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MBC 뉴스가 망가졌다는 건, 저잣거리에선 이미 썰렁한 얘기다. JTBC <썰전>에 출연중인 새누리당 출신 강용석 의원 조차 뭐가 맘에 안드는지 그렇다고 할 정도다. 강 의원은 자신의 정적(!)이기도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진돗개에 세금이 투입됐다는 논란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이 정도 뉴스는 메인 뉴스에 나올만한 건 아니다. 완전 가십성”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미디어지들 입장에서 MBC 뉴스 비평은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일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공격적 보도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MBC 뉴스에 대한 하루하루 비평을 넘어 MBC 뉴스 보도는 왜 이렇게까지 조롱의 대상이 됐는지 보다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미디어스>는 3회에 걸쳐 MBC 뉴스의 경향성과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본다. 'MBC뉴스는 어떻게 망가졌나'


지난 26일 언론단체들은 ‘MBC <뉴스데스크>는 죽었다’라는 제목의 MBC 보도 규탄 릴레이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한때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던 ‘자랑스러운 공영방송’의 대표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현재 MBC는 철저하게 망가졌다.

세월호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비판이 유독 KBS에 쏠린 것은 MBC 보도가 잘해서가 결코 아니었음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국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에 대한 실망이 더욱 컸으며, 보도국장의 망언 등이 밝혀지면서 더욱 이슈화된 것일 뿐이지 MBC의 보도참사는 KBS와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초기의 전원구조 오보, 목포 MBC 기자들이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했음에도 전원구조 오보를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낸 문제, 참사 첫날밤에 보상금을 계산한 태도, 유가족의 조급증이 잠수부의 죽음을 불렀다는 보도 등, MBC의 세월호 보도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런데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7월부터 이어진 세월호 특별법 제정 관련 MBC 보도는 한마디로 <뉴스데스크>의 사망을 선고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 언론단체들은 ‘MBC <뉴스데스크>는 죽었다’라는 제목의 MBC 보도 규탄 릴레이 일인시위를 시작했다(사진=민언련)
묵살하는 아이템이 한둘이 아닌 MBC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7월 12일 유가족들이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밤샘농성을 벌이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 당시부터 지금까지 MBC <뉴스데스크>와 KBS <뉴스9>, SBS <8뉴스>, YTN <뉴스나이트1부>, JTBC <뉴스9>,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MBC의 문제는 심각하다. 지상파 3사 중에서 주요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았고, 왜곡보도도 가장 많았다. 심지어 보수 색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TV조선>과 <채널A>보다 더 편파적인 보도들도 많이 지적되었다.

MBC가 ‘보도하지 않은’ 주요한 뉴스들을 한번 보자. △유가족의 단식농성 시작했을 때 묵살했다. 7/14~15일 당시 MBC와 채널A만 관련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MBC는 당시 월드컵 관련 소식 5꼭지, 참재첩 풍년소식, 경찰이 압수한 오리 부화 소식 등을 전하면서도 유가족들의 절규는 철저히 외면했다. 세월호에서 건진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 관련해 침묵했다. 그나마 이 보도는 SBS(7/27)와 JTBC(7/25, 28)에서만 보도했던 내용이었기에 MBC가 보도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세월호 관련 망언 중 홍문종 ‘교통사고론’, 김태흠 ‘노숙자론’, 안홍준 ‘단식 유가족 조롱’ 발언도 보도하지 않았다.

▲ 7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캡처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불법 채증 논란이 있었음에도 이 문제도 보도하지 않았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박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서 ‘쪽박까지 깨버린 셈’이라고 언급한 것도 보도하지 않았다. 9월 16일 박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보도에서는 MBC가 7개 방송사 중에서 유일하게 유가족의 입장을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았고,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대변인의 ‘가이드라인 준 것’ 발언도 녹취 인용도 기자멘트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언련이 7월 한 달 세월호 특별법 관련 총 보도량을 살펴본 결과 MBC는 고작 3.5꼭지만 보도했다. JTBC가 32꼭지를 한 것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고, 같은 기간 KBS 10건, SBS 11.5건과 비교해도 MBC가 얼마나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무심한가를 볼 수 있다.

차라리 보도해주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싶은 왜곡보도 투성이 MBC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차라리 보도해주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세월호 특별법을 다룬 내용들이 왜곡보도였다는 것이다. 유가족 단식, 도보행진 보도 등은 전혀 보도하지 않던 MBC가 불쑥 4번째 보도로 <“단원고 3학년 대학 특례입학”>(7/15)을 보도했다. 단신이기는 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국민의 오해와 억측 등은 바로 이런 보도로 인해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별법 여야 합의안 무산되었을 때에는 <야당은 왜 강경파에 휘둘리나…온건파 침묵 이유는?>(8/13)에서 합의안 무산을 당내 강경파 문제로 몰아갔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의원총회를 해보면 강경파들이 우세를, 우위를 점하는 것 같다. 평생을 운동 현장에서 전투력을 다져온 그 전의에 차 있는 전사들이기 때문에 온건파들을 위세 면에서 압도하고 있는 그런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처럼 ‘진영 논리’에 빠져있는 특정 정치인의 입장만을 인터뷰하고, ‘8.7 야합’이라고 까지 표현하는 합의의 문제점을 설명해주는 의원의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 9월 11일 MBC '뉴스데스크' 캡처
교황이 광화문 시복미사에서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만났을 때, 타사는 거의 모두 내용을 전하면서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했으나 MBC는 달랐다. <124위 시복미사 100만명 운집>(8/16)에서 한 문장으로 기자가 만남에 대해 설명하더니 ‘유민아빠’가 “잊어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세월호”라고 말한 장면만 보도했다. 타사는 특별법 제정 호소 발언을 보여줬으나 MBC는 간단한 발언만을 보여주는 교묘한 편집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관련 2차 여야합의 당시에도 유가족이 왜 이번 합의마저 반대하고 분노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으며, 유가족의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대신 <유가족 합의안 거부 국회 파행>(8/21)에서 유가족 총회 모습을 전하며 유가족들이 의자 차며 항의하는 모습만 부각했다.

