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지 <미디어스>는 지난달 29일 “권상우, 서인영, 한가인, 김태희의 1위 뒤에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골자는 스포츠지는 물론 일간 종합지들 조차 유명 탤런트나 가수 등 인기 연예인들에 관한 기사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해 결과적으로 상업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실시간 포털뉴스 검색순위 1위에는 ‘한가인, 김태희’가 차지했다고 한다.

▲ 포털에 전송된 연예인 설문조사 관련 기사 캡쳐

당시 실시간 검색순위 1위나 2위인 이들 연예인들에게 무슨 특별한 뉴스거리가 있어서였을까. 아니다. 그저 서울 압구정동의 한 작은 성형외과에서 최근 6개월 동안 내방한 환자 및 온라인 상담자 6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연예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라며 배포한 보도자료를 언론사들이 검증없이 포털에 그대로 전송했기 때문이다. 설문 결과는 한가인이 응답자의 30.3% 지지를 받아 1위로 선정됐고 김태희가 24.5%를 얻어 2위에 올랐으며 이어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연예인 등이 뒤를 이었다고 했다.

보도자료 하나를 얼마나 많은 언론들이 기사화했기에 불과 몇시간만에 ‘한가인, 김태희’가 검색순위 1위를 차지했을까. 네이버 뉴스검색에서 검색해 본 결과 46개의 기사가 검색됐다.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성형외과에서 내보낸 보도자료 치고는 엄청난 분량의 보도 건수다. 이 가운데는 조선, 동아, 한국, 세계, 매경, 한경,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스포츠칸 등도 포함돼 있었다. 대부분이 디지털뉴스팀 등으로 처리했지만 조선, 동아, 한국 등은 기자 실명을 달아가며 기사화했다.

진위 여부 조차 파악이 안된 보도자료 하나가 무려 46개의 기사로 생산됐고, 이는 곧 포털에 전송되면서 실시간 포털뉴스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셈이다. <미디어스>는 “이러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포털사이트 뉴스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이라면 (보도자료를 배포한 곳의) 마케팅 효과는 대박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의 광고 또는 홍보를 엄격히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보도자료 하나로 강남 모 성형외과는 그야말로 엄청난 홍보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언론의 연예인들에 대한 기사 선호를 병원 관계자들이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가십용 보도자료나마 실제 사실에 근거해서 작성됐느냐는 얘기다. 가령 설문조사의 신뢰도는 둘째치고 그런 설문조사가 실제 있기는 있었냐는 물음이다. 충격적인 것은 필자가 해당 성형외과에 설문조사 근거를 꼬치꼬치 물어보자 처음 얼버무리던 병원 관계자는 나중에 그 보도자료가 허위로 작성됐음을 고백했다는 데 있다. 필자가 몇몇 사실을 추궁하자 바로 군색한 답변 끝에 사실을 실토할 정도의 사안을 왜 사실 확인에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기자들이 등한히 한단 말인가.

▲ DAUM 검색 트렌드 실시간 이슈 화면 캡처

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여론조사 없이 비슷한 허위 보도자료를 내 60여 건의 기사를 만들어 낸 모 온라인스포츠용품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명 연예인 이름만 들어가면 언론들이 쉽게 기사화해주다 보니 이것처럼 쉬운 홍보는 없었어요. (기자들이) 확인을 안하니까 여론조사를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었어요. (많은 업체들이) 유명 연예인 이름만 넣어서 결과만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해요. 이러한 방법은 이미 업계에서 온라인홍보 기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어요….”

비록 허위로 꾸며진 여론조사라 할지라도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면 어떠한 확인도 없이 보도가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업체들은 이를 이용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일면 일리가 있는 얘기다. 기자들은 보도에 앞서 사실 확인을 충분히 했어야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여론조사의 진위 여부가 가려졌어야 옳을 일이다. 그러나 많은 기자들이 확인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일부는 마치 자신이 취재한 기사인냥 실명까지 달아가며 보도했다는 자체가 더 큰 문제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언론의 생명인 신뢰마저 잃어가면서까지 이러한 허위 보도자료에 놀아나고 있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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