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계절은 본격적으로 가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이 말인즉슨 극장가도 당분간은 한산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주 북미 박스 오피스는 신작이 단 한편도 10위권에 들지 못하는 등 심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블록버스터의 계절인 여름이 지났으니 슬슬 승자가 누구고 어떤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는지 한번 돌이켜볼 시간도 되지 않았나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여름을 전후하여 개봉한 영화 중 북미 박스 오피스 흥행 순위 TOP 10입니다.

1위는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재차 1위를 차지하더니 3주 연속으로 정상을 지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입니다. 10편의 영화 중에서 <닌자터틀> 다음으로 상영기간이 짧았지만 경쟁작을 모두 굴복시키고 당당히 승자에 올랐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지금과 같은 흥행은 북미에서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과연 마블은 이렇게 성공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성공으로 마블은 데이브 바티스타와의 계약을 수정하여 <어벤져스 3>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시리즈 중 유일하게 3억 불을 돌파하지 못했음에도 2위입니다. 확실히 대단하긴 대단하네요. 더욱이 북미에서의 흥행이 약간 주춤한 걸 중국이 모두 벌충하면서 10억 불을 돌파했으니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3위가 <말레피센트>라는 건 꽤 의외입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위엄인 건지 예상 외의 성적으로 마무리했네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브라이언 싱어의 복귀를 화려하게 장식했고,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감독 교체에도 불구하고 전작의 성공을 이어받으면서 마지막 이야기를 기다리게 합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샘 레이미의 삼부작을 모두 포함시켜도 역대 최하의 북미 박스 오피스 성적을 남겼으나 기어코 2억 불은 돌파했군요. 앞으로 이어질 영화를 기대해야겠죠? 최근 앤드류 가필드는 <시니스터 식스>에 자신의 출연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고질라>는 속편을 제작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감독인 가레스 에드워즈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면서 졸지에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중 하나까지 맡게 됐습니다. 우선 이 영화부터 끝내고 <고질라 2>를 작업하게 됩니다. 전작인 <Monsters>에서 가레스 에드워즈는 맥거핀에 가까운 소재를 가지고 분위기를 잘도 이끌어내더니 <고질라>에서도 그랬습니다. 위 영상은 한 유튜브 이용자가 고질라가 등장한 장면만 모은 것으로 고작 8분 남짓입니다. 이렇게 적은 분량을 가지고도 긴장을 유지한 것은 분명 가레스 에드워즈의 연출 덕일 것입니다.

<22 점프 스트리트>는 전편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5천만 불의 제작비에서 네 배 가까운 수입을 벌었으니 속편은 또 욕심을 낼 수밖에 없겠죠? 실제로 <23 점프 스트리트>가 제작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반면 <드래곤 길들이기 2>는 의외의 실패였습니다. 개봉 전후의 반응은 모두 좋았지만 흥행은 전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개봉한 <닌자터틀>은 오락영화에 충실하면서 기대 밖으로 흥행하여 속편을 가시화시켰습니다.

여름 북미 박스 오피스의 승자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면 실질적인 패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북미만 기준으로 한다면 역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의 부진이 눈에 띄지만, 저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와 <드래곤 길들이기 2>의 추락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두 작품 모두 3편의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으니 심려가 클 것 같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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