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의 아비규환 속에서 드디어 짝을 맞춘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 ‘내일도 칸타빌레’의 인증 사진이 떴다. 제작사 그룹에이트가 공개한 한 묶음의 사진은 주연 배우 심은경, 주원을 포함한 배우 아홉 명의 첫 대본 리딩 현장을 담고 있었는데 이 드라마의 리메이크 소식이 결정되고 두 번째로 성공 가능성을 느꼈다.

대본 리딩 현장 사진을 공개한 ‘노다메 칸타빌레’의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만화 원작을 리메이크한 팬시 같은 드라마를 오래도록 만들어온 나름의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곳이다. 드라마 궁, 탐나는 도다, 꽃보다 남자, 장난스런 키스 등이 이 회사를 통해 제작되었다.

흥행만이 전부가 아닌 리메이크 작품의 호불호야 제각각이겠지만, 이른바 캐스팅의 싱크로율 만큼은 원작 만화는 물론 앞서 제작한 일본과 대만 드라마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었다. 탐나는 도다의 꽃선비 귀양다리를 임주환으로, 오만한 짐승 같은 츠카사를 생짜 신인 이민호로 캐스팅한 패기를 기억해본다면, 적어도 이 제작사의 캐스팅 능력만큼은 왈가왈부할 것이 없었다.

▲ '내일도 칸타빌레' 첫 대본리딩 현장/ 사진제공 그룹에이트
그러나 잘 만든 리메이크 이상을 뛰어넘은 일본 드라마의 걸출한 캐스팅 전력을 보유한 노다메 칸타빌레에 있어 네티즌의 오지랖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난다 긴다 하는 여배우 여럿을 품평회하고 한바탕 소동을 벌여 처음으로 돌아온 심은경의 캐스팅은 퍼펙트까진 아니더라도 개중에 제일 낫다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토록 요란한 난리 끝에 마무리된 캐스팅 완료 이미지를 보고나니 오히려 심은경이 아닌 다른 배우에게 눈길이 가며 이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에 힘을 싣게 된다. 노다메에 묻혀 호도 불호도 아닌 미온적인 평으로 존재했던 이 드라마 속 또 하나의 천재이자 또 다른 주인공, 치아키 선배 역할의 주원이다.

노다메에 목숨을 건 네티즌들은 그녀를 처리하는 일만 해도 바빠 또 하나의 주연배우에게는 딱히 관심을 두지 못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치아키와 그리 흡사하진 않지만 워낙 연기를 잘하는 젊은 배우로 정평이 나있으니 딱히 트집은 잡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고리짝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주원이 치아키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이 드라마를 놓지 못했다. 일본 드라마에서 치아키 신이치를 연기한 배우 타마키 히로시와는 닮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또래의 국내 배우들 가운데서 가장 치아키 선배를 제대로 연기해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갖추고 있는 배우였다. 외모와 재능, 그리고 연기 패턴까지.

음악밖에 모르던 노다메를 한눈에 치아키 성애자로 만들어버린 치아키의 미모를 일본 배우 타마키 히로시는 인간이 손댈 수 없는 영역의 초식동물 같은 판타지로 뭇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못지않게 청결한 마스크를 보유한 주원 또한 손대지 못할 아름다움을 보유한 치아키 선배의 이미지와 꼭 들어맞는다.

지휘자 치아키의 완전무결함은 그가 가진 천재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연기력 이상의 또 다른 노동을 필요로 하는데, 이미 굿닥터에서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 환자의 디테일을 혀를 내두를 만큼 완벽하게 소화해낸 주원이기에 타마키 히로시 이상의 완벽 지휘 연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첫 대본 리딩 현장 사진에서 재확인한 주원을 향한 신뢰는 그가 이미테이션 아닌 국내판만의 매력을 가진 칸타빌레를 연주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다. 타마키 히로시와 우에노 주리의 이미테이션이 만든 노다메 칸타빌레를 만들어서 무엇 하겠는가. 그럴 바엔 그저 오리지널을 한 번 더 감상하는 편이 낫지.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타이틀처럼 이 드라마에서 노다 메구미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노다메를 연주하게 하는 것은 결국 지휘자 치아키의 존재감이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노다메의 순애보인 한편 박제가 될 뻔한 천재, 치아키의 성장드라마다.

드라마와 예능 연예계 핫이슈 모든 문화에 대한 어설픈 리뷰 http://doctorcal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