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능 또 한 편이 출격했다. tvN의 <오늘부터 출근>으로,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봉급생활자 1404만 명 시대, 한국 경제의 든든한 기둥 샐러리맨, 그들의 일상으로 뛰어든 연예인 8명의 리얼 입사 스토리'이다. 그에 따라 마흔 여섯 살의 박준형, 역시나 사십대의 JK김동욱, 김성주, 삼십대 은지원, 이현이, 홍진호, 그에 이어 이십대 김예원, 로이킴이 신입사원으로 일주일 동안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

회사 생활의 시작은 만만치 않다.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회사, 여덟 명의 연예인들은 8시25분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한다. 이른 아침 회사에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연예인 여덟 명 모두는 그 생활이 너무나 낯설다. 심지어 마흔 여섯 살, 대부분 미국에서 생활하는 박준형의 입에서 '토큰'이 튀어 나온다. 세 아이의 아빠로, '퇴직'과 관련하여 아픈 기억이 있는 김성주에게 신입사원으로서의 출근은 감회가 남다르다. 연예계에서는 각자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지만, 회사원으로서의 첫 발은 그 누구에게나 어설프다.

회사 입구부터 엘리베이터까지 줄을 서야 하는 출근길 진풍경에, 사원카드가 없이는 층조차 제대로 찾아가기 힘든 출근길을 거치고 난 회사 생활은 첫 날부터 녹록치 않다. 시간에 딱 맞춰가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겨우 도착해도 청바지에 짧은 치마, 나름 챙겨 입은 의상이 말썽이다.

업무는 한 술 더 뜬다. 천하의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컴퓨터와 프린터를 연결하는 걸 몰라서 선배에게 배우는 처지이고, 겨우 기다렸다 맡은 업무 택배 부치는 일조차 시간 내에 제대로 못해 지적을 받는다. 심지어 재고가 뒤죽박죽 쌓인 창고 정리가 첫 번째 임무로 주어지자 새로운 일에 부풀었던 마음은 주저앉아 버린다. 점심시간 상사와 밥 먹은 속도를 맞춰야 하는 등 쉬운 일이 없다. 심지어 퇴근 후 회식조차 회사 생활의 연장이다. 하루 일을 마친 여덟 명 연예인들은 다 같이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의 일주일을 막막해 한다. 그렇게 <오늘부터 출근>은 첫 날부터 만만치 않은 '샐러리맨'의 생활을 근접하게 그려내고자 애쓴다.

오래 전부터 홍보해온 <오늘부터 출근>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홍진호의 출연을 강조했다. 그런데 막상 첫 회 <오늘부터 출근>에서 홍진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루 일과를 마친 홍진호가 '어휴 힘들다'를 내뱉지만, 시청자들은 그가 무엇이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출근하고 컴퓨터 연결하는 장면 몇몇을 제외하고, 홍진호는 실종되었다 마지막에 한 컷 등장했기 때문이다. 홍진호만이 아니다. 로이킴을 제외한 나머지 출연자들 중 그들의 첫 회사 생활이 제대로 보여진 이는 거의 없다.

그렇게 <오늘부터 출근>은 말이 여덟 명의 연예인이지, 대부분의 분량을 로이킴에게 의존한다. 물론 로이킴이 신입 사원 연령대에 근접한 연예인임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넘어가기엔, 나머지 일곱 명의 분량이 너무 없다. 애초 한 시간 동안 여덟 명의 회사 생활을 다룬다는 것이 무리가 있겠다 싶었지만, 그렇게 한 사람에게 몰아가려면 뭐 하러 애써 여덟 명을 출연시켰는지 질문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더구나 로이킴이 누구인가. '표절' 등으로 물의를 빚고 쫓기다시피 미국으로 갔던 사람이다. CJ가 운영하는 또 하나의 케이블 방송 m.net의 <슈퍼스타k>의 우승자로 한참 인기 가도를 달리던 참에 그 일을 겪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로이킴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 프로그램에서 나머지 출연자를 들러리로 만드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로이킴에 이어 가장 많은 분량을 얻은 사람은 박준형이다. 그런데 그는 마치 마흔 여섯 살 '헨리' 같다. 오랜 외국 생활에 한국의 정서, 분위기를 전혀 모른 채 천방지축 날뛰는 한국인 얼굴의 이방인말이다. 그런데 마흔 여섯 박준형은 한동안 god로 한국에서 연예인 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제 아무리 회사라는 조직 문화에 낯설다 해도 연예계라는 사회에 몸담았던 사람인데, 그의 태도는 과연 그가 연예계 생활을 제대로 해냈을까 의심이 들 정도이다.

모두가 자리에 앉아 일을 보는 업무 시간에 회사를 '주유'하며 이 사무실 저 사무실 전전한다거나, 창고 정리를 하며 동료 김성주가 땀을 뻘뻘 흘리는데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악마의 편집'을 감안하더라도, 그가 한 그룹 god를 이끌었던 맏형이었는가 의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더구나 이제 마흔 여섯 살이나 되었는데, 이십대 헨리와 같은 모습을 보이다니! 그는 그간 무엇을 하고 살아왔단 말인가. <비정상회담>등을 통해 더 이상 텔레비전 속의 외국인이 낯설지 않은 세상에, 외국인보다 더 자유분방한 그를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이유 때문에 접어주기엔 도를 넘는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오늘부터 출근>이라는 샐러리맨 리얼리티의 배경이, 한눈에도 어느 회사인지 알 수 있는 '대기업'이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1404만 명의 샐러리맨 시대, 과연 이 중 대기업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몇 %나 될까? 한 회사에 파트별로 사람들을 분산시켜 놓고 제대로 분량을 뽑아낼 것이 없었다면, 차라리 이들을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아주 조그만 개인 사무실 혹은 생산직 등 다양한 종류의 직장에 취직을 시켰다면 어땠을까? 신입사원이라며 대기업의 번듯한 사무실에 출근을 하는 <오늘부터 출근>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취직하면 '대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은밀하게' 강화시킨다. 이제 tvN하면 명실상부 지상파에 대적할 만한, 심지어 그를 능가하는 화제성을 가진 방송국이 되었는데, 예능이라 하더라도 조금 더 사회적 책임감이 뒤따르는 작품을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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