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장으로 추대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에 대한 편향적 역사인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일간지 칼럼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해 KBS <한국사傳>을 폐지시키는 등, 이인호 이사장이 이병순 사장 시절 정권의 ‘KBS길들이기’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15일 <이인호, KBS 길들이려고 이사장 맡았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09년 이병순 사장의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사프로그램 페지·길들이기 당시 이인호 이사장이 일조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보도자료에는 이 이사장이 2008년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KBS 프로그램을 “정교한 왜곡”이라고 비판하는 등 자신의 편향적 역사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리고 6년 뒤인 현재 그는 KBS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KBS 이인호 이사장은 <KBS 이승만 왜곡>이란 제목의 칼럼(2008년 9월 8일)에서 KBS <한국사傳> 이승만 편 2부작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탁월한 정치지도자 이승만, KBS가 왜곡”

해당 칼럼에서 이인호 이사장은 “KBS를 통해 그려진 이승만은 탁월한 능력과 학식을 갖춘 사람임에는 틀림없지만 모든 능력을 자신의 권력 추구에만 활용했다”며 “일본에 대한 거족적인 울분에도 공감하지 않고 권력을 위해서는 동지를 배반하기를 서슴지 않았으며 광복 후 맥아더의 등에 업혀 권력을 장악하면서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시킨 미국의 앞잡이였다”고 지적했다.

▲ 2008년 9월 8일 '동아일보' 칼럼
이인호 이사장은 이어, “이상주의자 이승만은 일생을 독립투쟁에 바치고 대한민국을 세워 남한의 공산화를 방지한 탁월한 정치 지도자였지만 분단을 막지 못했고 결국은 독재자로 낙인찍혀 역사의 무대를 떠나야 했던 비극적 인물이었을 뿐, 권력의 화신이 아니었다”고 소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인호 이사장은 KBS <한국사傳> 이승만 편에 대해 “왜곡의 수법이 매우 정교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승만이 테러식 투쟁방법에 공감하지 않은 사례를 들면서 민족적 반일 감정이나 울분에 공감하지도 않은 냉혈의 정략가인 듯 묘사했다”며 “국제사회로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해 불철주야 뛰었다든가 <일본의 내막>이라는 책을 발간해 미국 국민의 반일감정을 조성함으로써 우리의 독립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에는 침묵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KBS는) 개별적 사안에 충실한 척하면서 거대한 역사왜곡을 감행하는 전형적 수법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인호 이사장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또는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견해가 엄격한 학술적 검증의 여과 없이 공영방송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타고 온 나라에 방영되는 일을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방송국 자체가 검증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이사장이 <동아일보>에 이 같은 칼럼을 기고하고 한 달여 뒤 KBS <한국사傳>은 폐지됐다. 이 시기는 이병순 당시 KBS 사장이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를 각각 <시사360>과 <미디어비평>으로 프로그램 명을 변경하는 등 KBS 길들이기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던 때다.

이인호 이사장 칼럼 기고 한 달 뒤, KBS <한국사傳> 폐지

하지만 이인호 이사장의 주장과는 달리 KBS <한국사傳> ‘이승만 편 2부작'은 오히려 당시 이승만·독재 미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민희 의원은 위 프로램에 대해 “해방 직전 미국에서 ‘중경 임시정부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 자격으로 있던 이승만이 미국 단파라디오 방송 <자유의 소리>를 통해 ‘전설처럼 한반도 민중을 사로잡았다’는 부분을 자세히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KBS <한국사傳>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암울한 일제 치하의 막바지, 절망에 사로잡혀 있던 조선 민중에게 ‘전설’이자, ‘영웅’으로 자리 잡았다”라거나 “해방 직후 이승만은 열렬한 환영 속에 귀국했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적어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담고 있다는 이인호 이사장의 주장과는 달랐다는 지적이다.

최민희 의원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KBS <한국사傳>은 이승만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소개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인호 씨는 이 프로그램을 균형 잡힌 시각에서 보기는커녕 오히려 지극히 편향된 ‘외눈박이눈’으로 보고 일방적인 매도와 비난을 쏟아냈고, 심지어 공영방송에 대해 ‘방치할 수 없다’고 호들갑을 떨었다”고 비판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어, “극도로 편향된 역사의식을 가지고 KBS의 균형잡힌 프로그램에 대해서조차 일방적인 매도와 비난을 쏟아낸 인물이 KBS 이사장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인호 씨는 자신이 KBS 이사장 자리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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