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으로 '내 인생의 OST'란 부제를 가진 <썸씽>이 방영되었다. 일단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16년 만에 무대에 오른, 이제는 배우 가수이기보다는 가방 디자이너로 더 이름이 알려진 임상아. 요즘 한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박혁권. 그리고 <꽃보다 할배>를 통해 우리 곁에 조금은 더 다가온 근엄한 배우 박근형 그리고 이필모 등 특집에 걸맞은 출연진이다. 면모만이 아니다. 그들이 무대에 서서 지인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흑백텔레비전 시절에 '유쾌한 명랑회'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노래를 선보인 게 다였다는 박근형의 말처럼 예능을 통해 좀처럼 만나기 힘든 분들의, 듣기 힘든 노래이다.

단지 노래만 부르는 것도 아니다. 그 노래를 조금 더 감미롭게 혹은 감동적으로 만들기 위한 사연이 준비되어 있다. 한때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에게 유일한 의지가 되었던, 이제는 남편이 없는 싱글맘이 된 임상아의 고독한 뉴욕 생활이 등장한다. 이역만리 외로운 뉴욕 생활을 견디게 해준 '어머니의 된장찌개'라는 노래를 그 노래의 주인공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부른다.

어머니의 장가 가라는 성화를 귓등으로 넘기는 마흔 줄의 이필모는 여전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첫사랑을 생각하며 '별이 진다네'를 열창한다. 이런 게스트들의 사연에 뒤질세라 강호동은 마흔 줄 남자의 정서를 대변하고자 최백호와 함께 '낭만에 대하여'를 우직하게 부르고, 시청자의 사연을 접수한 김정은은 악동 뮤지션과 함께 '붉은 노을'을 귀여운 안무까지 곁들여 공연한다.

일단 <썸씽>의 시도 자체는 신선하다. 단순한 토크쇼도 아닌 것이, 공개 음악 프로그램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인간 극장>같은 다큐도 아닌 것이 그 모든 것들의 장점을 모아 출연자의 사연과 노래를 풀어낸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다.

또한 특집분 1,2회의 출연자들은 각양각색의 감동을 주었다. 내로라하는 셀러브레이티들의 사랑을 받는 가방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자신의 뉴욕 생활을 60점대로 평가하며, 이혼의 상처를 딛지 못해 공황 장애에 시달리는 싱글맘이라는 성공과 고독의 양면을 고스란히 내보여준 임상아의 자전적 고백. 가진 것 없어도 자부심만은 하늘을 찔렀던, 하지만 이제는 그를 캐스팅해준 임창정이 내 가족이 잘 된 것 같더라는 소회를 밝힐 정도의 위치에 오른 박혁권의 잔잔한 인생사. 대배우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애증의 간격을 메우기 힘든 아버지와 아들의 사연까지 다양한 감동들이 포진되어 있다. 연예인의 입을 통해 토로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사의 매력은 여전하고 심지어 사연이 얹힌 노래는 실력과 상관없이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개별 출연자의 사연이 가진 진정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과 달리, 프로그램의 완성도 면에서 <썸씽>은 아직 미완성이다. 사연들을 풀어내랴 토크를 하랴 노래를 하랴 분주했다. 분량도 제각각이다. 풍성한 사연을 구구절절 풀어내려다 보니, 2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연팔이'의 내용이 적은 이필모는 거의 게스트급이 되어 버렸다. 박근형 부자의 가깝고도 먼 사이는 게 눈 감추듯 시간이 흘러가 버렸고, 애절한 임상아의 사연은 안타까웠지만 중언부언하다보니 늘어져 버린다. 거기에 굳이 노배우를 들러리 삼아 강호동의 노래와 로이킴의 노래를 끼워넣은 것은 사족처럼 느껴졌다. 더욱 시청자의 OST까지 꾸겨 넣은 것은 바구니가 넘쳐 보였다.

진행이야 다듬으면 되지만 이미 특집으로 보인 1,2회를 이어갈 다양한 사연들이, 아니 신선한 사연들이, 그 사연을 풀어낼 만한 특집을 넘어설 출연자들이 이어질 수 있을까? 아마도 이것이 <썸씽>이 특집을 넘어선 정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는가의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