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에서 ‘한 지붕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정현 의원은 23일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언론계 전반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새로운 형태의 언론통폐합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당 정병국 의원은 문방위 소속 27명의 국회의원에게 돌린 의견서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고 변화된 우리의 방송환경에 적합한 합리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 ⓒ여의도통신
이 같은 상충된 두 의원의 입장은 ‘코바코 해체와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안에서도 논란이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선 이정현 의원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해 코바코의 방송광고 연계판매가 중단되었을 때 2007년 말 당기순이익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는 곳이 종교·지역방송 29개 방송사 중에서 단 한 개 방송사를 제외한 28개 방송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연계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CBS의 경우 2007년 278억원의 연계판매 비용이 중단될 때 273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중파 방송도 예외는 아니어서 EBS의 경우, 2007년 217억원을 연계판매했고 이를 중단하면 245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됐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예상 적자액이 큰 종교 지역방송사는 BBS 99억원, PBC 91억원, 청주 MBC 55억원, 진주MBC 46억원, 대구 MBC 44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여의도통신
이 의원은 “당장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존립할 수 있는 방송사는 거의 전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한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도입방안 보다는 치밀한 대안 마련과 국민 및 이해 당사자들의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병국 의원은 “이미 방송광고 시장은 우르과이 라운드에서 완전 개방된 분야이며 다매체 다채널의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경쟁체제 도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광고요금 규제, 할당 및 끼워팔기 등 코바코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문제되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일부 부작용이 예상되는 완전경쟁체제 방식의 도입보다는 방송의 경쟁구조를 촉진시키면서 방송의 공익성을 적정 수준 담보할 수 있는 제한경쟁 체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다만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에는 종교방송과 지역민방 등 취약매체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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