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이 "YTN 재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2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에 공식 사과했다.

정 위원장은 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안에 방송통신위원회가 YTN 재허가 여부를 심사하게 되는데, YTN이 이 사태를 풀어갈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재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며 "만약 재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회사 존속 문제까지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종면 지부장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 5명은 오늘 오전 11시 국회 정병국 의원실을 항의 방문해 해명을 요구했으며,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우려를 언급한 자신의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고 유감을 표시하며 공식 사과했다.

▲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의 YTN 재허가 여부 관련 발언에 대해 2일 오전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 정병국 의원실을 항의 방문해 정 의원의 해명을 듣고 있다. ⓒ여의도통신

정 의원은 "어제 미디어 전반에 대해 (한겨레와) 1시간 가량 인터뷰했다"며 "취지가 그런 것이 아닌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보도해 유감이다. 기사에 나온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제 뜻이 아닌 것이 전달됐다. 정치인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단식하면서 싸우고 있는 노조에게 사과를 드리고 유감"이라며 "YTN을 걱정하는 우려의 마음을 확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정감사에서는 YTN 재승인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시중, 신재민 등 YTN 노조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물의를 빚었다. 공인으로 이런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이) 압박의 연장선상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기자 "정 의원 발언만을 가지고 기사로 썼을 뿐…왜곡 아니다"

"취지가 그런 것이 아닌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보도해 유감"이라는 정 의원 발언과 관련해 해당 기사를 쓴 한겨레 이유주현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 본인으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정 의원이 말한 그대로를 기사로 썼을 뿐"이라며 "인터뷰한 모든 내용을 기사로 실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자는 가치 판단을 해서 기사를 쓴다"고 반박했다.

기자는 "갑작스럽게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하루 전날 미리 공식 인터뷰 요청을 해 사석이 아닌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터뷰를 했다"며 "이런 자리에서 나온 말들을 기사로 쓴 것에 대해 왜곡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 정 의원과 통화했을 때 '미디어 산업 발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왜 유독 YTN만 가지고 그러냐' '기사 때문에 코너에 몰렸다'고 말했다"며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릴레이 단식 투쟁, 283명 참여

한편, YTN 공채 1기 19명과 차장단 65명이 추가로 릴레이 단식 동참을 선언해, 회사 쪽의 노조원 징계와 고소 등에 항의하는 단식 투쟁 참가자가 전체 노조원 395명 가운데 283명으로 늘었다.

차장단 65명은 오늘 오후 '공정방송을 위한 후배들의 행동을 지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공정방송에 위해가 되는 낙하산 구씨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형사 처벌과 징계 위기에 봉착한 선배들을 위해 몸을 던져 집단 단식을 벌이고 있는 후배들의 충정과 용기를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배들의 행동을 적극 지지해 동참하며 △사원들에 대한 고소와 징계, 부당 인사 철회와 △부팀장 이상 간부들의 실천을 촉구하며 △이번 국정감사를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994년 2월에 입사한 19명도 오늘 오후 '후배들의 결단을 전폭 지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공채 기수의 맏형인 우리는 원칙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단식에 나선 후배들의 결단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릴레이 단식 투쟁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이 징계를 즉각 철회하고, 고소를 당장 취하함으로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신뢰 회복에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결자해지, 매듭을 풀 장본인은 구본홍 씨로 평생 방송에 몸담아온 언론인답게 YTN의 파국을 막기 위해 용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노종면 지부장이 정병국 의원에게 전달한 공개 서한 전문이다.

<정병국 의원께...>

저는 YTN 노조위원장 노종면입니다.

저는 노조위원장을 맡기 전 앵커로 있으면서 정의원과 수차례 인터뷰한 인연이 있는 사람입니다. 또 과거 돌발영상 PD로 정의원을 수없이 간접 대면하면서 말씀의 정갈함, 행동과 외모의 반듯함 등으로 이른바 '구악 정치인'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러나 구본홍 출근저지 투쟁 77일째를 맞은 오늘 아침 저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신문 보도를 접했습니다. "YTN 사태 계속 땐 재허가 안날 수도"라는 큼지막한 기사 제목 옆에 정병국 의원의 사진이 실려 있더군요.