MBC가 오전에 발행되는 조중동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라하는 행태도 두드러졌다. 변협 전 회장단들이 변협을 항의 방문했을 때, MBC는 <“변협 집행부 법치주의 지켜라”>(9/1)에서 앵커와 기자가 모두 변협이 ‘한발 물러섰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런 맥락의 보도는 조중동의 오전 보도를 그대로 옮겨온 수준이었다. 이런 행태는 <집중취재/광화문광장 ‘불법 농성’>(9/11)에서 광화문의 단식농성장이 ‘불법농성’이라고 부각한 보도에서도 드러났다. 오전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내용을 뉴스데스크가 거의 똑같은 맥락과 시각에서 보도했기 때문이다. 물론 타사가 오전에 주요한 보도를 하고 그 내용이 이슈가 되었다면 당연히 저녁 방송뉴스에서 다룰 수 있다. 문제는 조선일보의 우기기에 가까운 보도와 그 맥락을 <뉴스데스크>가 사실상 똑같이 차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혹여 MBC는 TV조선을 최대의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심재철 유언비어 카톡 글 ‘퍼 나르기’는 MBC 최고의 왜곡보도

가장 심각한 왜곡 편파보도로는 심재철 국조특위 위원장의 유언비어성 카톡을 자막까지 처리해 그대로 전한 보도였다.

▲ 7월 2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특별법 반대’ 카톡 글 논란>(7/21)에서는 기자가 “자식 잃은 슬픔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개인회사 잘못으로 희생된 희생자에게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것으로 본다. 안전사고 사망자들에게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특별법의 주장이다. 유가족들에게 수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고 성금과 기부금 등으로 천억 원이 있는데 그것도 부족해 사망자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한다. 세월호 희생자는 국가보호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희생된 사람이 아니라며 제2연평해전 전사자에게는 국가 보상금 5천만 원이 지급됐다”고 보도했다. 이 긴 기자멘트가 나오는 동안 자막처리까지 되어있었다. 보도에서는 야당과 비판 발언과 심위원장 해명을 함께 다루었지만, 이런 언급은 사실 별 의미가 없었다.

심재철 위원장은 카톡에서 “동감하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달라”고 언급했는데, MBC는 사실상 이 카톡 글을 <뉴스데스크>를 통해 온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유가족 폭행 시비는 MBC가 가장 열심히 보도한 세월호 관련 보도인 셈

게다가 9월 17일부터 24일까지 ‘세월호 관련 총 보도’ 대비 유가족 폭행시비 관련 보도’ 관련 보도비율은 MBC가 1위(88.9%)이다. 물론 이 기간에 TV조선은 유가족 폭행시비 관련 보도를 33꼭지나 했고, 채널A는 27꼭지나 했다. MBC는 8꼭지여서 상대적으로 종편에 비하면 매우 차분히 보도한 것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보도, 팽목항 관련 보도 및 세월호 관련 재판소식 등을 모두 포함한 ‘세월호 관련 총 보도’가 얼마나 되었는지 살펴보면 MBC의 8건은 단순히 적게 보도한 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MBC는이 기간 중 유가족 폭행 시비 이외의 세월호 보도가 단 1건 뿐이었다. TV조선은 8.5꼭지, 채널A는 10꼭지를 다른 세월호 관련 보도를 했고, JTBC는 13.5꼭지나 했다.(<표1>참조)

이는 MBC가 얼마나 편파적으로 뉴스를 선택하고 배치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MBC 답이 없다. 끔찍하게 뻔뻔한 경영진과 주눅 들어 옴짝달싹 못하는 노조

문제는 뻔뻔한 MBC 경영진의 태도이다. 안광한 MBC 사장은 6월 25일 자사 세월호 방송에 대해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평했다. MBC 방송문화진흥회의 여당추천 모 이사도 “MBC 보도는 아주 객관적이고 신중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게다가 경영진은 7월 1일 박상후 전국부장을 부장대우에서 부장으로 승진시켰다. 통상적 승진이라고 하지만 그가 한 행동을 생각하면 특진 수준이다. 그는 목포MBC의 보고를 묵살한 책임이 있는 전국부장 직에 있었으며, 유가족의 조급증이 잠수부의 죽음을 부른 것은 아니겠냐는 식의 세월호 최악의 왜곡보도를 리포트 했으며,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향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놈들은”라는 막말을 한 사람이다. 이런 자에게 승진을 시키는 조직, 반대로 기자들끼리 보는 단체카톡방에서 박상후 기자의 리포트가 그대로 나가도 괜찮을지 걱정한 신지영 기자에게는 정직 1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리는 조직, MBC 세월호 보도를 반성한 글을 섰다고 권성민 PD에게 정직 6개월을 내리는 조직, 이런 당근과 채찍에 놀라서 더 이상 제대로 된 비판의 목소리, 행동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MBC 노동조합. 한마디로 답이 없는 조직이 지금의 MBC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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