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 세상인지 잘 안다. 그럼에도 나는 몇 번이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를 되뇌었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서지수의 악성 루머는 그만큼이나 가혹했다. 그녀는 막 발을 내딛으려던 신예그룹 ‘러블리즈’의 멤버다.

<와 부럽다 돈 있고 빽 있으면 저런 짓해도 다 감싸 주고 팔자 펴고 사는구나 ㅋㅋㅋ 인과응보 권선징악은 다 옛말 ㅎ>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서지수의 과거 행실이 폭로됐다. 대중은 경악했다. 일부의 네티즌은 마음의 상해를 입었노라고 아우성 했다.

물론 딸깍 거리기만 하면 전 세계에 치부를 노출시킬 수 있는 21세기에 웬만한 아이돌의 과거쯤이야 딱히 남 다를 것 있으랴 싶다. 모범생 캐릭터를 가진 소년의 술병 굴러다니는 기념사진이나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욕을 달고 살았던 여자 아이돌의 치부가 공개됐던 일 또한 허다하다. 서지수의 악성 루머는 그럼에도 충격에 몸서리쳐 입을 다물 수 없게 하는 수위를 갖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이돌 역사상 역대 최악의 스캔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지수 실체 공개하려면 우리도 감수해야 될 거 한두 개 아닌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억울해서 저런 애가 데뷔하는 게 싫고 소름 돋아서 이러는 거예요>

피해자는 다수였다. 갖은 피해자의 사례를 묶어 자신의 SNS에 공개중인 한 네티즌은 이런 참혹한 짓거리를 하고도 대중의 사랑을 받을 서지수를 참을 수 없는 듯해 보였다. 그녀의 닉네임은 한동안 ‘서지수의 데뷔가 싫습니다’였다.

▲ 사진 제공 울림엔터테인먼트
자신을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이 폭로한 서지수의 과거는 참혹했다. 사귀는 이에게 끈질기게 관계를 요구하여 섹스 동영상을 촬영하고 관계 도중의 사진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성간이라도 약점이 될 이 증거들은 피해자가 동성이었기에 더 위험했다.

피해자의 사진을 재학 중인 학교의 홈페이지에 올려 아웃팅을 하거나 지인들을 초대해 만든 단체 대화방에 피해자를 불러 악담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강제 아웃팅을 당하게 된 어느 피해자는 학교를 그만두고 정신과 약을 처방 받아 살아도 죽는 것 같은 매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지수의 데뷔가 몸서리 쳐지게 싫을 만하다. 연인의 섹스 자료를 손에 쥐고 그녀가 성소수자임을 약점으로 악용해 원치 않은 성적 성향을 공개하는 일명 ‘아웃팅’으로 피 말리게 하더니 결국 몇 사람의 삶을 파탄 냈다. 정말, 정말이지 피해자의 주장이 모조리 사실이라면 서지수가 있어야 할 곳은 데뷔 무대가 아닌 법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 없이 그녀를 수렁으로 몰아넣을 순 없다.

걸그룹 ‘러블리즈’와 서지수의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같은 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물론 피해자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합의’나 ‘선처’ 따윈 없노라 강경대응 했다.

‘현재 올리고 있는 모든 사진들은 지인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카톡 프로필이나 SNS의 사진들이었지 둘만이 나누었던 사진도 아닐 뿐더러, 정확한 피해 사진이나 피해 증거가 단 한 장도 없습니다. 단지 언어와 문장, 그리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사진을 가지고 루머를 확산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어떻게 택배 사진이 연애의 징표가 되고 성폭행과 협박의 증거가 될 수 있겠습니까.’

글의 전문에서 성소수자인 피해자의 아웃팅을 쉽사리 요구하는 뉘앙스가 거북했지만, 소속사의 주장 도중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었다. 명확한 피해 사진이나 피해 증거가 단 한 장도 없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대중이 충격 받아 흥분한 것은 온전히 피해자의 입에서 전해들은 주장일 뿐 그들이 공개한 증거에서 딱히 흥분할 대목은 없지 않았는가.

▲ 사진 제공 울림엔터테인먼트
너무나 하드코어하여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충격적인 폭로는 온전히 피해자의 입에서 나왔지 증거 자료로 내어놓은 사진들이 아니다. 도리어 공개한 사진은 폭로의 수위에 비해 지나치게 멀쩡해 당황스러울 정도다. 딱히 연인의 증표라고 할 만큼 친밀하다거나 수상한 점 또한 없다. 그저 제3자가 촬영한 연습생 서지수의 데뷔 전 사진으로 보일 뿐이다. 이 정도의 수위는 연예인 성형 전 사진에도 못 미친다.

서지수의 과거 폭로를 접하고 먼저 들었던 생각은 처별 여부가 아닌 진실 여부였다. 아니 명확히 말하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를 되뇌었던 것이다. 문득 어느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딸에 의해 성폭행범으로 몰렸던 부부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어머니에게도 성폭행을 당했다던 어느 유학생의 이야기. 그 폭로의 수위가 너무나 하드코어 하여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를 나는 몇 번이나 고민했었다.

서지수의 악성 루머 또한 비슷한 양상을 갖고 있다. 너무나 수위가 높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 도리질을 치다가도 도리어 이런 일을 지어낼 수 있을까 혼란스러운 것이다. 하드코어 한 서지수의 과거에 경악한 내가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던 것은 이런 일을 당한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보다, 악마 같은 범행을 저지르고도 말끔한 얼굴로 사랑스러움의 코드를 달고 나타날 수 있는 가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수위의 사건은 명확치 않은 몇 개의 사진과 주장이 모든 증거 및 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를 포함한 네티즌이 코난 놀이할 수 있을 만한 수위의 스캔들이 아니니까. 어느 누구가 진짜 피해자이건 간에 한 사람의 꿈과 비전, 그리고 삶이 걸렸다.

소속사의 비호를 받고 있다 해도 대중 앞에 얼굴과 신분을 드러내 공개 화형당할 처지에 놓인 서지수 또한 만만치 않은 위험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서지수의 악성 루머는 분명 아이돌 역사상 역대 최악의 스캔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충격적이기 짝이 없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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