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의 디오(도경수)가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관심가지고 지켜보는 아이돌 중 하나이지만 <괜찮아, 사랑이야>가 디오의 공식적인 첫 연기 필모그래피이고, 글쓴이 또한 아이돌, 특히 ‘SM의 저주’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배우로서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SM 아이돌에 대한 적잖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장재열(조인성 분)의 순수하고도 열렬한 해바라기로 등장한 줄 알았던 디오에게 맡겨진 첫 역할은 그냥 평범한 미소년이 아니었다. 디오가 맡은 한강우는 형 재범(양익준 분)을 향한 재열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허구적 존재였다. 강우는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재열의 어린 시절과 똑 닮아 있었다.

3년 전 재범이 재열을 포크로 공격한 이후부터 재열의 눈앞에 나타난 강우는 그 이후 줄곧 재열의 주변를 맴돌고 있었다. 강우를 마냥 귀찮아하던 재열이 강우를 친동생처럼 받아준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은 강우의 처지 때문이었다. 소설가를 지망하는 강우는 신춘문예 당선을 희망한다. 그런데 강우의 태도가 상당히 극단적이다. 만약 당선이 되지 않는다면, 죽고 싶단다. 당연히 재열은 강우의 자살을 막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하지만 뜻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거듭되는 의붓아버지의 폭력과 그에게 맞고 사는 어머니의 고통을 더 이상 맨정신으로 지켜볼 수 없었던 강우는 결국 재열의 눈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당연히 재열은 강우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내던졌고, 다행히 재열을 뒤따라온 지해수(공효진 분)와 조동민(성동일 분), 이영진(진경 분) 등 의료진에 의해 무사히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재열의 환시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 거기에다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애써 밝게 웃고 있음에도 우수에 가득 찬 눈으로 그늘진 슬픔을 드러내는 여린 캐릭터는 섬세하면서도 예민한 감정선을 요한다. 그만큼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대사만 잘 외우고, 아이돌 특유의 귀엽고 발랄한 표정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고 재열하고만 감정 교류가 이뤄지는 허구적 인물인 만큼, 시청자들이 강우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나 재열의 정신분열을 설명하는 존재인 만큼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강우란 역할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다행히도 디오는 강우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강우가 되어 강우에게 집착하는 재열의 슬픔을 극대화한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요즘 최고의 인기 아이돌그룹 EXO의 디오가 보이지 않는다. 해맑은 미소를 가진 한강우만 존재할 뿐이다. 그동안 연기 도전에 나선 SM 아이돌들이 숱한 연기 논란에 휩싸인 것은 기본적인 연기력 문제를 놓고 떠나, 화려한 아이돌 이미지가 강해서 정작 그들이 맡은 역할에 제대로 몰입되지 않았던 이유가 가장 컸을 것이다.

하지만 디오가 EXO 멤버인 줄 몰랐다는 허지웅 평론가의 말처럼 아이돌이 아닌, 오랜 연기 내공을 가졌지만 이제 막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신인배우처럼 연기하기 쉽지 않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어떤 역할을 연기한다한들 예쁘고 잘생긴 SM 아이돌뿐이라는 편견을 벗어나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디오. 어쩌면 SM 연기 흑역사를 마감할 수 있는 디오의 차기작 영화 <카트> 또한 기대해 봐도 괜찮을 법하다. 아니다. 배우로 활동하는 중에는 EXO의 디오가 아닌 도경수라고 불려줘야 할 듯하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 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