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면박’을 주는 바람에 당청관계의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일간지들은 이에 대해 보도하면서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립구도를 강조했다. 일부 언론은 특히 공무원연금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미묘한 관점을 드러냈다.

<한국일보>는 22일 1면에서 ‘개헌론’을 둘러싼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갈등을 보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했다. <이번엔 靑서 김무성에 돌직구>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양자간의 신경전 자체에 중점을 둔 기사로 볼 수 있다.

▲ 경향신문 22일자 지면.

<경향신문> 역시 5면 기사에서 <‘엇나가지 마’ 청와대 반격>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당·청 개헌충돌 2라운드’라는 부제도 붙어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라는 분이 개헌을 실수로 얘기했겠나”라고 말한 사실에 중점을 둔 기사로 읽힌다.

▲ 동아일보 22일자 지면.

<동아일보> 역시 비슷한 관점이다. <동아일보>는 6면에 <靑 “김무성 개헌 발언 실수였겠나”>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하고 하단에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 놓고도 靑-김무성 갈등>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무성 대표의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의도적인 것으로 규정한 직후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 입장을 강조한 것을 충실히 반영한 기사로 볼 수 있다.

▲ 한겨레 22일자 지면.

<한겨레>는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온도차를 ‘공무원연금 개편 논란’으로 따로 묶어 3면에서 보도했다. <한겨레>는 4면에서 <청와대 “김무성 대표 개헌 언급, 실수라 생각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해 역시 개헌론에 대한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인터넷 언론 등의 기사를 봐도 청와대 관계자의 ‘실수’발언에 중점을 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지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조선일보>는 이날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간의 신경전에 대한 기사를 1면 좌측 하단에 <靑·김무성,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 갈등>이란 제목으로 작게 배치했다. 다른 신문에서 이 소식을 다룰만한 지면 위치에는 경찰의 날 관련 소식이 자리잡고 있다.

▲ 조선일보 22일자 지면.

이날 <조선일보>의 5면을 보면 이들의 의도가 더욱 분명해진다. <조선일보>는 5면에 <靑 “공무원연금 개혁 시간 끌면…黨과 일하기 힘들다”>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다른 신문들이 보다 중점을 둔 개헌과 관련한 신경전은 오히려 이 기사의 하단에 위치해있다. 이러한 지면 배치만을 본다면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와의 갈등이 공무원연금의 처리 방식에 대한 것으로부터 불거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 중앙일보 22일자 지면.

<중앙일보> 역시 비슷한 편집을 선보였다. <중앙일보>는 3면에 <청와대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고 하단에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과 관련한 신경전을 작게 다뤘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역시 공무원연금의 처리 시기를 놓고 청와대와 여당 대표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 한국일보 22일자 지면.

이들 신문이 이러한 편집을 감행한 이유는 뭘까? <한국일보>의 3면을 보면 대략의 맥락을 알 수 있다. <한국일보>는 3면에 <연금 개혁 불지펴 개헌론 제압…靑, 이슈 전환 ‘이중포석’>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연내에 처리해달라는 강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박근혜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와 함께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개헌론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을 제압하기 위한 의도가 동시에 포함된 ‘이중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보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청와대의 이러한 이중포석 전략에 충실히 호응한 셈이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그간 정부와 보수언론이 국민연금과 비교해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과다하다는 점을 집중 강조해 국민여론의 호응이 있는 상태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려는 청와대와 이를 마뜩찮아하는 김무성 대표가 충돌하는 맥락을 강조하면 대중의 여론은 청와대를 지지하면서 옳은 일을 방해하는 여당을 비판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헌’문제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하면 대중의 여론은 “또 싸운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의 이날 사설은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를 솔직하게 담고 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 공개 면박하며 다툴 때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무성 대표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면박을 준 상황을 비판하며 “그러지 않아도 청와대와 김 대표 사이엔 조그만 오해에도 불신이 쌓이고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스스로 내분을 키워가면서 경제 살리기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이런 여권의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점잖게 훈수했다.

즉,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이날 편집은 하마터면 국민의 눈에 흠으로 비칠뻔한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흙탕물 싸움을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정책적 이견에 의한 것으로 품위있게 바로잡아주면서 동시에 ‘청와대의 발목을 잡는 여당 비주류 대표’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슬기롭게 제기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언론이 정권 뛰는 축구장의 수비수나 골키퍼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돌아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사건이라고 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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