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밉거나 혹은 억울한 박명수가 형광팬 점심미션 후 또 다시 논란에 걸려들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각자의 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캠프 장소로 이동했다. 이동 중 자연스럽게 점심시간이 됐고, 멤버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처음에는 모두 팬들에게 고기를 사주겠다는 모습이었다. 박명수와 정준하 역시 그랬다. 팬들 입장에서는 환호를 아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훈훈하게 진행되던 점심시간에 갑자기 긴장이 끼어들었다.

제작진이 각각의 멤버들에게 전달한 미션지를 읽은 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원래 팬들에게 약속한 고기 점심식사 계획을 그대로 진행했다. 특히나 같은 식당에 모이게 된 정형돈, 노홍철, 하하는 좀 더 경쟁적으로 이 점심식사 미션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묘하게도 박명수와 정준하는 미션지를 받은 후 미세하게 표정이 흔들렸고, 뭔가 이상한 낌새를 포착한 팬들은 요령껏 싼 점심을 선택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유재석은 미션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팬들을 고기집으로 인도했다. 거기에 박명수의 꼼수로 엄청난 대식가 조명감독이 투입됐음에도 평소 모습대로 너그럽게 모두의 음식값을 지불했다. 그렇지만 유재석다운 모습을 확인하는 것 말고는 딱히 재미있는 장면은 건지기 어려웠다. 그나마 박명수가 투입한 조명감독이 홀로 고기를 먹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을 뿐이다.

어쨌든 멤버들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던 미션의 정체는 이랬다. 각자의 점심을 끝낸 후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한 팀의 멤버가 전체의 식대를 계산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미션일 뿐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한다면 했던 무한도전이기에 그 순간만은 멤버들은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거기다가 30대 멤버들 3명이 같은 식당에 집결하는 우연으로 인해 이 점심미션은 분량의 자격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치열한 눈치싸움 결과 유재석을 비롯해서 정형돈, 노홍철, 하하는 팬들에게 비싼 쇠고기 파티를 열어주었고, 정준하는 휴게소에서 라면으로 시작해서 만두, 찐빵, 옥수수, 과일 등 싸지만 멈추지 않는 식신로드를 진행했다. 그런 반면 박명수는 팬들에게 햄버거 세트를 선택하게끔 유도해 결과적으로 가장 저렴한 점심식사를 끝냈다.

방송이 이렇게 흘렀으니 이제 방송 후의 결과는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캠프에 도착해서는 팬들을 챙기지 않고 버스에서 잠들어버린 박명수였기에 이래저래 욕먹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예상대로였다. 방송 리뷰 기사에 박명수에 대한 불만 섞인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멤버 여섯 중에 넷이 비싼 꽃등심을 선택했으니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방송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박명수 팬이 올린 박명수와의 애프터 인증사진이 올라왔으나 박명수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바꿔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사 댓글에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것은 ‘유재석은 유재석답고, 박명수도 박명수다웠다’는 것이었다. 맞다. 과연 그러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뒤집어 생각한다면 박명수와 정준하마저 다른 멤버들과 똑같이 소고기 파티를 벌였다면 이 점심식사 미션은 통으로 편집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까 가정해볼 수도 있다. 오히려 젊은 세 멤버들이 통 크게 점심을 쏘는 장면이 의외였다면 의외였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유일하게 10만 원 이하로 점심을 때운 박명수는 악역(?)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유재석은 유재석답고, 박명수도 박명수다웠다는 총평에서 이 상황의 진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박명수가 뭘 해도 밉거나 혹은 억울해지는 상황의 해답이 있고, 종이 한 장 차이의 진실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일인당 7천 원짜리 점심이면 나쁘다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11명이 110만 원이 넘게 먹어치운 점심이 과한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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