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의 디오(도경수)가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관심가지고 지켜보는 아이돌 중 하나이지만 <괜찮아, 사랑이야>가 디오의 공식적인 첫 연기 필모그래피이고, 글쓴이 또한 아이돌, 특히 ‘SM의 저주’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배우로서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SM 아이돌에 대한 적잖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장재열(조인성 분)의 순수하고도 열렬한 해바라기로 등장한 줄 알았던 디오에게 맡겨진 첫 역할은 그냥 평범한 미소년이 아니었다. 디오가 맡은 한강우는 형 재범(양익준 분)을 향한 재열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허구적 존재였다. 강우는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재열의 어린 시절과 똑 닮아 있었다.
하지만 뜻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거듭되는 의붓아버지의 폭력과 그에게 맞고 사는 어머니의 고통을 더 이상 맨정신으로 지켜볼 수 없었던 강우는 결국 재열의 눈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당연히 재열은 강우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내던졌고, 다행히 재열을 뒤따라온 지해수(공효진 분)와 조동민(성동일 분), 이영진(진경 분) 등 의료진에 의해 무사히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단순히 대사만 잘 외우고, 아이돌 특유의 귀엽고 발랄한 표정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고 재열하고만 감정 교류가 이뤄지는 허구적 인물인 만큼, 시청자들이 강우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나 재열의 정신분열을 설명하는 존재인 만큼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강우란 역할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다행히도 디오는 강우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강우가 되어 강우에게 집착하는 재열의 슬픔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디오가 EXO 멤버인 줄 몰랐다는 허지웅 평론가의 말처럼 아이돌이 아닌, 오랜 연기 내공을 가졌지만 이제 막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신인배우처럼 연기하기 쉽지 않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어떤 역할을 연기한다한들 예쁘고 잘생긴 SM 아이돌뿐이라는 편견을 벗어나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디오. 어쩌면 SM 연기 흑역사를 마감할 수 있는 디오의 차기작 영화 <카트> 또한 기대해 봐도 괜찮을 법하다. 아니다. 배우로 활동하는 중에는 EXO의 디오가 아닌 도경수라고 불려줘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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