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6회, 영업을 하러 간 업체에서 발주 담당자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된 오과장(이성민 분). 반가워했던 것도 잠시, 학창시절 오과장에게 열등감을 느꼈던 그 친구는, 마치 그 시절에 보복이라도 하듯 오과장에게 '갑질'을 한다. 고등학교 동창에게까지 접대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사표를 꺼내들었지만, 유치원 재능 발표회에서 슈퍼맨조차 살 수 있는 게 '상사맨'이라며 아버지를 자랑하는 아들을 보곤 사표를 다시 넣어둔다. 세계를 누비며 그 무엇이라도 팔아제끼는 그 ‘상사맨’, 그들의 현실 버전을 알고 싶다면 <오늘부터 출근>을 보면 된다.

<미생>에 '상사맨'이 있다면, <오늘부터 출근>에는 '영업맨'이 있다. 장그래의 리얼리티 버전, 봉그래(봉태규)가 출근하는 아이들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 * 실업에는 봉그래의 선배 영업맨들이 있다. 연예인들의 직장 체험담을 리얼리티로 다룬 <오늘부터 출근>은 연예인 신입사원과 기존 직장인들이 어우러진 직장 생활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특히나 출근 첫 날부터 천만 원에 달하는 주문을 받고서 희희낙락했던 것도 잠시 발주처를 미처 기록해 놓지 못해 진땀 흘린 봉태규의 해프닝은, 그를 봉그래라고 부르기에 주저치 않도록 만든다. 또한 그의 멘토로 등장한 <개그콘서트> 유민상, 김준현을 저리 가라할 넉넉한 덩치의 선배 사원, 실수한 봉태규를 옥상으로 불러 당신과 나 모두 팀장에게 죽을 거라는 계시를 날리는 그의 모습은 <미생>의 또 다른 회차를 보는 듯하다.

11월 6일 방영된 <오늘부터 출근> 8회는 영업 팀의 왁자지껄한 회식에서 시작된다. 봉그래의 천만 원 해프닝도 무사히 수습되고, 흥겹게 시작된 영업팀의 회식. 1차, 2차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은지원의 잦은 지각이 오르내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 시간을 두고, 팀장과 신입사원들이 내기에 이르게 된다.

다음날 과음으로 인해 지각을 한 은지원과 달리, 은지원이 도착한 사무실에 어제 은지원과 함께한 선배 사원들은 멀쩡하게 출근해 있다. 결국 내기에 져 은지원이 돈을 내게 된 점심시간, 봉태규가 호기롭게 육전까지 시킨 화려한 밥상에도 불구하고 '영업맨'인 선배 사원들은 각기 거래처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제대로 밥술을 뜨기가 힘들다.

물론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오늘부터 출근>에는 사표가 꺼냈다 넣었다 하거나 목이 간당간당한 극적인 상황은 없다. 하지만 이 시대의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소소한 삶의 애환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제 아무리 밤새워 술을 마셨다 하더라도 다음날 업무를 위해서는 제 시간에 자리를 지켜야 하는 버거움부터 시작하여, 상대방의 단호한 거절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재차 삼차 설득해야 하는 영업 사원의 숙명. 가는 곳마다 접대라며 대접하는 음료수를 거절하지 않고 마셔야 하는 사소한 고달픔까지, 연예인 신입사원들의 에피소드를 넘어선 현실 직장인의 고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영업사원만이 아니다. 먹는 걸 좋아해서 신제품 개발팀에 발령받은 것을 좋아한 것도 잠시, 늘어나는 몸무게는 약과요, 신제품을 개발할 때까지 먹고 또 먹다보니 '음식을 먹는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어디 가서 음식 하나를 사 먹어도 자기 회사 제품과의 비교하느라 제대로 맛도 느끼지 못할 지경이 된 신제품 개발팀의 애환도 신선한 고달픔이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한 연예인 신입사원들은 이제 지나쳐가는 직장인들을 이전처럼 예사로 보게 되지 않고, '제주도 푸른 밤' 같은 노래를 들으며 비애를 느끼는 처지에 이른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지켜본 시청자들 역시 그런 연예인들의 마음에 동조하게 되면서, <미생>에서 느꼈던 슬픈 공감의 또 다른 결로 현실의 '밥벌이의 고단함'에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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