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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지만 안했다' 원세훈 판결, “검찰 비판” vs “법원 비판”판결에 의문 제기한 진보언론, ‘헛발질 기소’ 비판한 보수언론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9.12 11:17

국정원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정치개입한 것은 맞지만 이를 선거개입으로 볼 수는 없다는 상식 수준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이 11일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을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지만 핵심 쟁점이던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한 신문의 반응은 엇갈렸다. 진보언론과 중도언론이 판결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면 보수언론은 검찰 수사로 우리가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12일자 <한겨레>는 <선거 때 정치개입이 선거법 위반 아니라니>란 제목의 사설에서 “댓글과 트위터로 정치에 개입했고 그 상당수가 선거 때 선거 관련 내용인데도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니 참으로 이상한 판결이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정치 판결’이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 12일자 한겨레 2면 기사
 
<한겨레> 사설은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고, 재판에서도 명백한 증거조차 부인하는 등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 결과 법정에서 채택된 증거도 크게 줄었다. 이런 상황을 뻔히 방치하다 이제 와 증거 부족으로 선거법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했으니 수긍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라고 맥락을 설명한 후, “어중간한 절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번 판결은 상급심에서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 역시 <‘정치관여 했지만 대선개입 안 했다’는 법원 판결>란 제목의 사설에서 “술 마시고 핸들을 잡기는 했으나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논리인가.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이다. 원 전 원장은 처벌하되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논란은 막으려다 나온 ‘정치적 판결’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판결을 비판했다.
 
   
▲ 12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경향신문> 사설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범죄를 총지휘한 사령탑이 집행유예를 받고 유유히 귀가했다. 이 장면은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에게 좋지 않은 신호를 줄 것이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여론조작에 나선다 해도 선거법 따위는 ‘무사통과’할 수 있다는 신호 말이다”라며 이 판결이 차기 선거의 양상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중도언론으로 분류되는 <한국일보> 역시 <원세훈 '선거법 무죄 근거' 수긍하기 어렵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판결의 논리를 공박했다. <한국일보>는 “앞으로의 선거에서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에게 나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경향신문>과 비슷한 우려를 밝히면서, “법원의 이번 판결은 오히려 검찰 수사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특별검사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라고 지적했다.
 
보수언론 중에선 이런 문제에서 흔히 그렇듯 <중앙일보>의 태도가 다소 전향적이었다. 12일자 <중앙일보>는 사설 제목을 <국정원 정치 개입 유죄, 뼈를 깎는 개혁 계기 돼야>로 잡고 비록 법원 판결의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국정원의 행태를 집중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결국 대선 때 본격 선거운동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일 뿐 지속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점은 인정한 셈이다”라고 판결의 내용을 평가했다. 이는 다른 보수언론에 비해 국정원의 행태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한 것에 해당한다. 
 
   
▲ 12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중앙일보> 사설은 “국정원은 지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사건에 이어 최근 대공 사건마다 법원에서 판판이 무죄로 깨지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실력도 의심받는 한심한 상황으로 추락한 것이다”라면서, “남북이 대치해 있는 우리나라에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강력한 정보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 일하는 국정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번 판결을 두고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의 실체가 사라졌다면서 검찰 수사와 1년의 시간낭비를 비판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1년간 나라 흔든 '국정원 선거 개입' 결국 無罪>란 제목의 사설에서 “아직 2·3심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1심의 판단은 작년 한 해 동안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를 극심한 정쟁(政爭)으로 몰고 갔던 이른바 '국정원 대선 개입'이란 것이 실은 실체도 없는 것이었다는 결론이다”라고 주장했다.
 
   
▲ 12일자 동아일보 4면 기사
 
이어서 <조선일보> 사설은 “우리 사회는 정치적 사건이 불거지면 증거를 따질 겨를도 없이 곧장 편싸움장으로 바뀌고 만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증거엔 아예 눈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은 과장해 부풀린다. 이제는 정치 세력만이 아니라 검찰·경찰에까지 이런 풍조가 번지고 있다. 수사 검사들이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반대되는 정황에도 주목했다면 검찰 내 분란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아예 사설 제목을 <‘원세훈 대선 개입’ 헛발질 기소로 나라 뒤흔든 검찰>으로 가져갔다. <동아일보> 사설은 “최고 정보기관 수장에 대한 검찰의 선거법 위반 기소는 대선 패배 세력에 선거 불복 움직임을 촉발시켜 정국의 혼란을 불러왔다”라고 정치상황을 설명하면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로 나라를 뒤흔들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라면서 검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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