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괜찮아, 사랑이야> 15회에는 제법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장재범(양익준 분)은 동생 장재열(조인성 분)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재열은 자기 때문에 중징계를 받은 지해수(공효진 분)를 위해 퇴원을 결심하고 엄마(차화연 분)과 형이 사는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한강우(EXO 디오/도경수 분)는 재열의 눈앞에 맴돌고 있고, 재열은 강우를 실제 존재하는 인물로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재열의 곁에는 그를 믿고 기다려주는 해수가 있고, 해수의 충고를 들은 재열은 드디어 강우를 환시로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3년 동안 자신과 함께였던 강우를 떠나보내려고 한다. 늘 상처투성이 맨발이었던 강우의 발을 직접 씻어주고, 그 아이의 발에 꼭 맞는 예쁜 양말과 운동화를 신겨주면서 말이다.
촉망받는 인기 소설가로 조각 같은 외모와 재력까지 갖추었지만 의붓아버지 살해사건 이후 오랫동안 심적으로 힘들어하던 장재열은 결국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펠로우로 비교적 성공적인 커리어우먼의 삶을 살고 있는 지해수는 어린 시절 엄마(김미경 분)의 불륜을 목격한 이후 키스 이상의 깊은 관계를 맺는 데 힘겨워한다.
완벽해 보이는 이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병을 앓게 된 이유는 가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리고 <괜찮아, 사랑이야> 첫 회에서 지해수가 진료를 맡은 환자들은 모두 가족 때문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재열과 해수는 서로를 만나고 의지하면서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진실된 사랑만으로는 장재열의 정신 이상을 고칠 수 없었다. 결국 재열은 해수가 일하는 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되고,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원활한 치료를 위해 두 사람은 철저히 격리된다.
해수의 간절한 설득 끝에, 강우를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투영한 환시로 인정하는 데 성공한 재열은 이제 강우와의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있다. 재열이 강우를 진짜가 아닌 가짜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병을 치료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고픈 재열 본인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된 성과다.
그러나 재열이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은 오롯이 해수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이다. 해수뿐만이 아니다. 재열이 다시 건강해지길 기원하며 물심양면 응원을 아끼지 않은 조동민(성동일 분)과 박수광(이광수 분), 양태용(태항호 분). 재열이 힘들 때 그의 곁을 묵묵히 지켜준 이들은 재열의 또 다른 가족이자 친가족 때문에 생긴 마음의 병을 완화시켜준다.
하지만 가족 때문에 생긴 병은 원인을 제공한 가족을 통해 풀어야하는 법이다. 재열의 쾌유를 위해 재범과의 면회를 허락한 이영진(진경 분)은 재열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재범의 돌출행동에도 그들의 싸움을 빨리 제지하지 않는다.
강우를 환시로 인정하는 재열의 변화가 반가운 것은, 단순히 그가 좋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조짐만 보여서가 아니다. 재열 자신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 증상을 없애기 위해 다시 힘든 싸움에 들어간 것은, 자신을 오랫동안 짓누르던 상처, 엄마, 형, 자신과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풀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가족 때문에 14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재범은 사건 당사자인 재열을 흠뻑 때리는 것으로 가슴에 품은 한을 조금이나마 해소했으며, 본의 아니게 두 아들 모두 비극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 엄마는 두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품고자 한다.
너무나도 닮았기에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존재 그 자체였지만, 이제는 각자의 행복을 위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재열과 강우. “작가님, 이제 나... 오지마요?”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글썽이며, 완전한 마지막을 고하는 두 남자의 이별이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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