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는 2005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대다수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언론과 실세 정치인, 정부도 줄기세포 복제 성공에 국익이 달려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시대, 오직 최승호, 한학수 PD가 이끌던 MBC <PD수첩>만이 국가와 언론이 만든 신성불가침 영역의 오류를 밝히고자 겁 없이 뛰어들었다. 진실이 곧 국익이라는 믿음 하에 말이다.

이는 나라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쇼킹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을 취재하던 <PD수첩>은 관련 연구를 검증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제보자>는 취재를 방해하고 방송 송출을 막고자 하는 온갖 압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언론인, 그리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제보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이, <제보자> 또한 실제 있었던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중점을 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은 유명한 사건을 다루는 <제보자>의 시선은 비교적 덤덤하다. 이미 관객들이 알고 있는 결과를 작위적으로 바꾸기보다 일어난 사건 그대로 재현하는 데 만족하고자 한다.

주요 인물의 세부적인 설정을 제외하곤 실제 일어난 사건과 똑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제보자>는 흡사 박해일, 이경영, 유연석, 박원상, 류현경, 권해효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재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이야기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제보자>는 제법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친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 극적이긴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보게 하는 임순례 감독의 역량과 박해일, 이경영, 유연석 등 배우들의 호연이 이룬 결과다.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한들 여전히 민감한 사건임에도 임순례 감독만 믿고 <제보자> 출연을 결정했다는 박해일은 언제나 그랬듯이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극 중 <PD수첩> 한학수PD를 모델로 한 <PD추적> 윤민철PD로 분한 박해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직한 언론인의 이상형을 보여준다.

tvN <응답하라 1994>, <꽃보다 청춘-라오스편> 출연으로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연석은 이장환(이경영 분) 박사의 연구 논문 조작을 폭로하는 양심적인 엘리트 연구원 심민호로 등장하는데 <꽃보다 청춘>의 자상한 어미새 이미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어떤 역할을 맡아도 메소드 연기가 가능한 이경영이 가세하여 환상의 드림팀을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뛰어난 연기를 선사한 배우들도, 영화 기획, 제작에 영감을 준 해당 사건도 아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소중히 여기고, 진실 보도를 위해 거대한 외압과 기꺼이 맞서 싸우는 언론인의 자세. 9년 전 실제 있었다는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고군분투가 2014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울린다. 10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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