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퇴출을 대통령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새누리당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정권의 KBS·EBS 장악을 위해 설계됐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월 13일 이현재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만큼 사실상 당 차원의 개정안 제출로 볼 수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홍문종 위원장을 비롯한 조해진(간사)·강길부·권은희·김재경·류지영·배덕광·서상기·심학봉·이군현·이재영 의원도 발의에 동참했다. 새누리당은 “공공기관의 취약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선으로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곳을 퇴출할 수 있게 했다”면서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법안의 발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에 ‘퇴출기관’을 대통령이 정할 수 있도록 규정된 것과 현행법으로 불가능한 KBS와 EBS의 공공기관 지정을 가능하게 한 점은 사실상 언론장악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 또한 제기됐다.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KBS와 EBS에 대해 무엇을 담고 있나

가장 큰 문제는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중 제4조(공공기관)에 있다. 현행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1항은 “기획재정부장관은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 지정 가능 기관은 △정부가 출연한 기관,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1/2를 초과한 기관, △정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30% 이사의 지분을 가지고 임원 임명권한 행사 등을 통해 기관의 정책 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 등이다.

▲ 새누리당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현행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2항은 “기획재정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같이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구성원 상호 간의 상호부조·복리증진·권익향상 또는 영업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고, 그 운영에 관여하는 기관, △<방송법>에 따른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른 한국교육방송공사(EBS)다. 현행법 상 KBS와 EBS는 공공기관 지정이 불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제출한 개정안에는 “공공기관 지정요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통해 공공기관 지정이 불가능한 사항을 규정한 2항을 삭제돼있다.

새누리당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은 제4조 1항으로 “기획재정부장관은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단체 또는 기관 중에서 정부가 직접 또는 다른 기관과 함께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을 제8조에 따른 공공기관혁신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지정할 수 있다”에서 “지정해야 한다”고 임의규정도 같이 손봤다. 또, “공공기관을 지정할 때에는 법령상의 근거, 출연 등 재원구조, 지분보유, 정부보증, 사실상 지배력 확보 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되 그 기준과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규정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결국 KBS와 EBS의 공공기관 지정을 가능케 하는 규정들이다.

KBS·EBS 공공기관 규정되면?…이사회 결의로 해산&정부 개입 심화

KBS와 EBS가 실제 공공기관으로 규정될 경우 새누리당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퇴출”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새누리당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은 제7조의 2(공공기관의 해산)를 통해 공공기관의 해산 요건을 직접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설립 목적의 달성·존립기간의 만료·그 밖에 정관으로 정한 사유의 발생, △합병, △파산, △법원의 명령 또는 판결, △이사회의 결의 등 사유에 따라 공공기관의 해산이 가능하다. KBS와 EBS라는 공영방송 역시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해산’이 가능해진다.

새누리당의 개정안은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범위가 전국적이며 서비스 중단 시 이를 대체할 별도의 대체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는 주무기관의 장과 협의해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다”고도 규정했는데, KBS와 EBS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지만 해산이 결정되면 이를 유예할 수 있을 뿐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현행 '공공기관운영법'이 KBS와 EBS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 안에는 부실공공기관에 대한 민영화도 포함돼 있다
결론적으로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KBS와 EBS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운영법> 제14조(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 등)는 “기획재정부장관은 주무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혁신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기관통폐합·기능 재조정 및 민영화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15조(공공기관의 혁신) 조항에 따라 “경영효율성 제고 및 공공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장관은 경영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관련 지침의 제정, 혁신수준의 진단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또, 해당 법 제11조(경영공시)에 한정돼 있기는 하지만 기획재정부 장관은 “혁신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의 장에게 관련자에 대한 인사상의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도 돼있다. 사실상 정부가 KBS와 EBS의 ‘인사’에도 개입할 여지가 마련되는 셈이다.

<공공기관운영법>에서 기획재정부장관은 ‘혁신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구하도록 하고 있으나 해당 ‘공공기관혁신위원회’ 위원장은 기획재정부장관과 민간위원 중 대통령이 위촉한 사람이 맡도록 규정돼 있다. 위원회의 구성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중립적인 사람으로서 법조계·경제계·언론계·학계 및 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원장의 추천(단, 노동계의 경우 노동부장관 추천)’으로 명시돼 있다. 혁신위원회는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를 맡게 되는데 ‘노사관리’는 방만경영 지표로 평가 기준에 필수 포함돼 있다.

“공영방송, ‘공공성’보다는 ‘수익률’ 우선시 될 것”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방송법>은 방송에 대해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국민문화의 향상 도모,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KBS와 EBS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을 위한 방송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박준형 공공기관팀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연결에서 “<공공기관운영법>으로 KBS와 EBS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관운영 자율성이 제약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방송사의 임원추천 이사와 임명 구조 또한 변경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 팀장은 “무엇보다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과 경영평가의 역시 적용 받게 된다”며 “경영평가의 경우 수익성을 기준으로 두기 때문에 공영방송 역시 수익성을 중심으로 운영되거나 정부정책이행 정도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또, 임금체계와 성과급 등에 대한 세세한 규제를 받게 돼 노동기본권이 훼손될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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