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한다. KBS 공채 개그맨으로 입성해 무대공포증으로 ‘안녕갑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채 한참을 암흑 속에서 ‘내일은 뭐하지.’라고 울었다던 유재석. 그의 친한 후배이자 얼마간 매니저를 했었던 김종석은 ‘저 사람은 정말 개그 천재인데.’하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은둔한 무림의 고수를 보며 혀를 차는 것처럼.

오랜 고충 뒤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국내 버라이어티와 MC계의 새 역사를 쓰며 명실공히 최고의 MC로 군림하게 된 유재석. 아무에게나 붙이고 싶지 않은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몇 안 되게 잘 어울리는 사람. 개그 천재, 사회의 천재인 유재석이라지만 신이 그에게 몰아준 능력치 중에 사업 수완만큼은 없었다. 쩐의 전쟁, 돈 벌기 특집으로 기획된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사업 감각은 정말 최악이었다. 보는 내내 유재석은 정말 사업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만을 되새기게 했던 방송이었다.

장사꾼이 손님보다 더 장사를 못하는 진귀한 장면을 보여준 유재석 대신 실제 사업 중인 정준하의 감각은 정말 남달랐다. 친구에게서 유재석은 배추를 팔고 정준하는 토스트를 판다는 말을 듣자마자 한숨과 감탄이 절로 나왔는데, 물론 후자의 감상은 정준하에게 바친 것이었다.

배추는 구입과 동시에 요리의 의무가 주어진다. 모든 채소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배추라는 것은 쉽사리 요리해먹을 수 있는 재료가 아니기에 더 까다롭다. 월동 대비라는 장대한 계획이 있지 않고서야 지갑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쯤 되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배추는 주로 김장에 사용되어 한꺼번에 대용량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데 주부가 아니고서야 마음먹고 사기 어렵다. 아무리 인기인인 유재석이라지만 중고생이나 아저씨, 아가씨를 배추 포기 손에 들리고 거리를 걷게 하는 가능성을 기대할 순 없다. 농민을 위하는 마음 씀씀이만큼은 최고였지만, 서바이벌 게임인 쩐의 전쟁이라는 기획에서 유재석은 콘텐츠부터가 문제였던 셈이다.

과거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이라는 예능이 있었다. 이바람과 철벽남의 맞선 프로젝트. 혼기가 꽉 찬 인기 개그맨 둘의 극과 극 소개팅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방송인데, 이날 정준하 VS 유재석의 극과 극 사업 수완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이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다섯 멤버들의 사업 수완을 경쟁하는 기획이었지만 내게 이날의 에피소드는 최악의 사업 기질을 가진 유재석과 최고의 사업 수완을 지닌 정준하의 극과 극 대결처럼 보였다.

스타의 자질이 하늘에서 내린 것이라면 거상의 기질 또한 하늘이 부여한 천재적 자질이 아닐까 싶다. 사업 아이템에서 고문 선정까지 정준하는 그 모든 것이 남달랐고 우월했다. 최근 한식대첩의 심사위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백종원을 요리 고문으로 섭외하는 데에선 감탄이 절로 나왔고, 공략 대상을 직장인으로 선정해 무한상사의 주력 캐릭터인 정 과장 코스프레로 출근길 토스트를 파는 장면에선 혀를 내둘렀다.

"마가린이나 버터에 프라이를 해요. 그럼 향이 좋아!" 정준하의 이와 같은 사업 기질은 최고의 수완가 백종원마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계란 프라이를 종이컵에 담아 팔고 싶다는 정준하를 극찬하던 백종원은 아이디어가 샘솟는 듯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그와 죽이 잘 맞았다. 아무런 대책 없이 길거리에서 배추를 사는 사람은 흔치 않지만 ,계란 프라이 정도야 얼마든지 주머니를 열게 할 수 있다. 입김이 호호 나오는 새벽녘 출근길에 따끈해서 호로록 불어 먹는 계란 프라이는 시작부터 감이 좋은 아이템이었다.

