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일째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8월 22일 시작한 청운동사무소 앞 별마중은 달이 바뀌었는데도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기소권을 포함시키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여전히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죽어간 아이들 생각만 하면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감출 수 없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오늘도 외쳤다. 대통령은 ‘응답’하라고. 자갈치 시장을 방문하고 뮤지컬 관람할 시간은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코앞에서 거리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절망 속에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유가족들은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특별법 제정이 이렇게까지 힘겹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1일 오후 2시, 청운동사무소에서 11일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응답'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1일 오후,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2학년 2반 고 박혜선 학생 어머니 임선미 씨는 139일 전 팽목항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들이 나오지 않는 와중에 돌았던 무수한 루머들. 엄마가 예쁘게 화장을 하고 있으면 나온다, 안산에 와서 문을 열어놓고 깨끗이 집을 청소해 놓고 기다리면 나온다 등등. 임선미 씨도 이것저것 해 보았지만 아이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19일 만인 5월 4일, 혜선이는 희생자들이 잘 나오지 않는 오전 11시 30분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임선미 씨는 “솔직히 하느님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다. 만약 하느님이 계신다면 절대로 우리 애들을 이렇게 데려가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느님도 소용없었다. 우리 혜선이를 지켜주지는 못했다”며 “(가족 동의도 없이) 입관할 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우리 혜선이와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허망하게 내 딸을, 금쪽 같은 내 새끼를 허망하게 보냈다”고 말했다.

명을 달리한 자식의 젖은 머리와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팔만 마주했던 어머니는 “저분들은 도대체 우리의 이 애끓는 마음을, 애타고 애절한 마음을 알고 계시는지 모르고 계시는지 진짜로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은 응답하십시오”라고 절규했다.

임선미 씨는 “지금 이 아이들이 과연 하늘나라에 갔을까요. 누구는 천사가 됐을 거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하늘나라로 못 갔을 것 같다. 어딘가에서 엄마아빠를 애타게 찾으면서 ‘우리 한을 풀어주십시오’라고 할 것 같다”며 “아이들의 이 한을 우리가 못 풀면 아이들이 아마 저분들에게 천벌을 내릴 것이다. 진상규명, 진실을 꼭 알아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사람의 희생에 대해서라도 진지하게 성찰했더라면…”

▲ 1일 열린 세월호 가족대책위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명절을 맞는 우리 가족들과 모든 국민 여러분에게, 한가위 보름달처럼 환하게 진실을 밝힐 특별법이 선물로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그 전까지 특별법이 제정되지 못한다면, 우리들 스스로가 진실을 꺼뜨리지 않을 빛이 되어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58.3%)이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38.6%)보다 우세하게 나온 점을 언급하며 “세월호 참사를 겪고 있는 세월호 가족 모두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한 사람의 희생에 대해서라도 진지하게 성찰한다면, 희생자 넋을 기리고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특별법 제정이 이렇게까지 힘겹지는 않을 것”이라고 정치권에 일침을 놨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3차 면담을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에게도 “진실을 알 권리,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이러한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위헌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이야말로 헌법의 근원과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새누리당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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