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조원들의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 84일째인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구본홍 YTN사장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구 사장은 이날 오후 국정감사장에서 "후배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YTN 사장을 하고 싶나"는 민주당 조영택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 후보 특보라는 이유로 노조가 반발하는 정신이나 모든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구본홍 YTN사장과 노종면 YTN지부 지부장이 앉아 있다. 노 지부장은 '공정방송 사망'을 상징하는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가슴에는 '낙하산 반대' 배지를 달았다. ⓒ송선영
구 사장은 전병헌 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구본홍씨의 YTN 사장 욕심때문에 젊은 인재들이 쓰러져가고 있다. 물러나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지는데 사퇴할 의사가 있냐"는 전 의원 질의에 "좋은 충고로 받아들이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로 다시 불거진 YTN 사태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쏟아졌다.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구 사장은 "인사위원회가 심의한 형량대로 판단했다"며 "인사위원회가 결정한 징계 결과에 대해 사규에 따라 마지막으로 조정한 적이 있다. 강하게 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은 구본홍 사장을 향해 "언론인들을 학살한 장본인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며 "젊은 인재들이 어렵게 키워온 YTN을 어떻게 다 몰아낼 수 있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 9일 오전 10시부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곽상아
이와는 달리 송훈석 무소속 의원은 "주주총회로 선임된 사장을 인정한 뒤 법적 절차를 밟아야지 출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폭력"이라고 YTN노조의 투쟁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종면 지부장은 "언론사라는 특수성이 없다면 법적 절차를 밟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YTN은 언론사"라면서 "법적 확정 판정이 나오기까지 YTN의 신뢰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지키기 위해 기자들은 바른 소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구본홍 사장이 '낙하산 인사'인지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구 사장은 방송국에서 30여년간 기자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 측면에서는 탓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또 "민주당 의원들이 YTN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야당의 '언론 장악 반대' 주장과 맞물려 YTN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광고료 수입도 떨어졌다"며 "결국 노조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이용됐고, 나아가 편향된 방송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구본홍 YTN사장 옆으로 노종면 YTN지부 지부장이 지나가고 있다. ⓒ송선영
한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한 회사에 지내는 사람끼리 화해하라. 서로에게 손 한번 내밀어라"면서 구 사장과 노 지부장에게 서로 악수하라고 제안했으나, 노 지부장은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이 의원의 제안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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