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인구수 대비 영화를 많이 보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명실공히 영화 강국인 대한민국에선 전 세계를 휩쓴 블록버스터나 디즈니 애니메이션만이 흥행하지는 않는다. 제 나라에서도 흥행하지 못한 영화가 전 세계 최고 수익을 대한민국에서 올리지 않나, 마블사의 히어로 영화 스타트렉을 몇 차례나 기꺼이 재관람하는 마니아들이 넘친다. 어느 영화 최다 해외 관람 수익을 살펴볼 때 대한민국의 이름이 상위권에 없으면 이제 섭섭할 지경이다. 두 유 노 갱냄 스타일? 두유 노 지성팍?을 대신한 대한민국의 새 명물이 탄생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데이트의 기본 코스가 영화 관람인 대한민국인데 옆 나라는 바쁘게 찾으면서 유독 내한에는 인색한 일부 해외 스타가 야속한 것도 사실이다. 탐 크루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성룡, 휴잭맨이 유독 대한민국에서 사랑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들은 잘생긴 얼굴, 우수한 연기력, 화려한 필모그래피가 쌓은 월드 스타의 작위를 갖고도 언제나 겸손한 자세, 살가운 매너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황홀하리 만큼 따사로운 팬 서비스로 대한민국을 홀리게 한 톰 크루즈는 그래서 ‘친절한 톰 아저씨’라 불린다.
또 하나의 월드 스타, 브래드 피트에게도 막연히 같은 수준의 호감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는 톰 아저씨나 성룡만큼 대한민국을 자주 찾지는 않았지만 두어 번 방문했던 그의 매너가 좋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전작 월드워Z의 ‘북한에서 첫 좀비가 발생했다’는 가설 때문에 한국 비하 논란으로 치닫는 촌극이 벌어졌을 때는 조금 부끄럽고 죄스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었다. 한국 비하 논란이 우스울 만큼 밝은 미소를 전하고 간 그의 팬 서비스를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나의 막연한 호감을 배신하지 않고, 최근 새 영화 ‘퓨리’의 홍보를 위해 대한민국을 찾은 브래드피트는 특급 팬 서비스로 한국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 화제가 됐다. 대중은 잘생겼는데 착하기까지 한 그에게 찬사를 보냈고, 언론은 ‘내한 스타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특급 칭찬을 전했다.
해외 스타를 줄곧 인터뷰하는 어느 리포터가 고백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연예계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헐리우드 스타의 시간 개념은 빡빡하고 사무적이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이날 브래드 피트는 계산된 일정을 변경하는 파격적인 팬 서비스를 선보여 감동을 안겨주었다.
당초 기획된 행사 일정은 40분 예정에 무대 위에서 공식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사무적인 기획 대신 브래드 피트는 감정이 교류하는 직접적인 교감을 택했다. 진행자 류시현의 설명대로 행사 시간은 세배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사무적으로 팬을 바라볼 생각이 없었던 브래드 피트는 무대 위를 버리고 팬 사이에 섞였다.
결국 내한 스타 최초로 공식 행사를 취소한 전력을 남긴 브래드피트의 초특급 매너와 특급 팬서비스. 문득 사랑받는 이의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수행하지 않으려 하는 대한민국의 일부 연예인이 떠오른다. 팬의 염려를 악플러로 몰아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사랑을 우롱으로 화답하는 아이돌 커플에 몰려든 팬에게 욕설을 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는 매니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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