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의 꽃보다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기록될 tvN <꽃보다 청춘-라오스편>에 유연석, 손호준, B1A4 바로(차선우)가 출연한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청춘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한 <꽃보다 청춘>의 기획의도에 부합되는 건강한 청년들이며, 꾸밈없이 밝고 선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줄 안다.

제작진이 몰래 놓은 덫에 걸려 얼떨결에 라오스에 던져진 세 청년은, 제작진이 준 그리 많지 않은 돈으로 라오스에서 6박 8일을 보내야 했기에 최대한 아껴 써야만 했다. 역대 꽃보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생고생 버라이어티를 원했던 제작진이 예상한 그림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 청춘이 묶는 숙소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더니, 급기야 지난 3일 방영한 여행 마지막 날에는 돈이 많이 남았다고 한다.

물가가 저렴한 라오스라고하나, 쥐어준 돈은 한정적인데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세 청년의 여행 잔고를 수상하게 여긴 제작진은 급기야 여행 경비 담당자인 유연석을 문책한다. 알고 보니 유연석은 <꽃보다 할배>에서 개인돈으로 여행 경비를 충당한 바 있는 이서진의 수제자였고, 오히려 스승 이서진을 뛰어 넘은 고단수 지능범이었다.

제작진은 해외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여 여행 경비를 아낀 유연석에게 큰 충격을 받았겠지만, 개인 돈 6만원을 더 들여 친구들과 함께 더 좋은 숙소에 묵고자했던 그의 마음 씀씀이는 여행 초보자인 손호준과 바로를 위해 헌신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웠던 어미새 이미지를 다시금 재확인시킨다.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땅에 당도한 아이들을 지켜야 했던 엄마 유연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총동원하여 최대한 경비를 아끼면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라오스로 떠나게 되어 당황할 법한 상황에서도, 유연석은 침착하게 당일 묶어야 하는 숙소를 예약하고 향후 일정을 준비한다. 세 청년 중 유일하게 배낭여행 유경험자라는 유연석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돈으로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만들었다.

그래도 세 청년이 아무리 아낀다한들,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찾아간 곳이 라오스였기 때문이다. 한국돈 기준 단돈 1400원으로 성찬을 즐길 수 있고, 천혜의 자연이 만든 워터파크에서 마음껏 물놀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낮다는 것 외에도 허기를 채우는 것 그 이상의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라오스 여행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었다.

라오스 여행 마지막 날, 세 청년은 라오스의 과거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의 탁발 의식에 직접 참여했다. 라오스의 승려(수도승)들은 여전히 탁발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탁발이 끝나면 승려들은 신도들에게 받은 음식을 다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라오스의 거리에는 구걸하는 모습도 굶주리는 사람도 없다.

탁발 의식을 보기 위해 루앙프라방을 찾은 여행객들과 라오스 신도들이 승려들에게 자신이 준비한 음식을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이 탁발 의식의 전부다. 그러나 종교를 넘어 모두가 공생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이나마 내놓게 하는 라오스의 탁발 전통은 세 청년들은 물론이거니와 보는 이들의 가슴마저 숙연하게 한다. 풍요롭진 않지만 헛된 욕심을 부리기보다 이웃과 더불어 살 줄 아는 라오스의 넉넉한 풍경은 팍팍한 일상에 지친 우리들을 지상 최대의 낙원으로 이끈다.

라오스의 땅을 처음 밟았을 때만 해도 말끔한 정장차림이었던 이들은 어느새 많지 않은 돈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라오스의 미소와 닮아 있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토스트, 샌드위치에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감동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친구들과 기꺼이 나눌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청년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라오스행,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라오스 곳곳에서 진한 깨달음을 얻고 돌아온 유연석, 손호준, 바로. <꽃보다 청춘> 제작진이 여행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진짜 청춘이 여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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