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봉한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정확히 10년이 지나 유연석의 마이너스 통장은 플러스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영화 <혜화, 동>(2010), <건축학개론>(2012), <늑대소년>(2012) 등 많은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유연석 이름 석 자로 제대로 각인시킨 작품은 지난 2013년 인기리에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94>이다.

지난겨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응사 열풍이 잠잠해진 지금, 다음달 2일 첫선을 보이는 영화 <제보자>를 필두로 주연을 맡은 <은밀한 유혹>, <상의원>의 개봉을 기다리는 배우 유연석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예능 tvN <꽃보다 청춘>이었다. <응답하라 1994>에 함께 출연한 손호준, B1A4 바로와 함께 라오스로 초저가 배낭여행을 떠난 유연석은 <꽃보다 청춘>에서 해외여행이 익숙지 않은 친구, 동생을 자상하게 돌보는 어미새로 등장하며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와는 또 다른 훈남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렇게 인기 예능 <꽃보다 청춘>을 통해 요즘 가장 핫한 연예인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마침 주연을 맡은 <제보자>의 개봉을 코앞에 둔 유연석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가 놓칠 리 없다. 게다가 유연석은 <힐링캠프> MC 이경규가 제작을 맡은 영화 <전국노래자랑>(2013)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남다른 인연이 있다.

<응답하라 1994>로 영화계는 물론 방송계가 주목하는 라이징스타로 등극한 유연석. 그러나 그는 ‘라이징’, ‘신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 출연해왔고 비중이 크든 작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건축학개론>, <늑대소년>에서 각각 수지, 박보영을 괴롭히는 인상 깊은 악역연기를 보여준 탓에 한동안 ‘국민쌍놈(?)’으로 불려야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렇게 열심히 활동했음에도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 방영 전까지 마이너스 통장으로 살아야했다고 한다. 심지어 카드 돌려막기도 했는데, 많지 않은 출연료로 등록금과 집세까지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10년이지, 오직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 하에 불완전한 청춘의 고통을 감내해야했던 지난날. 하지만 유연석은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왔고, 결국 데뷔 10년 만에 <응답하라 1994>와 칠봉이라는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 소위 ‘대박’을 터트린다.

<응답하라 1994> 이후 광고 7편, 영화 4편의 주연을 맡고 출연한 예능까지 잘 되어 요즘 젊은 배우들 중에서 가히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연석이지만, 정작 본인은 인기에 초연한 편이다. 오히려 송중기 등 군복무 중인 다른 또래 남자 배우들이 제대하기 전에 바짝 찍어야 한다고 농담 같은 진담을 건넨다.

2000년대 초중반 최고 화제작이었던 <올드보이>에 출연하고도 10년 가까이 무명으로 지내야했고, 배우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았던 유연석은 만인이 주목하는 스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좋은 작품, 연기에 대한 열망이 크다. 그래서 유연석은 흔히 한 작품 성공 이후 오랫동안 활동에 텀을 두는 여타 라이징스타들의 행보와 달리 여러 작품에 참여하는 다작배우의 길을 택한다.

오늘날 그를 성공으로 이끈 순정남, 훈남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유연석은 칠봉이, <꽃보다 청춘>의 다정다감한 어미새 외에도 보여줄 것이 많은 좋은 배우다. 연기자로서 재능도 무궁무진하지만 스포츠맨에 사진 찍기, 가구 제작, 화장품 제조 등에도 능하며, 오랫동안 무명의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어머니의 영상편지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착한 아들이며, 친구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행동하는 자상한 리더의 면모도 갖고 있다.

이 정도면 여성팬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하나, 배우 유연석을 깔끔하게 정의하는 건 뭐니뭐니 해도 그의 연기다. 개봉을 앞둔 <제보자>에서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 <꽃보다 청춘>, 그리고 악역으로 이름을 알린 <건축학개론>, <늑대소년>과는 전혀 다른 남자로 등장한다. 극 중에서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생계와 정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전직 엘리트 연구원으로 분한다. 유연석이 맡은 <제보자>의 심민호를 보면 전작들은 물론이거니와 요즘 장안의 화제인 <꽃보다 청춘>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현재 최고로 잘 나가지만 늘 그래왔듯 배우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매사 겸손하고 초심을 잃지 않은 유연석. 오랜만에 <힐링캠프>의 정석을 보는 것 같은 반듯한 청년 유연석의 성공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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