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세대들에게 사실 들리는 매체인 라디오를 어떻게 생각하나면, 정이 있는 매체이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멀티태스킹이 되는 매체가 바로 라디오거든요. 라디오를 들으면서 뭐든 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이에요. 저는 젊은 친구들이 라디오하고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25년간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해온 배철수는 MBC <무한도전-라디오스타>에서 라디오라는 매체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그 유명한 The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의 가사처럼 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없애버린다고 한탄하는 시대를 지나, 보는 것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들리기만 하는 라디오는 조금 거리감 있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라디오는 꾸준히 들려지고 있으며, 팟캐스트로 영역을 넓혀간 오디오 방송은 기존 방송 매체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다.
하지만 보이는 매체가 안겨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들리는 매체의 음성 효과를 압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 젊은 영상 세대에게 영향력 있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MBC <무한도전> 출연진이 일일 라디오DJ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과연 그들이 어떻게 라디오의 매력을 제대로 끌어낼 것인지 궁금했다. 이들 중에는 박명수, 하하처럼 DJ로 명성을 날리던 케이스도 있지만, DJ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라디오랑 상극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홍철도 있다. 그리고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 같은 경우는 라디오DJ가 처음이라고 한다.
<음악캠프> 같은 경우에는 방송 진행에 송출장비까지 직접 만져야했기에 적지 않은 방송사고가 정형돈 본인은 물론 제작진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하지만 몇 번의 아쉬운 방송사고와 실수에도 불구, 배철수가 구축한 25년의 명성과 역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수없이 멘트를 연습하고 반복했던 정형돈의 노력은 기대 이상의 <정형돈의 음악캠프>를 만들었다.
정형돈이 <음악캠프>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았다면, 유재석이 진행을 맡은 <꿈꾸는 라디오>는 그의 입담을 2시간 동안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젊은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파격적인 선곡이 눈에 띄는데, 특히 방송 말미 ‘재석 노트’ 코너에서 최근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아이들을 추모하며, 레이디스 코드 <I’m fine thank you>를 선곡하였다.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꽃같이 한창 예쁠 나이에 꽃잎처럼 날아갔다.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린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
지난 11일 MBC FM4U 일일 디스크자키로 활약한 <무한도전> 출연진이 진행한 라디오 방송이 호평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 각각이 가진 재치로 재미있게 라디오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보다 더 많은 청취자들이 <무한도전> 라디오데이에 열렬한 호응을 보낸 것은, <무한도전> 출연진이 가진 막강한 팬덤, 시종일관 듣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입담뿐만 아니라 하루 동안 라디오를 통해 인연을 맺는 청취자들에게 특별한 2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그들의 노력과 최선이 아니었을까.
비록 단 하루, 2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청취자들과 하나가 되어 라디오가 가진 매력을 흠뻑 일깨워준 그들은 진정 ‘라디오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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