단지 얼마의 제작비를 더 주고 시간대를 옮겨준다는 명목으로 생명줄을 위태롭게 하는 것에 당장 현업 제작자들은 의구심을 갖게 마련”이라며 “단막극 운용에 대한 원칙과 로드맵을 해당 부서인 콘텐츠창의센터가 명확히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KBS 드라마 평PD들도 사내 게시판에 성명을 올리고, 21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의견과 대응 방침을 논의하는 등 <드라마스페셜> 축소 움직임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제작여건 열악한데… 개편 때마다 늘 위협받는 단막극

<드라마스페셜>은 PD와 작가들을 발굴하는 등용문의 역할을 해 왔다. <정도전>의 이재훈 PD, <드림하이>의 이응복 PD, <제빵왕 김탁구>의 이정섭 PD는 각각 <원혼>, <꿈꾸는 남자>, <들었다 놨다> 등의 작품으로 최근까지 <드라마스페셜>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드라마스페셜> 출신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여 <드라마스페셜>의 존재 가치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2010년 <달팽이고시원>으로 데뷔한 윤난중 작가는 <직장의 신>을, 같은 해 <나는 나비>로 데뷔한 이현주 작가는 <학교2013>을 집필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비밀>의 유보라 작가 역시 <태권, 도를 아십니까>, <저어새, 날아가다>, <상권이> 등 <드라마스페셜>을 주 무대로 활동해 왔다.

<비밀>로 KBS에서 <부활>, <마왕>, <상어> 등 복수 3부작을 선보인 김지우 작가와 <굿닥터> 박재범 작가, <태양은 가득히> 허성혜 작가도 각각 <드라마스페셜> 혹은 그 전신인 <드라마시티>에서 활동해 온 인물들이다.

<드라마스페셜>은 2013년 한 해에만 일요일→수요일→일요일로 바뀌며 잦은 편성 변경을 겪고, 지난해 4분기 예산 편성에서 제작비가 절감돼 5편 방송이 2014년으로 밀리는 등 고초를 겪어왔다. 만성적인 예산 부족 때문에 PD들은 “액션신은 시도하기도 힘들다”며 열악한 여건에서 제작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드라마스페셜> 제작비는 일반 미니시리즈의 1/3 정도인 80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KBS에서는 개편 전후로 늘 단막극 폐지 및 축소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KBS PD협회 안주식 협회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편성 쪽에서 들은 얘기로는 금요일 밤 시간대로 옮기고 2부작 겸 연작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부작이라는 포맷 자체가 단막극과 배치되고, 예능 프로그램하고 경쟁하는 시간대로 시간대 변경이 될 경우 참신한 실험을 시도하거나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드라마스페셜>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드라마 PD들은 ‘실질적으로는 단막극이 폐지되는 것이 아니냐’고 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안주식 협회장은 “사실 단막극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많은 작가와 PD들을 데뷔시키는 등용문 역할을 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면서도 “(회사는) 여전히 ‘제작비를 확 없애도 괜찮은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래된 프로그램이나 인기 프로그램은 없애기 어렵지만 (단막극은) 큰 저항이 없다고 판단하니까…”라고 말했다.

KBS “폐지 확정된 것 아니다” 부인

하지만 KBS는 <드라마스페셜> 폐지 논란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KBS의 한 관계자는 같은 날 통화에서 “1월 1일 개편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편성안이 확정되려면 12월까지는 가야 한다”며 “<드라마스페셜>에 대한 변화 논의가 있지만 언론 보도에 나온 것처럼 ‘폐지’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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