이런 정준하의 아이디어를 보다 그럴듯하게 판매용으로 확장시킨 것이 백종원의 천재적인 사업 수완이었다. 정준하의 아이디어를 확장해 계란 또띠아 토스트를 만들어낸 백종원. “몇 번 보시고 따라하시면 되요. 쉽게 따라하실 수 있는데요. 뭐.” 일본 최고의 요리 만화 맛의 달인에서, 획기적인 포장마차 아이템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주인공이 천편일률적인 길거리 음식을 내어놓자 실망한 기색의 오너는, 포장마차라는 한계를 정해놓고 그저 그런 요리만을 내어놓는 당신들의 아이템을 쓸 수 없노라고 말한다.

마치 그 만화의 화답을 하듯 백종원이 내어 놓은 또띠아 토스트의 레시피는 이러하다.

1.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노른자를 터뜨린다. (모양 신경 쓰지 말고!) 2. 치즈와 설탕을 달걀 위에 넣는다. (설탕을 넣어야 맛있어요~) 3. 양파를 채 썰어 올려준다. (식감 때문에) 4. 또띠아로 감싼 후 돌돌 말아준다. 그리고 (먹기 쉽게) 종이컵에 담아 완성!

오오, 그럴듯하지 않은가. 요리 장인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시켜도 완성본이 나올 것 같이 쉽고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허술하지 않다. 토스트의 조합으로 젊은 사람들이 신선해 할 치즈와 또띠아의 재료 선정 또한 일품이다. 설탕을 솔솔 뿌려 먹는 그 따끈 달달한 맛은 추억의 길거리 토스트를 배신하지 않지만, 거기에 고착하지 않고 생각의 전환으로 살짝 변형해서 만들어 낸 이 요리는 심지어 트랜디하기까지 하다.

“연예인 얼굴 보고 사러 오는 게 아니라 진짜 맛있어서 다시 사러 와야지 돈이 되잖아요.” 백종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준하는 그에 한 차원 더 앞서 나간 사업 수완을 선보였다. 공략 대상을 회사원으로 결정하고 사업 아이템으로 출근길 아침 토스트를 결정한 정준하. 거기다 애처롭고 짠한 무한상사의 정부장 캐릭터를 내세웠다.

정부장은 직장 상사지만 오히려 말단 사원의 심금을 울리는 캐릭터다. 더불어 무한상사 뮤지컬 편에서 명예퇴직 당하고 사업을 하는 에피소드가 방영됐기에 정부장이 회사원에게 토스트를 판다는 설정이 더 그럴듯해졌다. 연예인의 유명세가 아닌 자신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 아이템으로 포장하는 정준하의 뛰어난 사업 수완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정준하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케첩을 뿌려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재료로 시험을 해봤다는 백종원. 그의 역작 또띠아 토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박 아이템으로 만들어버린 정준하. 두 사람의 협공이 이룩해낸 쾌거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정말 거상의 기질은 하늘이 부여해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소유진의 배우자이기도 한 백종원은 콘텐츠의 황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업 감각을 빛낸다. 7분 김치찌개로 유명한 새마을식당에서 홍콩반점, 역전우동, 한신포차 등등. 그가 만들어내어 확장되는 무수한 체인점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기업도 아닌 개인이 이만큼의 성과를 이룩해낸 사실이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어 놀랍기 그지없다. 최근 한식대첩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백종원은 사업 수완만큼이나 박식한 요리 지식과 요리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오, 연예인이야." 정준하의 첫 손님은 우선 그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에 몰려들었지만 진짜 감탄사가 터져 나온 부분은 국이 뭐냐고 묻는 손님에게 "북엇국이요." 라는 정준하의 대답이었다. "북엇국이요. 북엇국. 북엇국하고 또띠아!" 연예인 정준하를 발견했을 때보다 얼굴이 더 환해진 첫 손님에게 "어제 술 많이 드셨죠."라고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정준하. 출출한 데다 해장까지 필요한 출근길 직장인에게 치즈가 들어 따끈하게 늘어나는 토스트와 북어국의 조합이 얼마나 반가울까.

이런 백종원과 정준하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또띠아 토스트’는 무한도전 다이어리나 가요제 음원 이상으로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대박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슴푸레하게 동 트는 새벽녘에 설탕 솔솔 뿌린 아삭한 식감의 치즈 토스트를 한입 물고 싶어진다. 아, 그러고 보니 공략 대상을 회사원으로 결정한 정준하의 선택 또한 백종원 이상으로 명석해서 소름이 끼친다. 미생, 렛잇비 등으로 회사원의 애환이 주목되는 요즘 출근길 토스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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