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 순위 1위에 윤형빈이 올랐다.

최근 KBS2TV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 캐릭터로 스타들에게 독설을 퍼붓는 그가 드디어 안티팬들의 구름같은 ‘반응’을 끌어내며 일약 포털 사이트의 ‘검색 스타’가 된 것이다.

▲ 개그맨 윤형빈
윤형빈은 21일 방송된 ‘개그 콘서트-봉숭아학당’에서 그룹 <동방신기>를 대상으로 “야, 니들 살아는 있냐? 통 보이지 않아? 나한테 욕먹을까 봐 안 나오는 거라며?”라며 관심을 유도했다.

또 그는 “동방신기 오늘 컴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팬들 신경 좀 써라”며 “동방신기가 움직이면 함께 움직이는 팬들이 몇 만? (관객:80만!) 그런데 앨범은 10만장 밖에 안팔리더구만. 아니 좋아하는 가수면 앨범 하나정도는 사야할 것 아니야?”라고 독설을 날렸다.

동방신기 팬들이 이에 발끈하면서, 개그콘서트 게시판은 ‘왕비호’를 비판하는 글로 폭주하고 있고, 네티즌들은 그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형빈의 미니홈피도 동방신기 팬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구나 사과방송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 연예 관련 인터넷 매체들은 윤형빈이 네이버 1위를 차지하자 앞다퉈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윤형빈이 동방신기 팬들만큼은 넘어서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들이다.

실로 손가락은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손가락을 보며 발끈하는 모양새다. 또한 누가 누구에게 사과를 해야할지 고민해 볼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동방신기가 윤형빈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따져 보자. 윤형빈은 개그맨이다. 관객과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하는 사람이다. 코미디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윤형빈이 택한 코미디는 ‘블랙 코미디’다. 풍자와 비판으로 시청자들에게 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장르다. 윤형빈은 그 ‘사회’를 연예계로 삼은 것이다.

그런 윤형빈에게 지금 동방신기 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스타들에게 독설을 하는 대신 칭찬을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개그맨을 그만 두라는 소리다. 윤형빈으로 인해 삶의 활력소를 찾는 이들의 웃음마저 빼앗겠다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 22일 KBS2TV ‘개그콘서트’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동방신기> 팬들의 ‘왕비호’에 대한 비판 글들.
물론 10만장이냐 아니면 20만장이냐에 대한 부분이 잘못됐다는 팬들의 원성은 100번 이해한다.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윤형빈이 “동방신기가 움직이면 함께 움직이는 팬들이 몇 만? (80만!) 그런데 앨범은 20만장 밖에 안팔리더구만. 아니 좋아하는 가수면 앨범 하나 정도는 사야 할 것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동방신기 팬들은 가만히 있었을까? 아니다. 팩트를 정확히 했더라도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코미디를 코미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형빈이 2분22초 동안 풍자한 것은 분명 우리 가요계의 현주소다. “아니 좋아하는 가수면 앨범 하나 정도는 사야 할 것 아니야?”라고 말한 윤형빈의 말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쯤에서 우리 가요계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말해줘야겠다.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상위 100개 음반 판매량은 2001년 1217만장을 정점으로 2004년 606만장, 2005년 590만장, 2006년 460만장, 2007년 283만장으로 줄었다.

이유는 음악 시장이 음반 중심에서 디지털 음원 위주로 옮겨가면서 불법 복제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음반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수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심각하다. 음반을 내면 망하기 딱 좋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시 돌아가 보자. 동방신기 팬들은 KBS에 사과방송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과할 사람은 윤형빈이 아니다. 동방신기가 윤형빈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진정한 팬이 해야 할 소리를 윤형빈이 대신 해주었기 때문이다.

과연 ‘가수들이 땀흘려 만든 음반을 진정한 팬이라면 사야할 것 아닌가?’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개그맨에게 돌을 던지는 팬들을 동방신기는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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