한겨레 신문 2면 톱에 실린 기사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또 읽었습니다. 분노의 끝에서 '냉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움터 올랐습니다.

저는 YTN 노조원 400명 뿐 아니라, 800여 YTN 전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존권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노조위원장으로서 결코 믿고 싶지 않은 정의원의 발언 하나 하나에 대해 냉정하게 따져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달 안에 방통위가 YTN 재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

방통위는 엄연한 독립기구입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텐데 왜 압력으로 비칠 발언을 하셨나요? 3선 의원이자 여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계신 분이 독립기구인 방통위 소관 사항에 대해 하신 말씀은 실질적으로 방통위에 대한 압력 행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실무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YTN은 혼내줘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해두고 있는 만큼 정의원의 발언은 방통위 실무자들에게 사실상 지시나 다름없습니다.

정의원은 보도PP 재승인 심의 절차와 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발언을 하셨더군요.
심의 필수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심의가 끝나는 시점은 12월로 예상되며 이달 안에 결정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심의 기준 등을 들여다 보시면 YTN 재승인 거부가 어느정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 현명하고 합리적인 정의원께서는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과거 군사정권 때처럼 심의 기준과 절차를, 심의에 참여할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정권 입맛대로 좌지우지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경인방송이 노사갈등을 빚다 폐업을 한 전례도 있다"

2004년 경인방송 노조는 경영 악화에 따른 임금 체불 등을 이유로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합법적인 파업일 경우에만 가능한 직장폐쇄로 대응했고 결국 폐업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방송위가 경인방송 재허가를 거부하는 결정을 했습니다만 그 사유는 재정 악화와 대주주 약속이행 거부, 협찬 규정 위반 등이었습니다.

파업 투쟁이 아닌 제작 투쟁을 벌이며 처절하게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는 YTN 노조의 행동이 결코 채널 재허가 문제나 폐업과는 연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본홍 씨는 공보 특보 70여명 가운데 한 명이었을 뿐이다"

정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은 언론의 생명입니다. 때문에 모든 언론사는 윤리규정 등을 두어 이를 엄격히 규율하고 있습니다. 70여명 가운데 한 명이었을 뿐이라니요, 7,000명이라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언론의 근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정권은 결과적으로 '언론 탄압' 행위를 하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YTN이 그 사례가 되는 것을 저희는 결코 원치 않습니다.

"구본홍 씨의 경우 예전의 사장 인선보다 훨씬 더 개선됐다"

YTN 노조는 구본홍 씨 개인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구본홍 씨의 '특보 이력'을 반대하고 구본홍 씨가 '날치기 주총'이라는 불법 절차를 통해 선임된 과정을 반대합니다.

날치기가 수시로 일어나는 국회 생활을 오래 하시다 보니 날치기를 '개선'이라 여기시는지 모르겠지만 언론은 날치기를 불법이라 표현합니다. 국회가 정한 법과 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를 국회의원 스스로 '개선'이라 한다면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누가 담보하겠습니까?

"세상 어느 방송에서 항의 배지 시위하는 장면이 보도 되느냐"

시위 장면이 앵커 뒤로 노출되는 방송은 많습니다. 다만 그것이 프로그램 기획의 문제이냐 일뿐이므로 노조의 시위는 전적으로 YTN 노사의 문제이고, 방통위 심의 사항입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이 개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 사안에 대해서는 방통위 심의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국회 문광위원이자 여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의 발언이 방통위 심의에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다만,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개진한 의견이었다 한다면 경청하겠습니다.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며 글을 써내려 왔습니다. 모두에 밝힌 정 의원에 대한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정 의원께서 기왕에 미디어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으니 훌륭하게 일하셔서 빛나는 이력이 되길 바랍니다.

부디, 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진정어린 해명과 사과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발언 하나하나를 따지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2008년 10월 2일
YTN 노조위원장 노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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